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난 겪던 부산, 상수도 선진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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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이 제대로 공급 안돼 ‘식수난’에 허덕였던 시절, 혹시 기억하십니까? 부산시민들은 1980년대, 더 멀리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식수난에 목을 태웠습니다.
1977년 3월 1일자 부산시보1977년 3월1일자 ‘부산시보’를 보면, 그 때 그 시절 부산 수돗물 사정이 어떠했는지 고스란히 짐작할 수 있는데요. 기사에 따르면 부산의 급수인구는 191만여명, 당시 부산인구를 줄잡아 300만명으로 생각하면 3분의1 이상이 수돗물 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수돗물이 공급되더라도 이틀에 한번씩 물이 나오는 격일제 급수, 하루 4시간 밖에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제한급수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마저도 낮에는 물이 나오지 않고 밤에만 잠깐 물이 나오는 야간급수여서, 정해진 시간에 수돗물을 받지 못하면 밥 지을 물조차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물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이면, 고지대·변두리 지역은 물을 받기 위해 끝 간 데 없이 물동이가 줄을 서는 풍경이 신문 곳곳을 장식했습니다. 그야말로 ‘갈증의 시대’였습니다.
1989년 4월 1일자 부산시보부산시는 ‘물 한 방울이라도 아껴 쓰자’는 캠페인을 일년 내내 벌어야 했고, 온 행정력을 다해 상수도 확장공사를 벌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산 전 지역에 물이 공급된 건, 5차례에 걸친 상수도 확장공사가 끝난 1989년에 와섭니다. 그해 4월1일자 ‘부산시보’는 1면 머리기사로 부산시의 제5차 상수도확장공사가 완공, 급수 보급률이 97%로 늘어나 일부 고지대를 제외한 시 전체가 상시 급수지역으로 바뀌게 됐다는 뉴스를 전합니다.
부산시는 그 뒤로도 90년대 말까지 상수도 보급에 주력, 지금은 가덕도 섬까지 상수도가 이어져 언제라도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습니다. 물동이 이고 나르던 시절 겪으신 분들, 격세지감이란 말이 절로 나올 겁니다.
불과 10여년 전까지 식수난 극복을 위해 상수도 보급에 몰두했던 부산이, 이제는 ‘상수도 선진도시’의 대열에 올라섰습니다. 부산 상수도가 지난해 처음으로 유수율을 90.9%까지 끌어올리며, 선진국 수준의 물 공급기술을 과시하는 성과를 거둔 겁니다.
상수도 유수율은 정수장에서 보낸 물이 각 가정에 손실 없이 도달하는 비율인데요. 상수도관이 오래돼 낡거나, 미세한 균열이라도 있으면 물 손실이 크게 발생하는 만큼, 유수율은 상수도 공급기술 수준을 입증하는 척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상수도 유수율 90%는 독일과 일본, 영국 등 선진국 일부 도시만 기록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부산과 서울 두 도시만 달성했습니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최근 지난해 상수도 유수율을 최종 분석한 결과, 물 총생산량 3억7천53만3천t, 공급량 3억3천682만2천t으로 유수율이 90.9%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2009년 유수율 88.49%보다 2.41%포인트나 대폭 증가한 것으로, 당초 목표 89%를 초과 달성한 것입니다. 특히 2013년까지 90%대 진입을 목표로 했던 것보다 2년이나 앞당겨 이룬 성과라네요.
부산시 상수도본부는 높은 유수율로 낭비되는 물이 없는 만큼, 연간 970여만t의 물 생산량을 줄일 수 있어 81억원의 예산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유수율이 높을수록 수도요금 인상 요인도 줄어들어 시민부담을 더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왜냐고요? 물 1t 생산하는데 90원이 들고 1t 요금이 100원이라고 치면, 유수율이 70%밖에 안되면 요금을 70원 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에 최소한 요금을 20원 올려야 물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반면 유수율이 95%면 95원의 요금을 받을 수 있어, 원가 90원을 빼고도 5원 어치 시설투자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부산 상수도요금이 5년째 오르지 않고 있는 이유, 높은 유수율이 큰 몫을 하고 있는 겁니다.
부산 상수도 유수율은 1999년 68.55%에 불과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90년대 말까지 상수도 보급에 주력해 온 탓에 물 공급의 질을 높일 여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산과 언덕이 많아 고저차가 크고, 해안 곳곳에 매립지가 있는 부산의 지형적 특성도 수도관 누수율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합니다.
이러한 불리한 조건 속에서 부산 상수도가 유수율 90%대에 진입한 것은 선진 상수도 관리기법을 도입하고, 노후 상수도관 정비사업 등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노력을 벌인 결과입니다.
부산시는 시내 땅 속에 묻혀있는 8천255km에 달하는 상수도관을 469개의 블록(구역)으로 나눠 관리하는 ‘블록구축사업’을 지난해 끝냈습니다. 전국 처음으로 상수도관 주요지점의 수량·수압·수질을 실시간으로 ‘손금 보듯’ 파악할 수 있는 과학적인 관리 시스템을 갖춘 거죠. 이 시스템 구축으로 부산시 상수도본부 종합상황실에서는 시내 전체 물 흐름을 실시간으로 한 눈에 파악, 원활하게 물을 공급하도록 조절할 수 있습니다. 12개 지역 상수도사업소에서는 해당 지역 상수도관의 수량·수압·수질에 이상이 생길 경우 경보음이 울려 직원들이 즉시 출동해 조치를 취합니다. 사진 속 컴퓨터 옆에 경광등 같은 거 보이시죠? 이상이 생기면 그게 요란하게 울린다고 하네요. 뿐만 아니라 상수도관 각 구역의 수량·수압·수질 수치를 매일 분석, 평소와 다른 수치를 보일 경우 관로 이상을 감지해 미리 손을 쓸 수도 있습니다.
부산시는 이와 함께 지난해 2단계 노후 수도관 정비사업을 끝냈으며, 각 가정의 수돗물 누수 방지를 위해 무료점검서비스를 1천9천10회나 실시했습니다. 언제라도 국번없이 ‘121’만 누르면 누수신고를 할 수 있는 거 아시죠? 이밖에 각 가정에 누수탐지비를 517차례나 지원했고, 누수신고 포상금제도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2017년까지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최고 수준의 유수율인 92.5%를 조기 달성하기 위해 더욱 치밀하게 물 손실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 전문기관과 함께 누수탐사사업도 벌일 계획입니다.
부산시가 물 낭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이렇게 애쓰는 만큼, 부산시민들도 모두 물 한 방울이라도 아끼는데 동참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 오늘 점심식사 마치고 이 닦을 때 컵 사용하는 것부터 시작합시다.^^
- 작성자
- 구동우
- 작성일자
- 2011-03-08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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