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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204호 칼럼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일인가?

부산시에 바란다

내용

새해 덕담을 주고받은지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 봄이다. 올해로 나이 앞자리 수를 `6'으로 갈아타면서 나이는 어쩔 수 없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신체의 변화를 통해 실감 중이다. 나름대로 천천히 겪어가자며 애써 토닥거리지만 마음이 시간을 못 쫓아가는 것 같아 조급함이 더해지는 요즘이다. 가는 곳마다 익숙지 않은 무인시스템이 이런 조급함을 더 부추기는 것 같기도 하고 ….


얼마 전, 친구와 유명 피자전문점에서 약속이 있었다. 자리를 안내한 직원은 테이블 위 키오스크를 가리키며 직접 주문을 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얼른 가버렸다. 친구와 마주보고 서로 멋쩍게 웃다가 한번 해 보자며 기계 앞으로 바짝 붙어 앉았다. 시키는대로 누르고 또 눌렀지만 처음으로 돌아가기를 수십 번! 사용설명 한 줄 없는 복잡한 조작방식에 시장기를 넘어 진땀까지 났다. 급기야 직원을 불러 자꾸 오작동이 난다고 했더니 키오스크를 누르던 직원이 하는 말. "오작동이 아니고 잘못 누르셔서 그렇거든요. 바쁜데 어떻게 일일이 저희가 다해 드려요? 종류는요? 사이즈는요?"하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질문을 늘어놓았다. 이 일이 내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왠지 화도 나고 민망스럽기도 한 마음에 시계를 봤더니 어느새 30분이 지났다. 친구와 눈이 마주쳤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일어서 부르는 소리를 뒤로하고 그곳을 나왔다.


나는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내가 필요한 만큼은 큰 불편 없이 사용한다. 그런데도 요즘 여기저기 놓인 무인시스템 앞에만 서면 왜 이리 작아지는지, 뒤에 사람들이 서 있을 때는 더 그런 것 같다. 문득, 점심시간을 놓쳐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라도 살라치면 그놈의 기계 때문에 문 앞만 왔다 갔다 하다가 그냥 온 적도 있다는 어르신 말씀이 떠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어쩌다 용기내서 무인시스템 앞에 서면 `테이크아웃'이니 `솔드아웃', `더블샷' 등 알 수 없는 말에 한없이 작아지셨을 순간들. 어르신 스스로 초라해졌을 모습들이 그려졌고 그것이 곧 나의 일이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키오스크를 불편해하기는 노년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도 마찬가지다. 특히 부산은 이미 우리나라 특·광역시 중 제일 먼저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여러 곳에서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만 부산이 먼저, 어르신과 중·장년층을 위한 좀 더 실질적인 교육프로그램을 늘렸으면 한다. 배우려고 해도 사용하는 용어들이 낯설어 쉽게 포기하기도 하고, 배워도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는데 무인기마저 가는 곳마다 사용방법이 달라 기계가 설치되어 있는 곳은 가기가 꺼려진다. 


사람을 위해 편리상 만들어진 무인시스템이 사람을 초라하게 하는 불편함이 있다면, 혹시 우리는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디지털시대의 편리함에 잘 적응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그 과정을 찾아보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22-최애숙님cw8
최애숙·중구 영주동 

작성자
차세린
작성일자
2022-03-02
자료출처
다이내믹부산
제호

다이내믹부산 제202204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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