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친절체험 우수사례(4)/ 키 작은 장 아저씨
심혜랑 (부산시 남구도서관)
- 내용
- 다른 관공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이곳 도서관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각양각색의 방문객 중에는 따뜻하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전쟁에 나서는 사람처럼 호전적인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 사람은 내게 웃음을 잊지 않게 해준 어떤 민원인이다. 그 분에게도 누구보다 멋진 이름이 있었지만, 우리 사이에는 \"\장 아저씨\"\로 통했다. 130㎝ 정도 되는 그리 크지 않은 키에, 조금은 모자라는 듯한 분이었다. 종교 때문인지 늘 불경을 보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 복사도 하고, 나름대로 스크랩도 하는 모습이 진지해 가끔씩 대단해 보일 때도 있었다. 그런 장 아저씨가 나타나면 조용하기만 하던 자료실이 떠들썩해진다. “안녕하세요?”하고 어눌하지만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네기 때문이다. 웃으며 건네는 인사인지라 차마 조용히 하라는 말도 못한다. 인사를 하고 난 뒤에는 언제나 “사물함이요”하며 신분증을 내민다. 자료실에는 가방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신분증을 맡기고 사물함을 이용하게 되어있다. 그는 이런 사소한 것도 열심히 지킨다. 그러나 막상 사물함에 넣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빈손으로 오기 때문이다. 사물함을 이용한다기 보다는 그냥 말 한번 건네 보는 것 같았다. 사물함은 16개가 한 조로 되어있고, 왼쪽 위에서부터 아래로 1번, 2번의 순서로 나열되어 있다. 하지만 장 아저씨와의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사물함의 배치가 나에게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그날도 별다른 소지품이 없건만 장 아저씨는 웃으며 신분증을 건넸고, 나 또한 별 생각 없이 열쇠를 건네주었다. 그 후 다른 일에 몰두해 있다가 무심코 바깥을 내다보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유리창 너머로 뭔가 동그랗고 까만 것이 위로 솟았다 내려갔다 하는 것이었다. 한참을 쳐다보고서야 그것이 장 아저씨의 머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저씨, 왜 그러세요?” 장 아저씨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랬더니 아저씨는 “사물함 번호가 K-13 맞지요? 저걸 열어야 되는데…….”하며 우물거렸다. 키가 작은 아저씨는 자신의 키보다 높은 곳에 있는 사물함을 열기 위해 계속 폴짝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그 착한 사람은 왜 그런 열쇠를 줬느냐고 따지기는커녕 도리어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는 듯 열쇠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순간, 내 자신이 너무 못됐다는 생각이 울컥 가슴을 치밀고 올라와 얼굴을 들 수 없었다. 내가 이토록 이용자의 편의나 배려에 무심했던가 하는 반성이 밀려왔다. 이젠 장 아저씨가 오면 아저씨 키에 딱 맞는 사물함 열쇠를 드린다. 그리고 누구나 맨 밑의 사물함은 싫어하기 때문에 일찍 자료실을 이용하는 분들께는 맨 밑 사물함을 드리지 않는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사물함의 열쇠 고르기, 그러나 이용자는 사물함의 위치 하나에도 마음이 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의 처지를 세심하게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이용자가 느끼든 느끼지 못하든 사물함의 열쇠를 고르면서 나는 오늘도 머리를 굴린다. “이게 몇 번째 사물함이더라?” 심 혜 랑/부산시 남구도서관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0-06-0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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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8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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