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쓰는 생활경제/ 난쟁이의 행렬
- 내용
- 97년 IMF 사태 이후 고소득층의 소득은 급속히 늘어난 반면, 저소득층의 소득증가는 소폭에 그쳐 빈부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최하위 10% 소득계층의 월 평균 소득은 97년 73만원에서 2001년 76만원으로 3.9% 증가한 반면, 최상위 10% 소득계층의 월 평균 소득은 같은 기간 509만원에서 665만원으로 30.8%나 증가하여 계층간의 소득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보도이다. 네덜란드의 경제학자 펜(Jan Pen)은 현실의 소득불평등을 아주 사실적으로 나타내는 `난쟁이의 행렬'이라는 재미있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사람들의 키가 소득에 비례한다고 가정하고 행렬을 벌이는데 가장 키 작은 사람(빈자)이 앞에 나오고, 가장 키 큰 사람(부자)이 뒤에 나오는 행렬이 한시간 동안 계속된다고 상상해 보자. 단 이 행렬은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가정한다. 맨 먼저 나타나는 사람은 땅 속에 머리를 파묻고 나타나는데 이는 파산한 사업가이다. 그 다음으로는 신문배달 소년 등의 키 작은 사람이 나오고 계속해서 키가 1m도 되지 않는 난쟁이들이 출연한다. 다음에는 1m가 조금 넘는 청소부 등 저임금 노동자들이 출연하고 조금씩 키가 큰 사람들이 모습을 보이는데 정상적인 키를 가진 사람들의 등장은 한참 후에 일어난다. 행렬이 끝나기 겨우 12분이 남았을 때 비로소 성인의 표준신장을 가진 사람이 나타난다. 행렬의 마지막쯤에 2m에 달하는 키를 가진 교장이 나타난다. 다음에 5m의 대령, 8m의 대학교수, 12m의 판사가 출연한다. 그 뒤 대기업 중역 등이 나오는데 키는 100m 이상이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사람은 재산을 물려받은 부자들인데 그 키는 m단위로는 측정할 수 없고 ㎞로 나타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펜의 행렬'의 특징은 첫째, 평균신장을 가진 사람이 아주 늦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평균이하의 소득을 가진 사람이 인구의 절반을 훨씬 넘는다는 뜻이다. 둘째, 이 행렬은 처음에는 키가 완만하게 커지지만 마지막 1분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큰 키의 사람이 등장한다. 끝으로 갈수록 봉급보다 재산소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소득 불균형 현상도 `난쟁이의 행렬'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강준규 동의대교수 경제학〉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2-03-1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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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0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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