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보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못 본  / 그 꽃”

고은 시인의 시 '그 꽃'의 전문이다. 산을 오를 때 정상만 바라보고 올라가면 등산로 주변에 있는 꽃과 나무, 아름다운 풍경들을 놓치게 된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성공이라는 목표에만 집착하지 말고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을 즐겨야 인생이란 여행에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성공한 CEO, '행복하게 살면 성공해'

미국에서 성공한 CEO들을 대상으로 성공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CEO로 성공해서 행복해졌다'고 대답한 사람은 37%에 불과했고 나머지 63%의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았더니 성공하게 됐다'고 대답했다. 성공을 통해 행복을 얻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즉, 성공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면 성공하는 것이다.

'눈을 떠라! 행복의 열쇠는 어디에나 떨어져 있다. 기웃거리고 다니기 전에 먼저 마음의 눈을 닦아라!'는 앤드루 카네기의 말처럼 행복은 먼 산의 꼭대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등산로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따라서 높게 멀리만 바라보면 절대로 주변에 피어 있는 행복이란 꽃을 발견할 수 없다.

예일 대학, 덴버 대학, 이스라엘 히브리대학 공동 연구진은 '행복이 불행을 불러올 수 있는 유형'이라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실험 참가자들을 A와 B 두 그룹으로 나눈 후 A그룹은 행복의 가치에 관련된 기사를, B 그룹은 행복과 무관한 기사를 읽게 했다. 그 다음 두 그룹을 대상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가족 간의 사랑과 행복을 다룬 영화를 보게 했다. 그 결과 B그룹의 사람들은 큰 감동을 받았지만, A그룹의 사람들은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토대로 지나치게 행복을 기대하거나, 어떤 일을 하는 목적을 행복에서만 찾으려 하면 반대로 불행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매일 긍정적인 생각을 통해 행복해지려는 노력이 오히려 더 큰 실망감을 불러오며 행복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내린 최종 결론은 '행복의 비결은 행복해져야 한다는 지나친 걱정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행복을 수중에 넣는 유일한 방법은 행복 그 자체를 인생의 목적으로 삼지 말고 행복 이외의 어떤 다른 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 일이다'라는 존 스튜어트 밀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설명일 것이다.

지나친 행복 추구 오히려 불행 초래

인생에서 참다운 행복을 누리려면 행복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 첫째, 성공하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면 성공하는 것이다. 둘째,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높게 멀리만 바라보지 말고 지금 내 주변에 있는 행복을 가깝게 자세히 둘러봐야 한다. 셋째, 행복만을 최고 목표로 생각하지 말고, 다른 일에 열정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다보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에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우연히 '어제와 오늘 사이에 밤이 있는 이유는 생각의 옷을 갈아입으라는 뜻'이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이제 곧 봄이다. 가을이면 나무들이 옷을 벗고 봄이 되면 새 잎으로 갈아입듯이 우리도 생각의 옷을 갈아입고 새로운 관점으로 푸르른 인생을 살아보자. 행복은 높게, 멀리 보는 것이 아니라 낮게, 가깝게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