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우리가 남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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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없음 수평선/ 우리가 남이가
유행어란 그 시대 그 사회의 모습·여론을 효율적으로 반영한다.
그 시대상을 이해하는 빠른 지름길이다. 해방 직후 유행어로 ‘38 따라지’ ‘보릿고개’ ‘골로 간다’ ‘사바사바’‘빽’ 같은 말들이 있다. 70년대 들어선 이른 바 정인숙 사건의 여파인 ‘오빠 조심 명함 조심’, 잦은 긴급조치 발동에 따른 ‘긴조시대’, 80년대에 들어선 민주화의 열망을 담은 ‘서울의 봄’, 대학입시 때 나온 ‘배짱지원’에, 전두환 대통령 시대의 ‘땡전뉴스’도 있다.
▶1990년대 들어 경상도 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린 유행어는? ‘우리가 남이가?’이다. 1992년 대선 때 부산에서 탄생했다. 부산-경남-경북 등은 ‘경상도’ 라는 지역연고를 내세워 영남권 표심을 모으려는 정치적 수사였다. 유행어는 주로 부정적이거나 어두운 뜻을 담고 있긴 하지만, 오늘 즈음 이 말은 그럴듯한 공감과 함께, 은근한 기대까지 불러 일으킨다. 부산·울산·경남의 동남권 공동발전 협약 때문이다.
▶부산시장·울산시장·경남지사는 며칠 전 발전협의회를 갖고 10개 현안과제를 함께 추진키로 합의했다. 역내 인력·자산·재원을 함께 활용하고 중복투자를 피해 동남권의 공동이익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 광역전철망 조기 구축에 함께 나서고, 해외시장 개척도 함께 나서자는 것이다. 연안 적조피해도 함께 대응을 꾀하기로 했다.
▶옛 유행어를 되새길 필요도 없다. 부산-울산-경남은 원래 하나였다.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일상생활상 같은 문화권이었다. 세 지역이 많은 단절, 적잖은 대결의식은 갖는 것은 오직 행정구역 때문이다. 그 대수롭지 않은 이유로 지금 같은 단절과 갈등을 계속 감내할 순 없다. 부·울·경은 ‘한 통속’ 기질을 살려 공존과 번영을 다짐해야 한다. ‘우리가 남이가?’-이 묵은 유행어는 오늘 부·울·경이 함께 다짐해야 할 시대적 과제이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6-09-07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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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2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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