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 당·신·멋·져
- 내용
한 해를 너그럽게 마무리해야 할 송년회 철이다. 송년회에서 꼭 준비해야 할 요소는 건배사(건배구호). 건배 문화는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의 건배(乾杯)라는 말은 '잔(杯)을 깨끗이 비운다(乾)'는 뜻이다. 중국과 일본도 발음만 다를 뿐 같은 말을 쓴다. 한 해를 송별하며 나누는 건배, 누구나 재미있는 건배 구호 한두 개쯤 준비해야 한다.
어느 사회, 어느 모임이건 건배사는 있다. 다만 한국처럼 '창의적' 건배사가 발달한 나라는 드물단다. 건배사만 잘해도 '단번에'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단다. '수요는 공급을 낳는다'? '특별한 날 30초의 승부-스토리 건배사'란 책이 있다. 장소별·주제별 건배사 105개를 담고 있다. 상황별 건배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있다.
일찍이 철학자 베르그송이 '웃음'이란 책에서 간파했듯, 남을 웃길 수 있는 능력은 인간만의 특권이다. 다만, 농담이나 유머는 쉽지 않다. 유머감각은 누구에게나 매력 포인트지만, 조금만 어긋나도 어색함·불편함이다. 얼마 전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K씨의 건배사 '오바마'가 그것이다. 그는 '오빠, 바라만 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 결국 그는 성희롱 논란 끝에 공직을 사퇴했다. '한 방에' 간 것이다.
'당신멋져'-내가 좋아하는 건배 구호다. 오늘날 삶 자체가 전쟁인 시대, 그 강퍅한 생활을 이겨낼 구호다. 풀 텍스트는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져 주자'. 이 구호의 핵심은 마지막 '져'에 있다. 져준다는 것, 힘 있고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우린 누구나 누군가에겐 더 힘 있고, 더 가진 사람이다. 져주며 산다는 것, 인생엔 그래야 할 때가 많지 않을까. 오늘도 송년회는 열릴 것이다.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할 것이다. 그때, 함께, 이렇게 외쳐보면 어떨까? "당·신·멋·져!"라고.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10-12-2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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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4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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