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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508호 시정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에서, 부산 북항의 미래를 보다

글로벌 도시 탐방_유럽 항만도시 함부르크에 가다

내용

도심 속 낡은 항만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6월, 부산의 우호협력도시인 독일 함부르크를 방문해 항만 재개발 지역인 ‘하펜시티(HafenCity)’를 둘러봤다. 함부르크는 독일 북부의 중요한 항구 도시로, 유럽에서 가장 큰 해양 물류 허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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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 항만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적 청년 창업거점이자 상업 공간으로 탈바꿈한 ‘하펜시티’ 옛 창고지구 슈파이어슈타트(Speicherstadt).


항만도시 재생 통해 미래 도시로... 사람 중심 ‘15분 도시’ 착착

항만 폐창고, 청년 창업 거점으로... 인재 몰리고 활력 넘치는 매력 도시 

수도 베를린 중심주의 탈피... 도시 간 경쟁이 성장 비결

도시별 특색·산업 달라... 도시 역할 나눠 국가 경쟁력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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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미_‘부산이라 좋다’ 에디터


항만 재개발 ‘하펜시티 프로젝트’

엘베강을 따라 자리 잡은 함부르크는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경제, 문화,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랜 항만 역사와 현대적인 도시 개발이 조화를 이루며, 최근에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다양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항만 재개발 프로젝트인 ‘하펜시티(HafenCity) 프로젝트’는 함부르크가 미래 지향적인 스마트 도시로 발전하는 중요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현장에서 하펜시티 함부르크 유한책임회사(HafenCity Hamburg GmbH)의 우베 A. 카르스텐센 씨가 직접 투어를 안내하며, 하펜시티의 운영 전략과 철학을 설명했다. 현장을 둘러보며 부산 북항 재개발과 유사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20년 전, 지금 서 있는 이곳은 철제 컨테이너와 항만 창고뿐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우베 씨는 도시의 과거를 이렇게 소개했다. 하펜시티는 함부르크 옛 항만 부지 약 127헥타르를 대상으로 2000년대 초부터 단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2040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전체 면적의 약 40% 정도를 공원, 광장, 보행로 등 공공 공간으로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강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 디자인이 돋보이는 신축 건물, 곳곳의 카페와 상점들. 산업 중심지였던 이 곳은 이제 ‘사람 중심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컨테이너 야적장으로 활용되던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방향과 항만의 정체성을 문화공간으로 재해석하는 철학까지 북항과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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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에서 촬영한 함부르크 항만 재개발지역 ‘하펜시티’(출처 HafenCity 공식 웹사이트_작가 Martin El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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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펜시티’ 마젤란공원(Magellan Terrassen)(출처 HafenCity 공식 웹사이트_작가 ELBE&FLUT_Thomas Hampel).


대중교통 편리한 ‘15분 도시’  

“하펜시티는 보행자와 자전거가 우선인 도시 구조가 기반”이라고 설명한 우베 씨의 말처럼, 이 프로젝트의 핵심에는 ‘차 없는 도시’라는 구상이 자리한다. 지상에는 보행 전용 도로 옆에 자전거 도로망이 조밀하게 구축돼 있으며, 주차장은 모두 지하로 배치된다. 세대당 주차 공간은 최대 0.4대로 제한되며, 그 중 약 30%는 공유 차량이다. 

우베 씨는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기에 신혼부부나 젊은 가족 단위는 자가용을 구매하기보다 공유 차량 이용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유 차량 사용자는 각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이용할 수 있고, 차량은 필요에 따라 다른 건물의 주차장으로 반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주요 건물마다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돼 있고, 주차장은 모두 모바일 통신과 와이파이(Wi-Fi)가 가능한 스마트 환경으로 운영된다. 주요 환승 거점인 엘브브뤼켄(Elbbrücken)에는 지하철, 전기차, 자전거 등을 한데 모은 통합 대중교통 시스템도 마련돼 있다. 이는 단순히 교통수단을 배치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대중교통과 공유 교통수단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시 전체를 설계한 결과다. 생활 기반 시설 역시 보행 중심으로 설계됐다. 유치원, 학교, 마트는 물론 함부르크의 대표 공연장인 ‘엘브필하모니(Elbphilharmonie)’도 도보 거리에 있다. 주거와 문화, 여가 공간이 걷기 좋은 거리 안에서 연결되며, 부산시가 추진 중인 ‘15분 도시’ 정책과도 방향을 같이 한다.


기후 변화 대응 도시 설계

하펜시티는 기후 변화에 대응해 설계됐다. 홍수 위험이 있는 수변에 위치한 만큼, 모든 기반 시설과 건축물은 고지대에 조성되고, 도로와 광장은 계단형으로 배치되어 침수 피해를 최소화했다. 기존의 물리적 제방 대신, 도시 계획적인 접근을 통해 재난 회복력을 확보한 사례로 꼽힌다. 또한, 지속 가능한 건축 기준 역시 하펜시티의 중요한 축이다. 2010년 하펜시티 자체 ‘골드 스탠다드’ 인증제를 도입한 이후, 2017년부터는 ‘하펜시티 플래티넘’ 인증제를 의무 기준으로 삼았다. 2023년부터는 독일 지속가능건축협회(DGNB)와 연계한 ‘특별 인증제’가 적용되며, 일부 건물은 무공해 건물을 목표로 실험적으로 설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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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 재생 프로젝트로 세계적 미항으로 거듭난 ‘하펜시티’(출처 HafenCity 공식 웹사이트_작가 Foto Fri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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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펜시티’에 들어선 함부르크 대표 공연장 ‘엘브필하모니’.


성공적 항만 재생 일자리 창출

하펜시티 프로젝트는 기존 항만 지역을 주거·상업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며 약 4만5천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도시 내에 지하철, 버스 정류장 등을 신설해 접근성도 높였다. 이로 인해 문화, 교육, 관광 분야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대기업,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가 생겨나 노동 인구를 효과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항만에 이어진 폐창고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창업허브로 되살아나 유럽의 야심찬 청년 혁신가들이 몰려들고 있다.

부산 북항도 글로벌 창업허브로 도약 중이다. 북항 제1부두의 폐창고가 창업 중심지인 ‘글로벌 창업허브 부산’으로 재탄생한다. ‘글로벌 창업허브 부산’은 2026년 준공을 목표로 북항 제1부두 내 폐창고를 리모델링해 창업기업과 혁신기업 등 세계 청년들이 모여드는 창업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공모를 통해 비수도권으로는 유일하게 부산에 들어선다. 하펜시티와 북항, 두 재개발 지역의 고용 창출은 단순한 수치를 넘어 장기적인 도시경쟁력 강화의 핵심 요소가 된다.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은 2008년 착수해 일부 구간이 준공됐다. 현재는 중구·동구 일원을 중심으로 한 2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다. 총 개발 면적은 228만㎡에 달하며, 문화·업무·상업 기능이 결합한 복합 수변지구로 조성될 예정이다. 2019년부터 부산시, 해양수산부, 부산항만공사 등이 공동으로 ‘북항 통합개발 추진단’을 구성해 시민의견을 수렴하고, 개발 방향을 구체화하고 있다. 북항 재개발은 단순 항만 개발사업이 아니라 하펜시티처럼 도시 구조 자체를 바꾸는 핵심축이 된다. 시민 체류 환경의 질을 고려해 녹지, 문화시설, 교육 및 업무시설을 조성하는 등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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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 ‘하펜시티’의 부산교 표지판. 함부르크시가 부산시와 우호협력도시 체결을 기념해 부산교를 지정하고 한글로 표지판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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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 ‘하펜시티’는 보행자와 자전거가 우선인 도시 구조로 설계됐다. 슈타트라트 대여소(stadtrad station)에서 공유 자전거를 빌리는 시민(출처 HafenCity 공식 웹사이트_작가 ELBE&FLUT_Thomas Hampel).


시민에게 공간 돌려주는 도시로

유럽에서 가장 모범적인 항만 재생 사례로 손꼽히는 하펜시티는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유사한 수변도시 개발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참고 모델이 되고 있다. 그 성공의 중심에는 물리적 구조나 인프라뿐만 아니라 도시를 계획하고 운영하는 방식, 그리고 시민과 공유하는 철학이 있다. 함부르크 시민들은 도시 재개발로 인한 변화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한 시민은 “이곳은 우리 아이들이 뛰놀고, 예술을 접하고, 자연과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도시를 바꾸는 일은 결국 ‘공간을 어떻게 되돌려줄 것인가’의 문제였다. 부산도 시민에게 바다와 공간을 돌려주는 도시가 될 수 있을까. 하펜시티에서 그 가능성을 봤다. 하펜시티의 사례는 북항이 도시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할지를 고민하는 데 중요한 비교 기준이 될 것이다.

작성자
구동우
작성일자
2025-08-06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508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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