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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414호 시민생활

두 커피도시 이야기 - 부산과 멜버른의 닮은 듯 다른 커피 문화

커피와 카페가 변화시킨 멜버른의 도시 풍경
뛰어난 품질과 독창성 자랑하는 멜버른 커피
부산, 세계적인 커피 도시 거듭날 잠재력 충분히 갖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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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에는 2천여 곳이 넘는 독립 카페와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자랑하는 바리스타들이 있다. 자신만의 비법으로 원두를 볶는 소규모 로스터리도 많다.



[특별취재] 부산시 자매도시 호주 빅토리아 주 주도(州都) 멜버른 커피 문화 


호주 빅토리아 주는 지난 1994년 부산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빅토리아 주의 주도(州都) 멜버른은 부산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 탁 트인 바다와 아름다운 해변이 빚어내는 자연경관, 고풍스러운 옛 건축물과 현대적인 마천루가 공존하는 풍경, 항구도시 특유의 역동적이고 활발한 모습이 닮았다. 

커피로 유명한 점도 놓칠 수 없는 공통점이다. 부산과 멜버른은 각자의 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커피도시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커피도시 멜버른에는 뛰어난 품질과 독창적인 메뉴로 이름난 카페가 즐비하다. 부산에도 신선한 원두와 멋진 분위기로 커피애호가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는 카페가 많다. 닮은 듯 다른 두 커피도시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멜버른 커피 문화의 과거와 현재

멜버른에서 커피 문화가 부흥한 시기는 19세기 후반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주운동이 호주를 휩쓸었던 당시, 술의 대체제로 커피가 주목받았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멜버른 곳곳에 '커피 궁전'이 들어섰다. 웅장한 규모와 화려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커피 궁전은 마치 호텔처럼 객실·식당·놀이시설 등을 갖췄다. 호텔과 다른 점은 '술' 대신 '커피'를 파는 것 뿐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커피 궁전은 멜버른 시민과 도시를 찾는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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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8년 문을 연 높이 50m의 '페더럴 커피 궁전(Federal Coffee Palace)'.
 


멜버른의 커피 문화는 20세기 중반에 큰 변화를 겪는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수많은 이탈리아 이민자가 멜버른에 정착했다. 고향의 커피 맛을 그리워했던 이탈리아인들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여와 카페를 열었다. 에스프레소를 처음 접한 멜버른 사람들은 새로운 커피맛에 흠뻑 빠졌고, 곧이어 도시 곳곳에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 바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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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 최초로 에스프레소 머신을 도입한 '펠레그리니스 바(Pellegrini's Bar)'.



이런 풍경은 1980년대 들어 다시금 변화를 맞이한다. 당시 멜버른은 도시 규모가 커지면서 도심의 인구가 줄어들고 범죄율이 늘어나는 '도넛 현상'을 겪고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멜버른시 당국과 시의회는 도심 곳곳에 걷기 좋은 길을 만들고 골목을 정비했다. 쓰레기가 나뒹굴던 골목이 쾌적해지자 그 자리에 크고 작은 카페가 들어섰다. 텅 비었던 도심은 커피를 만들고,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이면서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도시의 가장 구석진 곳에서도 카페가 성업 중인 멜버른의 모습은 이때 완성됐다.


21세기 초, 스페셜티 커피가 유행을 타면서 멜버른의 커피 문화는 한 번 더 변화한다. 맛과 향이 다채로운 스페셜티 커피를 맛본 멜버른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과 취향에 맞는 커피를 찾아 헤맸다. 입맛이 까다로워진 커피애호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멜버른의 바리스타는 더 좋은 원두를 쓰고, 로스팅에 심혈을 기울이고, 새로운 추출 방법과 레시피를 경쟁적으로 개발했다. 이렇게 고객과 바리스타가 상호작용하면서 멜버른의 커피 맛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해왔다. 


■이색적인 멜버른 카페와 커피

커피 문화가 발달한 멜버른의 카페 풍경은 다른 나라와 조금 다르다. 카페 95% 이상이 프렌차이즈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독립 카페이며, 하나하나가 바리스타만의 개성이 듬뿍 담긴 메뉴와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멜버른의 카페는 보통 오전 6∼7시에 문을 열고 오후 3시에 문을 닫는다. 대부분의 멜버른 사람은 자신만의 단골 카페가 있다. 아메리카노·카페라떼 등 음료 이름을 불러 주문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신 원두 품종, 에스프레소 농도, 우유 종류, 심지어 온도까지 자신의 취향에 맞춰 세심하게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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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 사람들에게 있어서 카페는 커피 한 잔과 함께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다.

 


멜버른 커피의 독창성은 음료의 이름과 레시피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아메리카노보다 크레마와 원두 향이 더 진한 '롱 블랙', 카페 라떼보다 커피 본연의 맛에 집중한 '플랫 화이트' 등이 있다. '멜버른 매직'이라는 커피도 유명하다. 강한 압력으로 기존 에스프레소보다 더 진하게 뽑아낸 리스트레소 두 잔에 우유 거품을 살포시 얹은 음료다. 고소한 우유맛과 묵직한 커피맛이 마치 마법처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이탈리아어로 '작은'이라는 뜻의 '피콜로'도 인기다. 에스프레소 한 잔 위에 우유 거품을 살짝 올린 음료로, 부드러운 우유 너머 강렬한 원두 본연의 맛에 눈이 번쩍 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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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의 독창적인 커피 : 피콜로(앞), 매직(뒤)



■부산, 세계적인 커피 도시로

19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약 150년. 멜버른이 세계적인 커피도시로 거듭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긴 시간이지만, 사실 다른 세계 유명 커피도시의 역사에 비하면 짧은 편이다. 17세기 초 유럽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받아들인 이탈리아 베네치아에는 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카페가 있다. 생크림을 얹은 커피 '아인슈페너'의 발상지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빈은 1686년부터 카페가 생겨났다. 멜버른은 비교적 젊은 커피도시인 셈이다.

멜버른을 세계적인 커피도시로 만든 요소는 150년의 세월이 아니라 인프라와 문화였다. 항구가 있어 전 세계로부터 다양한 원두를 들여올 수 있었고, 도심 곳곳의 골목을 잘 정비한 덕분에 수많은 카페가 들어설 공간이 생겼다. 커피를 사랑하는 멜버른 문화도 한몫한다. 멜버른 사람들에게 있어서 커피는 마치 부산의 돼지국밥·밀면처럼 도시를 상징하는 먹거리이자 마음의 위안을 주는 음료다.

부산의 인프라와 문화도 멜버른 못지않게 탄탄하고 풍성하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커피 원두의 90% 이상은 부산항을 통해 들어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다양한 원두를 가장 신선하게 접할 수 있는 도시가 부산이라는 뜻이다. 전포카페거리·해리단길 등 카페거리도 부산이 가진 매력이다. 도시재생으로 활력을 되찾은 부산카페거리에서는 개성 만점 카페들이 모여 독창적인 커피 문화를 꽃피우고 있다.

부산은 세계적인 커피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갖췄다. 가까운 미래에는 멜버른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과연 부산에서 어떤 커피를 맛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자료 제공: 글로벌 빅토리아(Global Vict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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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커피 맛에 마음 열어야 … 성장 잠재력 갖춘 부산 응원"

[인터뷰] 차성원 바리스타·세계 라떼아트 챔피언

멜버른에서 카페 '톤 커피(Tone coffee)'를 운영하는 한국인 바리스타 차성원 씨는 '칼렙 차(Caleb Cha)'라는 이명으로 더 알려져 있다. 차 씨는 세계 라떼아트 챔피언이자 월드 커피 챔피언십 공인 심사위원이다. 

 "멜버른에서 커피 문화는 고객의 역할이 커요. 수많은 카페와 로스터리가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죠. 그리고 그런 다양성을 고객이 존중해줘요. 바리스타가 새롭게 내놓은 스페셜티 커피를 맛보고, 평가해주고, 마음에 들면 더 구매하죠. 커피 맛에 마음이 열려 있는 고객 덕분에 가지각색 맛과 향을 가진 커피가 생겨나고 또 인기를 끌고 있어요. 만약 부산의 카페가 다채로운 커피를 선보이고, 부산 사람이 이에 마음을 열고 호응한다면 부산은 스페셜티 커피의 메카로 우뚝 설 수 있을거예요."

차 씨는 부산이 지난 5월 '월드 오브 커피'와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며 부산이 부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제는 '한국의 커피도시'라고 하면 부산이 바로 생각나요. 이런 부산이 개인적으로 너무 반갑고 부러워요. 세계적인 수준의 커피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도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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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도 반한 부산의 맛…부산 바리스타 역량 뛰어나"

[인터뷰] 김홍림 멜버른한인상인협회장 

 부산 출신 셰프이자 사업가 김홍림 멜버른한인상인협회장은 멜버른에서 다양한 식음료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다. 버터 룸·BBQ 킹·세븐스타포차 등 한국색이 살아있는 김 대표의 프랜차이즈는 현지에서 큰 인기다.

 "커피와 빵 모두 뛰어난 수준으로 제공하는 한국식 베이커리 카페는 버터 룸이 멜버른에서 처음입니다. 게다가 인절미·달고나 등 한국적인 재료를 곁들인 커피와 음료를 내놓는데 이게 멜버른 현지인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죠. 특히 송정해수욕장의 명물 토스트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샌드위치는 단연 인기 메뉴예요. 부산의 맛이 현지에도 잘 먹힌다는 거죠."

 김 대표는 부산이 세계적인 커피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물적·인적 기반을 갖췄다고 말한다.

 "부산에는 개성 있는 카페거리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아주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그리고 부산을 비롯해 한국의 바리스타들은 무척 역량이 뛰어나요. 실력만 따지면 멜버른 바리스타들 못지않죠.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솜씨 좋은 부산 바리스타들과 여기 멜버른에서 함께 일해보고 싶어요. 제가 물심양면으로 도와 크게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무척 뿌듯할 것 같아요."









작성자
지민겸
작성일자
2024-08-16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414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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