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남기신 뜻 저희가 잇겠습니다
고 안상영 부산광역시葬 영결사
- 내용
- 시장님…, 안 시장님…, 안상영 시장님…. 왜 대답이 없으십니까? 안상영 시장님. 청천벽력 같은 비보에 황망스러워 하다 오늘 기어이 당신을 떠나 보내려니 그저 가슴이 미어질 뿐입니다. 어찌 이리도 홀연히 가셨습니까? 정말 어렵고도 중요한 시기에 우리는 지금 부산의 큰 어른이자 부산시정의 수장을 통곡하며 떠나보내고 있습니다. 이 안타까움과 비통함을 어떻게 추스려야 합니까? 지금 이 자리에 당신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던 부인 김채정 여사와 아들, 딸이 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당신께서 그토록 아끼시던 1만5천여 부산시 동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지금 한없는 슬픔에 잠겨 당신을 보냄을 한탄하고 있습니다. 이들과의 이별을 어찌 이리도 서두르셨습니까? 안상영 시장님. 당신은 대한민국이 근대화를 서두르던 70년대부터 수도 서울의 밑그림을 그리며 서울 올림픽과 `한강의 기적'을 성공시킨 도시행정 전문가였습니다. 당신은 8년 4개월여 동안 부산발전의 주요구상을 입안하며 부산을 `동북아의 물류중심도시'로 끌어올린 탁월한 행정가였습니다. 당신은 남다른 식견으로 한국의 발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셨습니다. 당신은 남다른 리더십으로 부산 발전의 큰 꿈을 꾸며 밤낮 없이 뛰셨습니다. 그 열정적인 모습이 아직 생생한데 이제 다시는 당신을 뵐 수 없게 되었다니 이 참담한 심경을 어떻게 달래야 합니까? 안상영 시장님. 돌이켜보면 부산의 발전사에 당신의 손길,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일찍이 부산 발전의 뼈대를 입안하시고 동·서 부산권 개발, 부산 순환도로망 건설 같은 대역사의 씨앗을 뿌리신 일. 부산아시안게임, 세계합창올림픽 같은 굵직굵직한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부산발전을 10년 이상 앞당기신 일, 부산국제영화제와 국제비엔날레 같은 문화행사를 성공시켜 부산을 품격 높은 문화예술도시로 가꾸신 일…. 당신께서는 하나 같이 부산발전의 새 역사를 써오신 것입니다. `해양수도 부산' 개념을 창안하며 `동북아 물류중심도시'의 기틀을 닦으신 일, 당면한 지역현안들을 시원하게 해결하며 부산의 성장동력을 한층 튼튼히 하신 일, 2005년 APEC 부산유치에 심혈을 기울이며 더 성숙한 일류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애쓰신 일…. 당신께서는 하나 같이 `세계도시 부산'의 초석을 쌓아 오신 것입니다. 당신께서 이루신 일들은 결코 누구나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처럼 뚜렷한 신념과 뜨거운 열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직 갈 길은 멀고 하실 일은 많은데 왜 이렇게 떠나셔야 합니까? 부산이 `세계도시'로 도약하는 그 날을 눈앞에 두고 꼭 떠나셔야 했습니까? 안상영 시장님. 당신께서는 스스로 겪으신 고초를 자책하시면서도 마지막까지 오직 부산과 부산시, 부산시민 걱정이셨습니다. 부산시민과 부산시 직원에게 `부산을 세계도시로 정착시키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함'을 미안해 하셨습니다. 살펴보니 저희는 당신께서 영면에 이르기까지 겪은 정신적, 육체적 고초를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당신께서 한 인간의 위의(威儀)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눈물겹고 가혹한 나날을 보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당신께서 당신의 결백을 찾기 위해 겪은 수모를 아파하실 때 저희 역시 그 괴로움과 외로움을 나눠가져야 했습니다. 그러지 못한 저희가 죄인입니다. 당신께서 뼈를 깎고 살을 에이는 추위를 그토록 호소하실 때 저희는 당신을 감싸안고라도 당신의 언 몸을 녹여 드려야 했습니다. 그러지 못한 저희가 죄인입니다. 그래서 당신을 보내는 저희는 죄인입니다. 안상영 시장님. 당신께서 부산 발전을 위해 생전에 진력하시다 못 다 하신 일은 이제 남아있는 저희의 몫입니다. 당신을 보좌하던 저와, 당신을 돕던 1만5천 부산시 공무원들은 당신의 뜻을 이어받는데 보다 각별한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부산을 `절망의 도시'에서 `희망의 도시'로 바꾼 당신의 능력을 배우겠습니다. 당신의 강직함, 성실함, 불같은 정열을 익히겠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만이 당신께서 생전에 그처럼 염원하시던 `세계도시 부산'을 이루는 큰 길임을 명념하겠습니다. 안상영 시장님. 이제 이승에서의 모든 고뇌와 슬픔을 내려놓으시고 편안히 잠드소서. 부디 편안히 잠드소서. 2004년 2월 8일 장의위원회 위원장 부산시장 권한대행 오 거 돈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4-02-12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
부산이라좋다 제1100호
-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