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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그해 여름 숲 속에서

부서명
여성문화회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07-23
조회수
757
공공누리
OPEN 출처표시,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첨부파일
내용
 
<그해 여름 숲 속에서>

                    김 지향

이른 아침 산을 오른다

아직 바람은 나무를 베고 잔다
동쪽 하늘에 붉은 망사 천을 깔던 해가 숲을 깨운다
숲은 밤새 바람에게 내준 무릎을 슬그머니 빼낸다
베개 빠진 바람머리 나뭇가지에 머리채 들려나온다

잠 깬 산새 몇 마리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그네를 뛰는 사이 숲들이 바람뭉치를 머리 위에 올려놓고
북채가 된 가지로 산새의 노래를 바람 배에 쏟아 부으며
탬버린이 다 된 바람 배를 치느라 부산떤다

입 다물 줄 모르는 가지가 종일 바람바퀴를 굴린다
숲 속은 진종일 탬버린 소리로 탱탱 살이 찐다
세상을 때려주고 싶은 사람들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아래서 위로 숲을 안고 돌며 바람바퀴를 굴리는
숲의 재주를 배우느라 여름 한 철을 숲에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