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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929호 시정

<시·각>단소리 쓴소리

이경호<부산시의원·보사문화환경위>

내용
좋은 약은 입에 쓰고 바른 말은 귀에 거슬린다(良藥苦口忠言逆耳). 공자는 좋은 약은 입에 쓰되 몸에 이롭고, 충성된 말은 귀에 거슬려도 행하는데 이롭다고 했다. 탕(湯)임금과 무왕(武王)은 곧은 말(쓴소리) 하는 사람으로 일어나고 걸(傑)과 주(紂)는 아첨(단소리)하는 사람들로 망했다. 임금으로 말리는 신하가 없고, 아비로 말리는 아들이 없고, 형으로 말리는 아우가 없고, 선비로 말리는 친구가 없으면 과오를 범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장양(張良)이 유방(劉邦)을 달랠 때도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곧은 말(忠言)을 듣기가 쉽지 않다. 배운 것을 올바로 펼 생각은 않고, 자기가 배운 것을 굽혀가면서 세상의 비위를 맞춰 출세하려는 곡학아세(曲學阿世)의 무리들이 횡행하는 세상이다. 저마다 눈치보며 줄서기에 바쁘다. 도무지 곧은 소리를 하려는 사람이 없다. 정치가 민생을 포기한 채 표류하고 있는데도 누구하나 바른 소리를 하지 않는다. 파당을 지어 보스의 지시대로 상대방을 헐뜯는 앵무새소리만 내고, ‘제발 정신 차리고 잘해보시오’하고 지도부에 충고하는 정치인이 없고, ‘내 탓이오’라고 용기 있게 나서는 사람도 없다. 기대했던 386세대도 여의도에 입성한 후에는 소리를 죽이고 엉금엉금 보스(?)의 꽁무니만 따라 기어다니는지 그림자도 어른거리지 않는다. 이런 판국에 야당의원 한 사람이 모처럼 곧은 소리를 했다 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용기 있는 정치인으로 순식간에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그는 자기당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의 무기력 무소신 무책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 상황은 대단한 위기인데 지도부는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있다” “부정대출사건에 대해 왜 확실한 입장을 못 밝히느냐. 떳떳하다면 특검제라도 하자” “야당의 장외집회를 비난하는데 우리 같으면 안 하겠는가” 오랜만에 듣는 속 시원한 소리이다.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여야가 한치의 양보없이 대치한 국면에서 자기가 몸담은 당의 아프고 쓰린 곳을 사정없이 찔러대는 쓴소리는 죽을 용기가 아니면 하기 힘든 소리다. 강한 힘은 곡학아세하지 않고 입에 쓴 양약을 먹는 데서 나온다. 병든 몸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병소를 도려내야 한다. 정치가 정당성과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곧은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입에 쓴 국민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결점은 숨긴 채 남의 결점만 들춰내 목에 핏대를 세우는 것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을 뿐이다. 지도자는 곧은 소리를 듣는 귀와 현실을 직시하는 눈을 가질 때 국민을 평안하게 할 수 있다.
작성자
부산이야기
작성일자
2000-09-28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9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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