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 간부공무원 창의워크숍을 들여다보니
부산시 간부, 봄날 토요일 금정산에 왜 모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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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간부공무원 창의워크숍-. 말 그대로, 부산시 전 간부가, '창의'를 화두 삼아, 하루 종일 함께 보낸 행사입니다. 때는 지난 16일, 장소는 부산시 인재개발원. 부산의 좋은 봄 공휴일에, 온 산에 신록이 눈부신 금정산 기슭입니다. 행사계획 처음 들었을 땐 저도 솔직히, 선뜻 마음 내키지는 않더군요. "음, 귀한 토요일 하루 또 속절없이 보내야겠군" 하는 생각이었죠.
행사목적부터 그저 가볍지 않더군요. "'21C 명품도시 부산' 건설을 위한 시정현안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간부공무원으로서의 창의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아, 21C 부산 위한 '장정(長征)'에 시정현안 더러 꼬인 부분 있고, 그런 부분 풀기 위해 간부 창의가 더 필요하다? 그런 뜻으로 이해했구요. 일정표 역시 만만치 않았어요. 아침 9시까지 등록 및 입장, 60분짜리 기조강연 1개에, 90분짜리 특강 2, 시장님 당부말씀까지..., 오후 5시 10분에 마치는 강행군이니까요.
행사 진행 참여한 부산발전연구원(BDI) 어느 간부 얘기 들으니, 이런 행사 갖는 건 9년만인 것으로 기억한답니다. 전임 시장님 계실 때, 전 간부 워크숍 가진 적 있답니다. 본청, 직속기관, 사업소, 구·군 4급 이상 간부공무원 210명 모이기, 그리 쉽지 않답니다. 그래서인지, 등록 로비 주변에선 모처럼 만나는 동료끼리 반가운 해후를 나누는 광경도 자주 볼 수 있었구요.
모처럼 갖는 행사의 무게 때문이었을까요. 진행방식 참 깐깐하더군요. '부산광역시 간부공무원 창의워크숍+직책+이름' 적힌 명찰 달아주고, 좌석까지 지정해 두곤, "지정좌석에 앉아 줄 것"을 수시로 강조하더군요. 저의 자리는 앞에서 세 번째 줄, 가끔 이런저런 교육에서 기대하는, 강의 중엔 눈 감고 졸기도 하고, 때론 슬쩍 바깥바람도 쐬는, 그런 분위기는 꿈꾸기도 어렵더군요. 특히 시장님도 하루 종일 함께 자리하신다고 하고. 행사에의 기대와 함께, "음, 오늘 하루 죽었는데..."하는 한숨이 나오더라구요.
9시 정각, 국민의례에 이어 시장님 인사말씀. 행사의 목적을 줄여 강조하시네요, "부산발전에의 위기감 크다. 간부부터 '나는 내 할 일을 다하고 있는가'를 새삼 깨우치며 새로운 각오와 행동을 다짐해야 할 때"라는, 엄중한 주문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기조강연과 특강의 주제며 강사 면면이 다가오더라구요. 먼저 기조강연, 이언오 BDI원장의 '부산의 현안과 희망동력', 김광호 콤비마케팅 연구원장의 '무한경쟁시대의 생존 리더십', 김택권 S&T대우 대표의 '세계화와 글로벌 도시 부산의 경쟁력' 같은 것들입니다.
먼저, 김광호 김택권 두 분 부분을 줄여 소개합니다. 제가 듣기론, 아무래도 이 행사의 초점을 이언오 원장의 기조발제와 시장님의 당부말씀에 두어야겠더라구요. 김광호 원장은 한국경제신문 선정 '대한민국 대표명강사 99명 중 최고명강사'랍니다. '고난이 없는 비전은 가짜', '영웅을 가슴에 품어라', '영웅처럼 준비하고 영웅처럼 싸워라', 격동하는 현실 속에서 목숨을 걸고 혁신하는 방법론을 풍부한 사례를 들어 열강하더군요. 사례 중엔 프로골퍼 미셀 위와 신지애, 그룹 '소녀시대, 작가 김 훈 같은 유명인도 두루 등장하고....
김택권 대표는 미 펜실베니아대 워튼 스쿨에서 경영학 박사를, 캘리포니아대와 연세대에서 교수생활을 하다. 지금 '부산 기장군' 역내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학자출신 기업인입니다.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을 두루 짚으며 부산의 지역적 특성에 바탕한 경쟁우위 부분을 모색하더군요. 부산지역 유망산업과 대상산업의 기술적 특성이 '서로 맞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부산, 살고 싶은 곳, 일하고 싶은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 대략 강조하는 포인트였어요.
이제 이언오 BDI원장 부분. 우선 워크숍 핸드북을 보니, 그는 발제 제목은 점잖게 걸었지만 내용은 더러 날카로운 비평과 도발적 독설이 있을 것임을 짐작하겠더군요. '부산의 현실', '개혁의 방법' 같은 부분엔 곳곳에 시니컬한 표현들이 숨어있더군요. 그는 누굽니까? 부산 출신에, 삼성그룹 비서실과 삼성경제연구소 공공정책실(전무) 거친, 정책개발 전문가입니다. 당연히, 고향에의 애정으로 부산을 대하며, 민간의 '효율성'이란 눈으로 부산시 조직을 볼 수 있겠지요.
혹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그는 BDI 원장을 맡자마자 파격적 행보를 보이며 '대형사고'를 칩니다. 처음 참석한 부산시 정책회의에서 그만의 눈으로, 소신 있는 발언을 했다가 지역언론의 1면 탑과 사설에 오른 것입니다. 탑 기사의 제목은 "부산 너무 낙후됐다… 공무원 더 뛰어야". 30여 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보니 부산이 너무 뒤떨어졌더라. 부산발전을 위해 공무원부터 더 뛰어야 한다.... 당시 기사를 보면, 회의장은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 듯한 분위기, 그의 파격 행보가 부산 공직사회에 변화의 기폭제로 작용할지 관심, 같은 표현 있네요.
당시, 저도 이 보도를 보곤 슬며시 약이 오르더라구요. 아니, 30년 만에 부산 찾아 부산에 대해서 뭘 얼마나 안다고? 그럼 지금까지 부산 지킨 사람들은 뭐냐? 등등..., 이런 생각이었지요. 마침 며칠 뒤 BDI 자문위원회 일정 있어 내심 벼르고 별러 그 회의 갔습니다. 기회 봐서 한껏 들이 받아야지..., 그러나 그는 원장인사 순서에서 미리 '들이받기'의 꼬투리를 잘라내더군요. "오자마자 (본의 아닌)언론보도에 걸려 며칠 째 두문불출 중"이라며, '부산사람'들의 양해를 구하더군요.
이언오 원장, 그 분 그 양해발언은 진심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주변 평대로, 그는 민간출신 '정책 아이디어 주머니'이니, 부산현안에 느끼는 답답함, 공직사회에 갖는 분발에의 기대, 적지 않았을 터이죠. 그는 이번 워크솝에서 그 부산의 현실을 솔직하게 지적하며 공무원의 분발을 촉구하더군요. 때론 참 면전에서 하기 어려운 그런 표현들도 쑥스러운 듯 섞어가며 공직사회의 아픈 관행들을 슬쩍슬쩍 긁기도 하고.... 줄여 말하자면, 저는 이런 부분을 그의 온전한 존재가치로 봅니다. 그가 때때로 드러내는 시니컬한 독설을 부산 위해 갈아내는 반짝반짝 빛나는 차돌 같이 여깁니다.
그의 취임 직후 '양해발언 진심 아닌 듯'의 근거도 있습니다, 그는 기조발제에서, 취임 초기 수도권-부산의 격차와 이질적 조직문화의 충격을 얘기하는 등 파격적 언행을 거듭한 사실을 되새기며, "부산 공무원 중 누구 하나는 (미친 척 하며)따라올 줄 알았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그가 최근 부산시에 대한 변화요구와 대응조치를 예로 들며 "쑈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는 독설을 쏟아내는 것도 '그의 눈높이'에선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구요. 천안함 사건, 구제역 확산, 청렴도 꼴찌, 신공항 백지화 같은 변화요구에, 근본대책 대신 대증요법으로 응한다는 평가입니다.
그는 부산시 공무원에 대한 언론보도에 안티, 또는 시니컬한 내용 많다는 것을 굳이 예시합니다. 부산시의 환경변화 대응방식에서, "작은 변화·큰 위기에 모두 둔감한 것 아닌가"고 되묻습니다. 그것도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집어넣으면 튀어나오고, 미지근한 물에 집어넣으면 변화에 둔감하다는 그림을 보여주면서. 공무원이 일하는 동기는 3가지 있답니다, 위에서 시키거나, 공문이 오거나, 언론 보도..., 그러면서 부산역과 도시철도 부산역을 잇는 캐노피(비 맞지 않도록 통로에 씌우는 지붕) 공사가 아직 '추진 중'일 뿐이라는 사실을 꼬집습니다.
물론 이언오 원장의 발제 중 무게중심은, 부산의 발전전략으로 5대 희망동력을 제시하고, 개혁의 방법으로 '크게 강하게'론을 제기하는 데 있습니다. 특히 '크게 강하게' 개혁론을 제기하며, 하드·소프트를 한꺼번에 전환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는 것, 그래도 위기 속에 결단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 "전쟁 끝난 뒤 슬퍼하라"는 영국 지휘관의 명연설을 들며 강력한 개혁 리더십을 주문하는 부분은 나름 한껏 공감 가는 얘기더군요. 세종의 리더십 중 재난 때 초막에서 생활하며 백성들과 고통을 공유한 예를 들며, 현장과 행동 우선으로 나아갈 것, 작은 힘을 계속 가해 큰 바퀴가 스스로 회전토록 원칙 있는 사람-원칙 있는 사고-원칙 있는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도 귀에 쏙쏙 들어오던데요.
그는 개혁의 방법 '크고 강하게'를 새삼 강조하며 마지막엔 동영상 한 부분을 틀어 주던데요. 영화 '킹스 스피치(King's Speech)'(2010), 제83회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감독상 작품상 남우주연상까지 주요부분을 '싹쓸이'한 톰 후퍼 감독의 명작입니다. 말더듬이왕 조지 6세가 영국국민을 감동시킨 2차대전 참전결정 연설인데요. 저에게도 그 연설 구절은 감동적이더군요, "우리가 숭상하는 모든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전쟁을 피할 수 없습니다. 모든 국민이 한 뜻으로 동참하기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모두가 마음을 합쳐 이 시련을 이겨내길 기원합니다..."
그가 결론 삼은 마지막 주문은요, 부산을 살려야 한다, 무엇보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부터 '크게 강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져보면, 'BDI 원장'만큼 부산시정을 속속들이 이해하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 줄 사람이 또 누가 있겠습니까? 특히 민간출신 정책전문가로서, 이제 고향 부산을 보는 논리는 한층 성숙했을 터이구요.
그의 독설들을, 우리의 도전의지와 열정을 자극하는, 말 그대로 도발성 격문으로 받아들인다면 좋을 것 같더군요. 간부분들도 가끔 튀어나오는 그의 도발성 독설들을 대체로 무겁게 받아들이는 편이었구요. 저는 특강 평가지에 ‘별 다섯’을 주었습니다.
다음, 시장님 당부말씀. 키 워드는 분명했지요, '변화와 혁신', 바로 그것입니다. 부산시민이 보는 부산시정의 실상은 어떠하며, 부산시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부산시정을 위해 앞으로 어떻게 바꿔갈 것인가. 더러는 자문도 해 가며 부산시정이 나아가야 할 바, 특히 간부가 맡아야 할 몫을 조목조목 강조하시더군요. 때론 변혁에의 원칙적 방향을, 때론 구체적 실행방안을 제시하며 이 날 행사의 뜻을 확실히 새기더군요.
시장님은 자문에 자답하시더군요. 부산시 조직은 급변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강하고 친절한 조직이어야 한답니다. 부산시민으로부터 칭찬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간부들의 (조직충성에의)자세와 솔선수범이 매우 중요하답니다. 불굴의 열정으로 미쉘 위를 넘어선 프로골퍼 신지애, 생곡매립장을 만들며 현장에서 숙식을 마다하지 않은 선배 공무원, 파주 LCD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한겨울에 온풍기를 틀어가며 문화재 지표조사를 강행한 공무원의 예도 들구요.
시장님이 강조하는 업무방식은 대략 이렇습니다. 우선 법령·규정에 얽매어 업무를 늦추는 일이 없어야 한답니다. “부산시정 발 늦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무엇보다 ‘되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는’ 긍정적 접근자세를 강조하십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기업무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며 업무에의 자신을 키워야 한답니다. 주어지는 일만 잘해선 앞설 수 없는 시대, 모두 전문가의 길에 올라 자기업무를 당당하게 처리해야 한답니다.
다음, 문제를 제기하는 차원을 넘어, 늘 대책을 함께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답니다. 모든 민원에 일단 ‘되는 방향’으로 (신속하게)반응하는 친절한 자세, 그리고 끓는 열정과 치밀한 전문성으로 자기업무를 자기책임 아래 돌파할 수 있어야 한답니다.
그러면서, 특히 강조하시더군요. 조직 특성상 ‘과장’의 역할 정말 중요하다, 모든 업무의 처리방향은 과장 판단으로 끝날 수 있어야 한다, 과장은 자기 일을 넘어, 전 직원을 ‘유능한 직원’으로 만들 책임까지 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직원들을 끊임없이 지켜보며, 가르치고 나무라고 교육하고...(두루 같은 뜻인가요?), 그런 간부의 역할, 선배의 역할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답니다. 자기 과를 넘어, 모든 직원을 그런 사명감으로 대하는, 그런 과장이야말로 조직 충성도가 높은 과장이라구요.
시장님의 당부를 들으니 여러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바깥에서 듣는 부산시정에의 평가, 선배로서 느끼는 부산시정에의 평가, 이런 부분 한데 모아 당부에, 또 당부하는 그런 표정 읽혔습니다. 마치 다산 정약용이 귀양지에서 두 아들의 공부가 소홀함을 걱정하는, 친정어머니가 종가집 맏며느리로 시집간 어린 딸의 살림살이 서투름을 경계하는, 그런 마음 씀씀이 말입니다. 시장님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부산시(조직)와 부산과 부산시민을 위해 각별한 각오를 거듭 다지자, 그래서 ‘자존심 강한 공직자’로 거듭나자, 이것입니다. 워크숍 마치고 돌아오는 걸음은 한결 가볍더군요. ‘나는 내 할 일을 다하고 있는가’를 거듭 자문하기도 하고.... (후기 : 오늘아침 정책회의 보고내용으론 "간부 워크숍 반응 아주 좋았다. 대상을 넓혀 자주 갖는 방안 추진 중"이랍니다.)
- 작성자
- 차용범
- 작성일자
- 2011-04-18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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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471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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