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 추석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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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없음 수평선 / 추석 유감
추석이다. 우리 명절에는 설날도, 단오도, 동지도 있지만, 그 대표는 역시 추석이다. 이름부터 뜻이 정겹다. `가을(秋)'도 좋은데, 저녁(夕)까지 겹쳤으니 얼마나 낭만적인가. 한글 이름도 좋다. `한가위', 8월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다. 자연이 풍성하고 푸근하니 우리네 마음도 풍요로워진다. 한가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그저 나왔겠는가. ▶ 우리 민족의 추석 전통은 귀성이다. 고향을 찾아 일가친척을 만나고 옛 어른의 덕을 기리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이다. 자신을 곧추세우며 가족·친지·이웃의 복을 소망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다만 그 귀성길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는 게 아쉬운 일이다. 더러는 `민족 대이동'이라 하고, 더러는 `혹독한 전쟁'이라 아우성이다. 일찍이 민족 대이동을 경험한 서구사람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귀성 전쟁, 이게 우리의 독특한 명절 분위기다. ▶ 올 추석 부산에선 141만명이 귀성길에 오를 전망이다. 전체 시민의 33.2%다. 부산에서 이 정도, 전국에서 4천624만명이 한꺼번에 모이고 움직이니 걱정도 없지 않다. 부산시는 늘 그러하듯 올해도 추석연휴대책을 시행한다. 귀성객·성묘객 수송, 재난 안전관리, 비상진료체제 가동, 성수품 수급조절 같은 것이다. ▶ 추석을 맞는 두근거림 속에 피치 못할 걱정도 있다.`추석 위기론'이다. 추석은 어김없이 돌아오건만 그 모양새는 눈에 띄게 달라진다. 교통난을 피해 미리 성묘 다녀오기, 부모가 자식집을 찾는 역귀성 정도는 이제 얘깃거리도 아니다. 농촌은 고향의 흔적을 잃어가고, 자손들은 휴양지를 즐겨 찾는다. 앞으로의 변화는 훨씬 빠르고 엄청날 것이다. 귀성·성묘 같은 민속이 언제까지 명맥을 유지할지 의문이다. 역시 중요한 것은 전통 양속에 대한 마음이요 정성인데….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7-09-1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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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2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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