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 살신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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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없음 수평선 / 살신성인(殺身成仁)
구약성서 창세기에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가 나온다. 이스라엘 사해 남쪽 인근의 이들 도시는 의인 10명이 없어 유황불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의인수를 50명에서 45명, 30명, 20명까지 줄여가며 도시를 구하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결국 허사였다. 온통 도시가 죄악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당시 심각한 죄악으로 머지않아 도시가 멸망하리라는 선각자들의 충고가 이어졌지만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없었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부산과 대한민국에는 과연 몇 명의 의인이 있을까. 지난 14일 화재현장에 출동해 동료들을 제쳐두고 불길 속에 몸을 던져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려다 산화한 고 서병길 소방관은 분명 부산의 의인이다. 서 소방관은 정년퇴직을 한 달여 앞두고 쉬어도 되는 위치였지만 그는 30여 년 동안 변함없었던 솔선수범의 모습을 동료들에게 유언처럼 남겼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5일 어린이 날 축하행사가 열린 수원 공군비행장에서 에어쇼를 하다 고장난 항공기와 함께 순직한 고 김도현 소령도 분명 우리나라의 의인이다. 기체고장으로 급강하하던 항공기가 관람석에 있던 수천 명의 어린이와 시민들을 덮쳤을 경우 대형 참사가 불가피했다. 항공기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을 경우 즉각 비상 탈출하는 것이 공군 조종사들의 기본원칙이란 점을 감안할 때 김 소령은 마지막까지 살신성인의 정신을 발휘한 것이다. 또 부산출신으로 지난 2001년 일본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고 이수현 씨도 부산은 물론 우리나라의 의인이 틀림없다.
▶이들 의인들은 애도 속에 모두 우리 곁을 떠나갔지만 그들이 남긴 살신성인의 정신은 우리들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숨쉬고 있다. 우리는 의인들의 정신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진정 이 시대의 참된 공직자상이 무엇인지 진정한 희생정신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6-11-22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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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2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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