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다이내믹 부산 제1455호 칼럼

수평선 - 당·신·멋·져

내용

한 해를 너그럽게 마무리해야 할 송년회 철이다. 송년회에서 꼭 준비해야 할 요소는 건배사(건배구호). 건배 문화는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의 건배(乾杯)라는 말은 '잔(杯)을 깨끗이 비운다(乾)'는 뜻이다. 중국과 일본도 발음만 다를 뿐 같은 말을 쓴다. 한 해를 송별하며 나누는 건배, 누구나 재미있는 건배 구호 한두 개쯤 준비해야 한다.

어느 사회, 어느 모임이건 건배사는 있다. 다만 한국처럼 '창의적' 건배사가 발달한 나라는 드물단다. 건배사만 잘해도 '단번에'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단다. '수요는 공급을 낳는다'? '특별한 날 30초의 승부-스토리 건배사'란 책이 있다. 장소별·주제별 건배사 105개를 담고 있다. 상황별 건배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있다.

일찍이  철학자 베르그송이 '웃음'이란 책에서 간파했듯, 남을 웃길 수 있는 능력은 인간만의 특권이다. 다만, 농담이나 유머는 쉽지 않다. 유머감각은 누구에게나 매력 포인트지만, 조금만 어긋나도 어색함·불편함이다. 얼마 전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K씨의 건배사 '오바마'가 그것이다. 그는 '오빠, 바라만 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 결국 그는 성희롱 논란 끝에 공직을 사퇴했다. '한 방에' 간 것이다.

'당신멋져'-내가 좋아하는 건배 구호다. 오늘날 삶 자체가 전쟁인 시대, 그 강퍅한 생활을 이겨낼 구호다. 풀 텍스트는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져 주자'. 이 구호의 핵심은 마지막 '져'에 있다. 져준다는 것, 힘 있고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우린 누구나 누군가에겐 더 힘 있고, 더 가진 사람이다. 져주며 산다는 것, 인생엔 그래야 할 때가 많지 않을까. 오늘도 송년회는 열릴 것이다.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할 것이다. 그때,  함께, 이렇게 외쳐보면 어떨까? "당·신·멋·져!"라고.

 

작성자
부산이야기
작성일자
2010-12-29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455호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페이지만족도

페이지만족도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십니까?

평균 : 0참여 : 0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를 위한 장이므로 부산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부산민원 120 - 민원신청 을 이용해 주시고, 내용 입력시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광고, 저속한 표현, 정치적 내용, 개인정보 노출 등은 별도의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부산민원 120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