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붉은 색
- 내용
- 혁명, 자유, 투쟁 등을 이야기 할 때 떠오는 색상, 이미지는 단연 `붉은 색’이다. 옛 소련이나 그 위성국가들의 기본색은 붉은 색이었다. 붉은 색이 처음부터 공산주의의 상징은 아니었지만 소련이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혁명(피)을 표방하는 깃발로 적기를 사용하면서 공산권 국가의 국기는 무조건 `붉은 색’이었다. ▶붉은 색이 공산혁명의 상징이 되면서 자유진영에는 적색기피증이 생겨났다. 정도가 심한 경우 컴플렉스 수준으로 치닫기까지 한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우리로서는 물론 예민할 수 밖에 없지만 우리가 바로 지난 수십년간 `레드 컴플렉스’에 시달린 대표적인 나라다. 이 때문에 교기가 붉은 색인 모대학교는 일반인에게 좌익 성향의 대학으로 의심받기까지 하는 웃지못할 일도 있었다. ▶한국축구팀의 `월드컵 4강 신화’가 이뤄진 2002 한일 월드컵의 최대 화제중 하나는 단연 `붉은 악마’다. 전국을 뒤덮은 붉은 물결에 세계가 경탄했다. 지난 4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대 폴란드전을 시작으로 한국은 온통 `붉은 색의 축제’였다. 붉은 색의 물결과 경기장을 뒤흔드는 구호는 12번째 선수가 됐고 승리의 수호신이 됐다.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이아 스페인의 선수들은 한결같이 “붉은 색 관중의 열화 같은 응원 때문에 위축됐다”고 말했다. ▶이제 각종 광고의 70% 이상이 붉은색을 주요 색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의류·화장품업계 역시 붉은 색의 상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등 `레드 마케팅’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 축구가 반세기 만에 월드컵에서 첫 승을 올린 후 우리나라의 상징 색은 붉은 색으로 굳어지는 느낌이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2-06-27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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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0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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