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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867호 문화관광

공무원 친절체험 우수사례 (3)

사람을 살린 이용사 면허증

내용
 98년 9월의 어느 오후, 중년 남자가 두 어깨를 늘어뜨리고 민원실로 들어왔다. 그 사람은 다짜고짜 “선생님, 제발 살려주십시오”라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우선 안으로 모셔 커피를 한잔 건네고 자초지종을 들었다.  그는 이용사 자격증이 훼손되어 재발급 신청을 하였으나 담당자가 면허증 발급 당시의 면허증 사진과 발급대장의 사진은 본인이 맞지만, 주민등록번호와 이름 가운데 한 글자가 서로 달라 재발급이 불가능하니 법원에 가서 잘못되었다는 판결을 받아오면 재발급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밀양시 00동에서 농사를 지으며 여느 가정처럼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서울에 있는 친척의 꾐에 속아 땅을 팔고 서울로 올라가 친척과 함께 장사를 하게되었다 했다. 그러나 친척의 부도로 돈을 모두 잃고 고향에도 못 가는 신세가 되어버리자 죽으려고 작정하고 자살을 기도한 적도 있었다 한다.  빈손으로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내려가려니 염치가 없어, 돈을 벌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막막하기만 했다. 다행히 옛날에 고향에서 취득한 이용사 면허증이 있었고, 농협과 군에서 쌓은 이발 경력도 있어 목욕탕 이발소에 취직할 결심을 하고 이력서와 함께 그 동안 보관해 두었던 이용사 면허증을 제시하였다 한다. 하지만 면허증이 너무 오래된 탓에 변색되고 낡아 새로 면허증을 발급 받아야 취직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일을 원하는 이용사가 많았기 때문에 3일 이내에 계약을 하지 않으면 취직이 어려웠다.  담당직원의 말대로 법원판결을 받으려면 최소 3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어 면허증 재발급을 기다린다는 것은 사실상 취직을 포기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삶의 마지막 선택이 여기서 좌절되면 그에게는 정말 죽음뿐이었다.  그의 사정이 하도 딱하거니와 어떻게 해서든지 그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민원인의 서류뭉치를 받아들고 처음부터 하나하나 확인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이용사 면허증을 취득했다는 사실과 농협과 군에서의 이용사 경력만 확인된다면, 사위(詐僞)로 면허증을 발급 받으려는 것이 아니다는 게 증명이 될 것이다. 또한 발급 당시 면허증의 사진과 발급대장의 사진이 본인 것이 맞다면 민원인의 잘못보다는 행정착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그의 호적상 실제 이름은 `최영권\"\이지만, 면허증에는 `최영곤\"\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면허증에 기재되어 있는 `최영곤\"\이라는 이름은 `최영권\"\의 동생이었다. 어떻게 동생 이름이 면허증에 올라와 있는지 이유를 물어보니, 당시 시골에서는 부모님이랑 동네 어른들이 모두 `영권\"\을 `영곤\"\으로 불렀다고 했다.  나는 담당직원에게 이런 사실을 충분히 설명한 후, 그에게 고향에 가서 농협에서 근무할 당시의 이사장과 마을 이장, 반장 그리고 군복무 당시 이발을 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줄 동료들로부터 사실확인서를 받아오도록 했다. 그리고 호적상의 동생 `최영곤\"\에게 본인은 이용사 면허증을 취득한 적이 없다는 사실확인서 등의 서류를 갖추게 한 다음 다시 신청하도록 안내했다.  그는 관련 서류를 갖춰 다음날 다시 찾아왔다. 서류를 확인해 본 결과 누가 봐도 본인임이 확실하다고 판단되었다. 담당직원도 당시 기재가 잘못되었음을 확인하고는 결재권자의 결재를 얻은 후 곧바로 면허증을 재발급 해주었다. 작은 행정착오가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게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새로 발급 받은 이용사 면허증을 들고 내 앞에서 어린애처럼 엉엉 울었다. “이제 살았습니다”며 허리가 부러지도록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주객(主客)이 전도(顚倒)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황 주 석/부산시 시민봉사과
작성자
부산이야기
작성일자
2000-06-09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8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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