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50분거리 50년이나 걸려
이 경 호 부산시의원 (보사문화환경위)
- 내용
- 북한 고려민항기가 평양~서울 직항로를 50분만에 가뿐히 날아왔다. 50분거리가 50년 걸렸다. 남과 북의 헤어진 혈육이 50년 이산의 한(恨)을 단 50분의 비행 끝에 씻어낼 수 있는 쾌거였다. 남북한 이산가족들이 15일 서울과 평양에서 그리던 혈육을 만났다. 그들은 한가족이었다. 얼굴도 빼닮았다. 그래서 헤어져 산 반세기가 더욱 서러웠다. 그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 얼굴을 부비면서 얼싸안고 50여년 동안 응어리진 한을 풀었다. 1951년 1·4후퇴 때 북한 의용군으로 끌려갔던 리동섭(65)씨는 어머니 장순복(87)씨를 만나 얼굴을 쓸어내리며 오열했다. 이씨는 어머니를 보자 “어머니 많이 늙지 않으셨군요”라 했고, 장순복씨는 “정말 네가 내 아들이냐”며 떨어져 살아온 세월이 억울해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조국분단의 비극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순간이었다. 남북정상이 합의한 6·15공동선언의 첫 성과로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화해와 인적 교류, 평화통일의 길을 닦는 주춧돌이 될 것이다. 85년 이후 15년만에 재개된 이산가족 교환방문은 9월과 10월에도 계속되고, 또 앞으로 확대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 남북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정된 인원과 제한된 장소의 상봉은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근원적인 방안이 되지 못한다. 면회소 설치, 서신 교환, 인원 및 장소제한 철폐는 물론 본인 의사에 따라 재결합할 수 있는 차원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진정 이산가족의 맺힌 한을 풀어줄 수 있다. 50년 세월이 훌쩍 지나버린 시간의 빈터에서 분단의 고통과 그리움에 절망하고 체념해 온 나날들이 그 얼마이던가.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가 헤어져 눈물로 보낸 세월이 그 얼마이며, 회한을 가슴에 품은 채 유명을 달리한 사람은 또 얼마이던가. 지금 이산가족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면 기회는 멀어진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이산가족의 상봉은 정치지도자의 선심일 수 없으며, 더 이상 남북분단의 희생물일 수도 없다. 남북한의 지도자는 이산가족 상봉을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산의 한을 풀어주는 결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0-08-2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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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9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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