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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470호 문화관광

오래된 풍경, 신화의 숲을 거닐다

고은사진미술관 신관 개관 기념 ‘강운구 사진전’

내용
‘능’-삼능, 1999.

강운구(姜運求)라는 이름 석자에는 많은 의미망이 담겨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걸출한 사진작가 중 1인, 가장 고집불통인 작가, 인문학적 사유의 바탕 위에서 작업하는 작가, 40년동안 단 네 번의 전시회만 연 작가 등. 우리나라 사진사에서 간단치 않는 이력을 지닌 올해 일흔이 넘은 작가가 오는 16일부터 부산에서 처음 전시회를 연다. 해운대구 우동에 새롭게 문을 여는 고은사진미술관 신관 개관 기념전에 초대됐다.

‘남산’-탑골 사방불 본존과 보살, 비천상들, 1996.

‘오래된 풍경-능, 삼국유사, 경주 남산’전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번 전시는 ‘신라능’ ‘삼국유사’ ‘경주남산’으로 이뤄진 ‘역사 삼부작’이다. ‘오래된 풍경’이라는 주제로 묶인 연작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한 시대의 흔적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찬란했던 모습들이 사라지고 지금은 폐허가 된 풍경, 하지만 아직도 살아있는 경주 언저리와 삼국유사의 장소들, 그리고 남산의 골짜기와 그곳에서 무심히 관조하고 있는 돌부처를 보여준다.

오래되었다는 것은 낡고 퇴락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오래된 풍경은 어떤 ‘그윽함’, ‘깊음’의 느낌을 동시에 전해 준다. 강운구는 카메라 조리개 구멍을 통해 천년 전 신화의 시간으로 거슬러 오른다. 그는 천년 전 투명한 하늘에서 내려오는 밝은 빛이 사물을 비추었을 때의 색깔을 그려 보고자 했다. 슬라이드 필름으로 재현된 짙고 깊은 색감의 사진은 시간, 역사 혹은 신화에 대한 작가의 깊은 시선을 투영하고 있다.

전시 타이틀 ‘오래된 풍경’에서 ‘오래된’이라는 형용사는 중의적으로 사용됐다. 단순히 신라가 기원전 57년에 세워졌다는 물리적 시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천 년 동안 이어졌고, 그로부터 천 년이 지난 지금도 경주, 남산을 통해 살아 있다는 것. 이 현재성 위에 작가는 카메라를 고정하고 셔터를 누른 것이다.

또한 ‘오래된’ 작업 기간도 내포하고 있다. 작가가 남산을 찍은 것이 스물여섯 해 전이다. 삼국유사의 현장과 신라의 능을 촬영한 것이 십 여 년 전이다. 삼십 여 년 가까이 한 호흡으로 작업한 작가의 지독함이 절절하다. 강.운.구 라는 이름 석 자가 품은 깊이는 무량하다.

고은사진미술관 신관 개관 기획전 부대행사로 강운구 초청 아티스트 토크가 오는 17일 오후2시 열린다. 작가와 직접 만나 작품 세계에 대해 듣고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전시기간 7월3일까지. 관람시간 화∼일요일 오전10시부터 오후7시. 월요일 휴관. (744-3933)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11-04-13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470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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