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던 청춘, 장국영과 양조위 깊은 눈빛 만나는 시네마여행
시네마테크부산 '오래된 극장3'
영화와 함께 하는 아련한 추억여행
- 내용
흰색 런닝과 팬티 차림으로 ‘마리아 엘레나’에 맞춰 춤을 추던 장국영은 즐거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순한 사슴처럼 말갛던 그의 눈에서 떨어지던 물기를 습한 홍콩의 기후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었습니다. 청춘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상처 입은 짐승처럼 울부짖던 젊은 날의 장국영을 보며 이 땅의 많은 청춘들은 자신의 상처를 장국영에게 투사하며 같이 울부짖고, 같이 아파했습니다. 더러는 지구의 반대편,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날아갔다고 했습니다. 끊을 수 없는 사랑의 열망과 금기 사이에서 피투성이가 된 장국영과 양조위, 두 연인이 헤매던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이과수 폭포 앞에서 청춘의 붉은 심장을 던져버리고 뜨거운 눈물을 뿌렸다고 했습니다.
장국영과 양조위, 그 존재만으로도 관객을 빨아들이던 흡입력 강한 배우들이지만, 세월은 무심합니다. 장국영은 2003년 스스로 세상을 등졌고, 양조위는 이제 쉰을 바라보는 중년입니다. 더 이상 청춘으로 불릴 수 없는 이들. 그러나 두 배우는 아직도, 여전히 청춘의 상징입니다. 장국영 양조위와 동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청춘의 표상으로, 지금 한창 청춘의 시절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는 까마득한 전설로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영화배우 장국영, 양조위를 대형 스크린에서 재회할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립니다. 시네마테크부산이 지난 5일부터 시작한 기획전 ‘오래된 극장 3’에서 그리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래된 극장’ 이라는 타이틀에서부터 짙은 향수가 몰려옵니다. ‘오래된 극장’ 옆에 붙어있는 숫자 ‘3’은 이 시리즈의 횟수를 말해줍니다. 시네마테크부산이 일년에 한 번, 지난 시절을 돌아보고 회상에 젖기 딱 좋은 늦가을에 마련하는 추억의 영화 모음전입니다. 올해 오래된 극장은 세 번째 열리는 자리입니다.
올해 선보이는 상영작은 모두 18편입니다. 상영작 리스트는 쟁쟁합니다. 목록만으로도 티켓 예매를 서두를 영화 팬들이 꽤 될 것으로 짐작합니다. 본격적으로 영화를 배우는 영화학도라면 필수코스로 거쳐야 할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이름이 보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인생의 비극을 감동적으로 담아낸 그의 걸작 ‘멋진 인생’(1946)을 보셨는지요? 서두에서 길게 얘기했던, 왕가위 감독에게 칸영화제 최우수 감독상을 안겨준 장국영 양조위 주연의 ‘해피투게더’(1997)까지 반세기에 걸친 화제작 18편을 엄선했습니다. 동성애 묘사로 상당부분이 잘린 채 개봉했던 ‘해피투게더’는 무삭제로 상영합니다.
장르도 다양하게 안배했습니다. 로맨스와 뮤지컬, 마카로니웨스턴과 누아르, 갱스터 무비까지 20세기 세계 영화사를 이끈 장르와 각 개별 장르들의 결정판인 작품들을 모았습니다.
청순함의 대명사 올리비아 핫세가 주연을 맡은 ‘로미오와 줄리엣’(1968)이 눈에 띕니다. 올리비아 핫세는 클레어 데인즈의 줄리엣이 나오기 이전까지, 그녀를 뛰어넘은 줄리엣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줄리엣 그 자체였던 배우였습니다.
영화사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두 작품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에밀 졸라의 소설을 르네 클레망 감독이 탁월한 감각으로 영화화 한 ‘목로주점’(1956), 천재 감독 오슨 웰스가 출연한 필름 누아르 ‘제3의 사나이’(1949)는 시네마테크가 아니면 대형 화면으로 만날 수 없습니다. ‘제3의 사나이’ 의 유명한 라스트 신을 한국에서 찍었다면, 아마 딱 요즘 찍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계절과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무거운 작품에 어깨가 쳐진다면, 마릴린 먼로가 달래줍니다. 섹스 심볼 마릴린 먼로의 무한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이색 서부극 ‘돌아오지 않는 강’(1954)은 허스키한 저음의 먼로가 직접 주제가를 불렀던 작품입니다.
마틴 스코시즈와 알 파치노도 빠지면 서운합니다. 스코시즈 영감의 뛰어난 연출력과 로버트 드니로의 명품 연기가 돋보이는 ‘뉴욕 뉴욕’(1977), 말론 브란도와 알 파치노가 빚어낸 위대한 서사시 ‘대부’(1972)도 이번 기회에 새롭게 만날 수 있습니다.
참, 제임스 딘 이후 미국의 청춘스타로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리버 피닉스도 만날 수 있습니다. 거짓말처럼 어느 날 갑자기 길 위에서 세상을 떠난 리버 피닉스의 부서질 듯 안타까운 젊음이 봉인된 ‘허공에의 질주’(1988)는 ‘오래된 극장’을 나서는 ‘오래된’ 청춘들에게 바치는 쓸쓸한 청춘 찬가가 될 수 있을는지요.
‘오래된 극장3’은 12월16일까지 열립니다. 상영시간표 등은 시네마테크부산 홈페이지(cinema.piff.org)에서 확인하면 됩니다. ☎문의 : 051-742-5377
- 작성자
- 김영주
- 작성일자
- 2010-11-12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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