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설비 없이도 완벽한 무대 … 금정문화회관 콘서트 오페라 '사랑의 묘약'
2024부산오페라시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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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부산오페라시즌 '사랑의 묘약' 공연 모습. 사진제공:금정문화회관
지나 오
성악가·'오페라의 여인들' 저자
부산의 가을은 풍성하게 시작됐다. 유난히 지독했던 여름 더위에 지친 부산시민들은 다채로운 문화 행사를 통해 서정적인 가을을 만날 수 있었다. 영화계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그 화려한 막을 올렸고, 음악계에서는 부산오페라시즌이 나날이 높아져 가는 문화도시 부산의 위상을 뽐냈다. 2024부산오페라시즌은 부산문화회관이 기획한 '나비부인'으로 시작해 금정문화회관에서 열린 '사랑의 묘약'으로 축포를 터트렸다.
아직은 오페라 전용 공간이 요원한 부산에서 금정문화회관의 행보는 놀랍다. 오케스트라 피트 같은 오페라하우스의 필수 설비 없이 '콘서트 오페라'라는 파격으로 매년 높은 수준의 오페라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콘서트 오페라라고 하지만 여느 오페라 공연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연출의 묘미와 집중력 있는 음악을 제공한다. 어떻게 한 무대에 모았는지 탄성 나오는 캐스팅과 그 가수들이 보여주는 팀워크는 매번 관객을 오페라의 세계로 빨아들이는 비결일 것이다.
2022년 베르디의 '가면무도회'로 본격적인 오페라를 선보인 금정문화회관은 2023년에는 도니체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올해는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을 선보였다. 지난 2년은 절절한 비극이 관객의 마음을 울렸지만, 올해는 탁월한 코미디를 선사했다. 오페라에서 "사실은 대선소주!"라며 부산시민을 저격하는 한국어를 들을 거라 예상한 관객은 없었을 것이다. 객석에서 약을 팔고 자갈치를 선물하는 돌팔이 약장수 둘카마라(베이스 김대영)의 익살에 관객들이 여기저기서 천 원 지폐를 흔들며 "여기요"를 외치는, 마치 축제와도 같은 흥겨운 광경도 펼쳐졌다.
마찬가지로 작년에는 에드가르도 역을 맡아 벨칸토 오페라의 진수를 보여준 테너 최원휘는 어리숙하지만 순수한 네모리노 역으로 사랑스러움을 추가했다. 아디나 역의 홍혜란은 세련되고 당당한 모습으로 돋보였으며, '노르마' 같은 벨칸토 대형 소프라노 역할을 노래하면 어떨까 싶은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늠름한 벨코레(이동환), 발랄한 쟌네타(곽유정)도 무대를 꽉 채운 공신이었다. 감초 역할로 대활약한 두 무용수(이대희, 조은정)에 대한 언급도 빼먹으면 서운하다.
재치 넘치는 연출자 엄숙정이 깔아 놓은 흥겨운 한마당에서 무대 위 합창단원도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2024 시즌 부산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빈틈없는 음악으로 서포트한 김광현도 이날 승리의 주역 중 한 명이었다. 이대로는 아쉽다. 이렇게 좋은 공연이 단 2회에 그친다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관객에게 열광적인 호응을 얻은 이 작품을 2027년 개관할 부산오페라하우스에서도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는 사심을 넣어본다. 사람 일은 누구도 모르는 것이고, 바라는 것은 죄가 아니지 않는가.
- 작성자
- 하나은
- 작성일자
- 2024-10-16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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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202417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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