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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듣는 또 하나의 방식 ‘도시 소리 풍경: 부산 사운드 스케이프 국악 프로젝트’ 탐방기

국악으로 재구성한 부산의 일상과 소리의 층위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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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아세안주간 방문기에 이어 다시금 동구 문화플랫폼을 찾았다. 이번에는 부산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지난 12월 6일부터 12월 10일까지 진행된 전시 <도시 소리 풍경: 부산 사운드 스케이프 국악 프로젝트>를 감상하기 위함이었다. 익숙한 부산의 풍경을 이미지가 아닌 소리, 더 정확히는 국악이라는 매개를 통해 재구성한 이 프로젝트를 전시장을 하나의 거대한 청취 공간으로 만든다.


제공해준 팜플렛에 따라 차례대로 작품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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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옛날 TV 속 영상이었다. '해녀'라는 테마로 어망과 함께 전시되어있었는데 이는 그물과 어망의 구조를 수중에서 공중으로 확장하여 물속에서 어망이 부유하는 장면을 구현한 것이라고 한다. 어망을 공중에 배치함으로써 마치 수중에 잠긴 듯한 환경 속을 이동하게 되며, 부유하는 그물의 선과 결은 물속에서의 호흡, 압력, 부력의 감각을 공간 전체에 확장시키며 물의 흐름과 잠수의 리듬을 체험하게 된다.


이를 생명력으로 가득찬 영도 해녀들의 숨비소리와 그들을 품어온 바다의 울림을 전통 악기 '피리'의 숨결로 조화롭게 구현한 음악을 전시회에 비치된 헤드셋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이는 벽면의 QR코드를 통해 개인 기기로도 감상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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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바람'을 테마로 한다. 보이지 않는 바람을 흔들리는 천의 움직임으로 시각화한 해당 작품은 금정산의 기운을 아쟁의 낮고 진득한 성음으로 표현한 음악과 함께 체험해볼 수 있겠다. 천 사이사이를 지나가며 바람과 산의 진동으로 체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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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가장 인상깊게 느꼈던 '사찰'이다. 향을 피워놓고 눈을 감은 뒤 끈에 몸을 맡긴 채 기둥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체험을 해볼 수 있었는데 이는 불교에 걸음을 통해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는 수행 '경행'의 일부로 할 수 있었다. 선암사의 고즈넉한 바위와 숲, 그리고 잔잔한 정취를 대금의 청성곡으로 표현한 음악과 함께 기둥 사이를 순환하며 청각과 후각에 의식을 집중하는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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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 편하게 빈백에 누워 해운대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테마도 존재했다. 모래시계를 뒤집어 내가 이곳에 남긴 흔적을 남길 수도 있었다. 앞서 방문한 이들은 모래로 자신의 이름을 남기거나 혹은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남기거나 하는 식으로 이곳에 방문한 기록을 각자의 방법대로 남겼는데 나 또한 모래에 손가락을 올려 이리저리 휘저으며, 아무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내 흔적을 남기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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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는 정민영 작가의 작품으로 음정이 있는 돌을 자유롭게 두드릴 수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부산의 여러 장소에서 채집한 도시의 소리를 국악의 어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파도와 바람, 항구와 시장, 골목과 일상의 소음들이 가야금, 피리, 대금, 소금 같은 전통 악기의 음색과 만나며, 익숙한 도시가 낯선 결로 다시 들린다. 지금까지는 일방적으로 주어진 음악에 몸을 맡기는 체험이 대다수였던 반면 이 파트에서는 내가 직접 새로운 음악을 구성할 수도 있어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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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다시금 익숙한 공간을 눈에 담았다. 자갈치시장과 같은 공간을 다룬 작업에서는 ‘소란’으로 인식되던 소리가 리듬과 구조를 갖춘 하나의 풍경으로 전환된다. 이는 도시의 활기를 미화하기보다는 그 안에 축적된 시간과 노동의 감각을 소리로 번역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벽면에는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을 주제로 한 회화와 드로잉 작업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인물 중심의 그림들은 특정 개인의 초상이라기보다, 도시를 구성해온 얼굴들의 집합에 가깝다. 이는 소리 중심의 전시가 자칫 추상으로 흐를 수 있는 지점을 보완하며, ‘이 소리는 어디서 비롯되었는가’라는 질문을 시각적으로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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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는 국악을 전통의 틀 안에 가두지 않는다. 대신 국악을 도시를 해석하는 하나의 언어로 제시하며, 현재의 부산과 자연스럽게 접속시킨다. 소리는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생성되고 변화하는 감각임을, 그리고 도시는 시각만으로는 결코 완전히 이해될 수 없다는 사실을 조용히 상기시킨다.


〈도시 소리 풍경: 부산 사운드 스케이프 국악 프로젝트〉는 관람 후 강한 인상을 남기기보다, 전시장을 나선 뒤에도 일상의 소리를 다시 듣게 만든다. 거리의 소음, 시장의 웅성거림, 바다의 잔잔한 파동이 이전과는 조금 다른 결로 들린다면, 이 전시는 이미 제 역할을 다한 셈이다.

도시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서, ‘듣는 전시’가 가진 가능성을 차분하게 보여준 자리였다.




작성자
임주완
작성일자
2025-12-16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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