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차문제의 본질- 구체적 일정 세워 조속히 가동토록
김기현 문화일보 시정출입기자 투고
- 내용
- 삼성차문제의 원인과 본질은 의외로 간단하다. 정부가 처음부터 무리하게 빅딜에 개입해 7개월의 시간을 허비한 뒤 결국 빅딜에 실패한 데 있다. 지역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입었지만 정부는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을 뿐 아니라 수차례 약속까지 어겼다. 98년 12월 7일 정부가 삼성차의 빅딜을 발표한 이후 삼성차 가동중단과 함께 대부분 부품 협력업체의 가동도 중단됐다. 협력업체들은 인수자가 빨리 결정돼 삼성차에 맞춰져 있는 생산라인을 바꿀 시간을 얻을 때까지 삼성차가 생산되길 바랐다. 지난 4월 김대중 대통령이 “부산을 세계적인 자동차 산업단지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그동안 정부발표를 보면 이같은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6월 30일 법정관리신청이 발표됐다. 협력업체와 부산시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했다. 사태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아무런 사후 보장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산시와 경제계,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자동차산업 진출의 꿈을 이뤘던 삼성그룹과 이건희회장은 삼성생명 주식만 내놓고 뒤로 물러앉았다. 정부는 이같은 사태의 원인과 본질을 무시하고 부산 민심을 무마하기 위해 다시 몇 번씩 말을 바꾸며 임시방편적인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러한 정략적 해결방식에다 서울의 경제학자들과 연구기관에서 나온 경제논리까지 가세해 본질을 왜곡해 버렸다. 이 경제논리는 `삼성차는 생산하면 생산할수록 손해가 나기 때문에 하루빨리 청산해 공장을 아파트 부지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경제와 부산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서울 등의 여론 주도층을 비롯해 다른 지역 사람들은 이 논리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외부에는 청산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지만 정부가 부산을 위해 자동차산업 유지와 함께 다른 경제살리기 대책을 내놓아 수습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게 하고 있다. 이 논리에 근거해 부산시민들이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삼성차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슈화시켜 국가경제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해괴한 주장까지 서울에서 등장하고 있다. 이같은 삼성차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오해는 삼성생명주식 상장 특혜시비와 함께 부산시민들이 원하지도 않았던 전자제품공장 이전문제에서 다른 지역의 반발을 일으키는 등 또다른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수원, 광주시민들이 비상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들끓고 있고 경남에서조차 `협력업체들의 피해는 경남도 큰데 정부가 부산만 돌보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같은 경제논리의 허점을 부산의 연구기관과 학자들은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삼성차공장에 와보지도 않고 탁상에서 수치상으로 과잉설비를 문제삼아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자동차공장은 초기에 엄청난 고정설비 비용이 투자돼 수지를 맞추려면 보통 10년이 걸리는데 가동한 지 7개월도 안된 공장에 적자를 거론하는 것은 경제이론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이론들을 다 열거하지 않더라도 무려 3조5천억원이 투입된 자동차공장을 뜯어내고 아파트 등으로 개조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서울의 산업연구원에서조차 앞으로의 자동차 수급상황을 감안하면 부산의 자동차산업은 과잉설비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철저하게 손익을 따지는 채권단도 `삼성차의 조속한 가동\"\ 입장을 밝혔다. 부산대의 자동차학 전공 교수는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삼성자동차의 회생 여부 등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자고 합리적인 제안을 했지만 청와대의 경제수석 등은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았다. 보통 법정관리 개시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빨라도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린다. 삼성자동차와 협력업체는 3~4년의 준비작업 끝에 최첨단 공장과 설비를 갖추고서도 몇 개월 공장을 돌려보지도 못하고 파산위기에 직면해 있다. 다시 얼마를 기다려야 할 것인가. 협력업체 직원들과 부산시민들은 정부와 대통령이 말의 성찬으로만 그치지 않고 당초 약속한 대로 구체적 일정을 세워 하루빨리 자동차공장을 돌려주기를 바랄뿐이다.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정부는 반드시 그럴 책임이 있고 그것만이 간단하면서도 명쾌한 해법이다. 〈문화일보 시정출입기자〉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0-06-0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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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8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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