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친절체험 우수사례(9)- 다시 돌아올 세 남매의 봄을 기다리며
소녀가장세대 생계막막… 생보자 책정· 결연 주선 노력
- 내용
- 제법 차가운 바람이 불던 11월 중순, 구청 사회복지과에 근무하며 한해 업무마감으로 정신이 없을 때였다. 서대신3동사무소 사무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통장 한 분이 찾아와서 형편이 딱한 어린 세 남매를 도와달라고 성화를 부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침 사회담당자가 자리를 비워 답변이 힘들었는지 나에게 전화를 해왔다. 나는 동 사회담당자와 함께 조사를 한 후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튿날, 생활실태조사를 위해 동 사회담당자와 함께 그 세 남매의 집을 찾았다. 방문을 여는 순간 역겨운 냄새와 함께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 도저히 사람 사는 방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어수선해 잠이라도 잘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두 남매가 구석진 곳에 앉아 낯선 우리를 맞았다. 누나는 일하러 나갔다고 말하면서 각각 10살, 4살이라고 했다. 몇 달 전 엄마는 지병으로 사망하고, 아버지는 선원으로 2년 전부터 소식이 두절된 상태였다. 장녀는 엄마가 몸져 누워있는 상황에서 중 2때 학교를 중퇴하고 일찍부터 세 남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둘째는 현재 초등학교 3학년으로 3번이나 휴학한 상태였고, 서구로 이사온 이후로는 그나마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있었다. 막내는 아직 출생신고도 안 되어 있었고 건강 상태도 좋지 못했다. 급한 대로 불우이웃성금 20만원을 지원하고, 생활보호대상자로 추가 책정하기 위해 서류를 작성했다. 그리고 새 주소지로의 전입신고와 막내의 출생신고를 대신해 주면서 동사무소 직원들은 이 세 남매에게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었다. 직원들은 휴학한 둘째를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하였고, 학교측에 부탁해 무료급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마침내 세 남매는 생활보호대상자로 책정되었고 본격적인 지원의 손길도 열렸다. 그리고 서구신문에서도 세 남매의 딱한 사정을 실어 독지가와 종교단체 등의 후원이 이어졌다. 부녀회에서는 김장과 밑반찬을 만들어 주었고, 지도자협의회에서는 연탄 아궁이와 형광등을 고쳐주고 벽지를 바르는 등 여러 가지 지원이 계속되었다. 이렇게 여러 단체의 정성스런 보살핌으로 세 남매의 생활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게 되었다. 그런데 다음해인 2월초, 사회담당자의 전화가 걸려왔다. 장녀인 아름이가 일하던 복사기 대리점의 그날 매상액을 몽땅 가지고 남자친구와 함께 가출을 했다는 것이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수소문을 해보았지만 행방불명으로 찾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자신에게 남겨진 모든 생활고로 힘이 부쳤을 것이라는 나름의 이해도 갔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까지 어린 두 남매에게만 관심을 기울였지 장녀인 아름이의 고민을 알고 있지 못했던 우리 자신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남은 두 남매는 결국 고아원으로 보내지게 되었다. 이 세 남매에게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해도 될까 의문이 들었다. 세 남매가 다시 돌아올 봄날을 기다리며 지금 이 시간에도 세 남매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길 진심으로 빈다. 박 미 수/서구 동대신1동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0-06-0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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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8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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