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깨우던 소리 “재~칫국 사이소, 재칫국”
부산을 맛보다! - 낙동강 재첩국
삼락동 재첩국골목 ‘재첩국 아지매’ 출발지… 간 기능 향상 · 숙취해소 탁월
- 내용
“재~칫국 사이소, 재칫국~.” 중년의 나이라면 새벽녘 꿈결처럼 아련하게 들려오던 재첩국 파는 여인네의 목소리를 기억할 것이다. 구수하면서도 친근한 목소리로 골목골목 누비며 재첩국을 팔던 ‘재첩국 아지매.’
부산 곳곳의 골목길을 돌아다니던 재첩국 아지매들은, 온기가 가시지 않은 재첩국보다 신선한 부산의 새벽을 먼저 배달했다. 그들로 인해 우리네 새벽은 깨어나고 새로운 희망의 아침이 비로소 열렸다.
‘낙동강 재첩국’은 예로부터 부산의 진미 중 하나로 손꼽혔다. 맑은 물에서만 자라는 순한 성품의 재첩은 낙동강의 품속에서 성장해 부산사람들의 밥상 건강을 지켜주던 최고의 음식이다. 삼락동은 오래전부터 부산 전역을 발품 팔고 다니던 ‘재첩국 아지매’들의 ‘재첩국 출발지’였다.‘재첩국 아지매’ 출발지, 삼락동 재첩국 골목
예부터 부산의 진미 중 하나로 손꼽히던 ‘낙동강 재첩국.’ 맑은 물에서만 자라는 순한 성품의 재첩은 낙동강의 품속에서 성장해 부산사람들의 밥상 건강을 지켜주던 최고의 음식이다.
“낙동강에 새벽이 오면, 재첩여인이 찰박찰박 강가에서 재첩을 건져 올린다. 재첩잡이 여인의 손끝으로 낙동강 물살이 부드럽게 와 감긴다. 재첩을 건져 올릴 때마다 싱싱한 물방울이 후드득 후드득 튄다. 미명 속 햇살처럼 빛나는 재첩 한 줌이 여인의 손길에 이끌려 뭍으로 올라오는 것이다. 그 재첩으로 재첩국을 끓인다. 재첩여인이 한 땀 한 땀 건진 낙동강의 새벽을 끓이는 것이다. 그녀의 진한 삶만큼이나 아릿하고 진한 재첩 국물이 뽀얗게 우러난다. 그렇게 재첩국은 새벽마다 우리의 푸른 밥상 위로 올라오는 것이다.”
필자의 수필 ‘낙동강 재첩국’ 중 한 부분이다. 부산 재첩국 원조골목, 삼락동 재첩국 골목을 찾았다. 삼락동은 오래전부터 부산 전역을 발품 팔고 다니던 ‘재첩국 아지매’들의 ‘재첩국 출발지’였다. 이곳에서 끓여낸 재첩국을 한 양동이 씩 이고서 온 새벽 골목을 다니며 재첩국을 팔았던 것이다.
‘아지매~ 재칫국 예~.’ 젊은 새댁이 졸린 눈을 비비며 재첩국 아지매를 부른다. 양은냄비를 들고 대문 앞에서 재첩국을 사는 것이다. 재첩국 양동이의 비닐을 살포시 열어젖히면, 아릿한 재첩 냄새와 함께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난다. 양은냄비 가득 재첩국을 받아든 새댁은, 전날 과음한 남편 머리맡에 새벽술국을 올린다. 후룩후룩 재첩국 한 사발에 새신랑은 벌써 아침 속이 다 환해진다. 이제 새로운 하루를 든든하게 시작해 볼 요량인 것이다.
재첩국은 부추와 함께 먹어야 제맛이다. 부추의 풋풋한 풋내가 재첩의 아릿한 맛과 제대로 어울린다.속 확~ 풀리는 시원한 맛 … 부추와 환상 궁합
새벽 골목길을 열던 재첩국 아지매의 구수한 목소리는 사라졌지만, 재첩국의 시원한 국물 맛은 세월이 가도 여전하다. 삼락동 재첩국 골목의 꽤 유명한 가게로 들어선다. 주방에서부터 재첩국의 아릿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오랜만에 맡는 진국 냄새가 강물 흐르듯 유장히 흐른다.
가게는 벌써 몇몇 주당들이 뜨거운 재첩국을 훌훌 들이마시며 해장을 하고 있다. 연신 흐르는 땀을 닦을 새도 없다. 후루룩 후루룩~ 뚝배기 속 재첩국 비우는 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자리에 앉아 재첩회와 재첩국을 시킨다.
재첩국이 먼저 나온다. 우선 국을 한 술 떠먹어 본다. 역시 조개 아린 맛이 진하다. 뜨거운 국물이 ‘짜르르~’ 시원하게 속을 훑고 지나간다. 뜨거우면 뜨거울수록 속이 환~하게 잘 풀리는 것이 재첩국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이 맛에 재첩국으로 해장을 하는 것이리라.
국물 위에 동동 떠있는 부추를 함께 먹는다. 풋풋한 풋내가 재첩의 아릿한 맛과 제대로 어울린다. 그도 그럴 것이 조개의 독성을 부추가 중화시키면서 재첩에 부족한 비타민 A를 보충해 주기에 음식궁합으로도 절묘한 조합이다.
밥 비벼 먹는 재첩회 별미…간 기능 향상 좋아
재첩회도 맛을 본다. 초고추장에 부추, 통깨를 뿌려놓은 재첩회를 쓱쓱 비빈다. 한 술 입에 넣고 씹어본다. 새콤달콤하고 매콤하면서도 재첩 살의 구수함이 제대로 어우러진다. ‘자근자근’ 씹히는 부추의 알싸한 맛 또한 괜찮다.
재첩회에 밥을 넣어 비빈다. 먹음직스럽게 비벼진 재첩회 비빔밥을 한 입 크게 입에 넣는다. 온갖 재료들이 입 안 가득 맛있게 뒤섞이며 조화로운 맛을 낸다. 재첩과 채소와 양념의 어울림이 보통 아닌 것이다. 맛있게 먹다보니 벌써 ‘한 그릇 뚝딱’이다.
이처럼 맛도 제대로인 재첩은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에도 충실하다. 재첩은 간 기능을 향상시켜 간염 및 지방간 등 간질환과 황달에 특효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회복기 환자들의 기력을 보하고 인체의 해독작용에도 용이하다. 또한 각종 무기질이 풍부해 음주 후 숙취해소에도 탁월, 최고의 해장국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주당들의 공인된 새벽술국 재첩국. 새벽녘 부추 한 줌 넣고 뜨끈하게 후후~ 한 사발 불어마시면, 재첩 특유의 짙은 아릿함과 함께 속이 확~ 풀리던 시원한 느낌. 그래서일까? 재첩국 한 그릇 마셔야 비로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던 ‘재첩국’ 시절이 새삼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2014년 1월호
- 작성일자
- 2014-02-06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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