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거인'을 만나다
부산시립미술관 - 김창렬전·배병우전·부산의 작고작가전
- 내용
미술관에 간다. 지하철 2호선 시립미술관 역. 역사 계단을 오르면 건조한 겨울 해풍이 얼굴을 때린다.일상에 갇혀 있던 나른한 몸과 마음이 차가운 바람에 화들짝 놀란다. 설핏 고개를 든다.
부산시립미술관이다. 지금 미술관에는 상반된 삶을 살았던 천재 작가들의 작품이 동시에 걸려있다.
불운한 삶을 살았던 부산의 천재 화가, 세계 미술계의 찬사를 받으며 현대미술의 거인으로 우뚝 선 작가.캔버스를 타고 흐르는 단 한 점의 물방울로 세계를 매료시킨 물방울의 작가 김창렬, 차가운 겨울숲에서 우두둑 우두둑 몸을 털고 일어나는 소나무의 작가 배병우. 치열했던, 그리고 치열하게 진화하고 있는 작가들의 뜨거운 예술혼을 한자리에서 감상한다는 것은 쉽게 만나기 어려운 행운이다.
'비원'을 찍은 배병우의 'bwn1a'.■ 배병우전
한국과 한국인의 깊은 심상에 잠재한 소나무의 기상을 끌어내 '소나무 작가'로 알려진 배병우. 그의 사진은 종묘에서부터 창경궁 등 한국의 전형적인 미를 담은 장소에서부터 바다와 바위, 제주도 오름과 바람 등 자연이 만든 지극한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있다.
배병우는 미술가가 그림을 그리듯 사진으로 자연을 그리는 작가이다. 그의 사진은 자연을 재현하는 재현물이 아니라 예술을 표현하는 창조물이라는 점을 강하게 인식시킨다.
배병우는 2006년 동양 작가로는 처음으로 세계문화유산인 알함브라궁을 2년동안 촬영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부산시립미술관 전시에는 소나무와 바다, 창경궁과 알함브라궁을 담은 서른 일곱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기간 내달 7일까지.현대미술 작가 김창렬의 '회귀'■ 김창렬전
김창렬은 '물방울'이라는 대상을 통해 동양 정신을 현대미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 백남준과 함께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우리나라 현대미술 작가이자 한국 현대미술사의 현장을 헤쳐 나온 산 증인이다.
김창렬은 1970년대 프랑스 파리 근교에 정착한 이후 '물방울'을 모티프로 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시립미술관 전시는 '물방울' 탄생 전 초기 작품에서부터 미발표작을 포함한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김창렬 선생의 평생에 걸친 작업세계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부산시립미술관 이진철 학예연구사는 "'물방울' 작가를 만나기보다 고뇌하고 노력하는 '인간 김창렬'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치 손에 잡힐 듯 현실감 있는 '물방울'들은 40여년에 걸친 예술적 여정 속에서 숱한 어려움과 역경을 이겨낸 작가의 땀방울이기도 하다는 것. 전시기간 내달 15일까지.■ 부산의 작고작가전
김경 '소'.부산시립미술관이 '부산의 작고작가' 시리즈를 여는 첫 작가로 선택한 이는 김경과 김천옥이다. '부산의 작고작가Ⅰ'은 김경, '부산의 작고작가Ⅱ'는 김천옥을 조명한다.
김경과 김천옥은 동시대를 살았지만 예술적 교감도 없었고, 작품성향도 상반된다. 공통점이 있다면 두 사람의 삶이 극도로 불우했다는 것.
살아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없었던 두 사람은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불운했던 만큼 두 사람의 흔적은 사라지고 남은 것이 거의 없다. 기록으로 남아있는 작품은 김경이 불과 40여점, 김천옥은 30여점이다. 이마저도 작품 소재가 파악된 것은 절반이 넘지 않는다.
두 작가는 부산미술의 역사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경은 1958년 이후 서울에서 활동하면서 여러 작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고, 김천옥 역시 여성작가로서는 드문 선 굵은 화풍으로 부산미술에 아쉬운 여성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김경의 유화와 드로잉 40여점, 유화를 비롯 김천옥의 작품 20여점을 통해 부산 현대미술의 태동기에 활동했던 불우했던 두 천재작가의 치열한 예술혼을 만날 수 있다. 전시기간 내달 21일까지.※문의:부산시립미술관(740-4243)
- 작성자
- 김영주
- 작성일자
- 2010-01-20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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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407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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