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지방선거
- 내용
- 지방자치제의 전통을 말할 때 흔히 향약제도를 꼽는다. `약장’ 또는 `향헌’이라고 부른 향약의 대표는 선출직이었다.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있는 사람은 `향원’이라고 칭했다. 마을 사람 가운데 70세 이상의 고령자나 생원 진사 등의 과거급제자, 학문과 덕망이 있는 자 등이 향원의 대상이었다. ▶약장 후보자를 천거할 때 가까운 친인척은 천거할 수 없었고 득표순으로 3명을 뽑은 뒤 재투표하는 형식으로 약장을 선출했다. 선거 홍보물이나 신문에 난 기사 몇 줄을 보고 뽑아야하는 기초의원 또는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선거(언론이 관련 기사를 가득 메우고 있는 광역자치단체장 선거는 예외다)와는 달랐다. 어찌보면 요즘 선거보다는 훨씬 민주적이었다. ▶특히 향약은 마을마다 특색이는 고장 풍속을 만드는 것이 관행이었다. 어떤 마을은 노인을 특별히 공경한다든지, 외지인들에게 유별나게 친절하다든지 하는 개성있는 풍속을 만들어 냈다. 지자제가 본격 실시된지 7년이 지났지만 특색있는 제도 또는 풍속을 만들고 계승했다는 지자체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모든 지역이 돈벌이와 전시성 행사에 혈안이 된 것 같이 느껴진 7년이었다. ▶지방선거가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기전부터 부정선거 시비와 상호비방 등 혼탁선거의 전형적인 징후를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정치혐오증을 드러내며 투표 포기의사를 밝히는 시민도 쉽게 눈에 띈다. 그러나 토마스 만이 ‘정치를 경멸하는 국민은 경멸당할 정치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했듯이 이제는 `한 표’의 의미를 깊게 생각하는 선거를 만들어야 할 때다. 비록 우리 선조들이 향약의 대표를 뽑을 때처럼 후보들의 면면을 자세히 모를지라도.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2-05-31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
부산이라좋다 제1013호
-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