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야기-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오시게장의 추억
따뜻한 정을 찾아 노포 5일장을 간다
- 내용
막 걸음을 떼기 시작한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나는 노포동 부산종합터미널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저쪽에서 엄마가 걸어오고 계셨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부산 들어오는 데 좀 막히더라. 아이고, 우리 준영이 많이 컸구나."
결혼 후 아이를 낳고 부산으로 이사를 왔다. 친정과 친구들을 뒤로하고 남편과 돌배기 아이와 새로운 곳에서 출발한 셈이었다. 작은 전셋집에서 아직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와 둘이 지내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것에도 멀어지고 말할 상대가 그리웠다. 그래서 한두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친정 엄마의 방문은 오아시스 같은 선물이었다.
"부산 같은 도시에도 이런 5일장이 서네. 구경 좀 하고 가자."
횡단보도 앞에서 초록불을 기다리며 서 있는데 벌써 장날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신이 났다. 좌판 앞에는 쪼그려 앉아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 뒷짐을 지고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엄마는 시장 구경에 신이 나셨고, 나는 사람 구경에 신이 났다. 정말 시골 5일장 같았다. 시장을 돌다 보니 우리 손에도 검은 비닐봉지가 하나둘 늘어났다. 아이까지 3대가 함께 왔다며 상인들은 덤을 더 넣어주셨다.

△매월 끝자리가 2일과 7일 열리는 노포 5일장인 '오시게시장' 전경. 사진·문진우그 후, 엄마는 가급적 2일과 7일에 맞춰 부산에 오셨고 우리는 풀빵을 먹으며 시장을 돌아다녔다. 식당을 예약해 두어도 엄마는 장터에서 먹는 국밥이 더 맛있다며 하셔서 수구레국밥을 먹고 집으로 모시고 오기도 했다.
노포 5일장(오시게시장)은 매달 2·7·12·17·22·27일에 서는 전통시장이다. 평소에는 전혀 시장 같지 않는 지역인데 이 날만 되면 옛 추억의 5일장 그대로의 풍경이 펼쳐진다.

△'오시게시장' 모습. 사진·문진우그렇다. 추억이었다. 나이 든 사람에게는 젊은 시절을 떠올리는 추억의 장소이고, 젊은 사람에게는 옛 풍경을 체험하는 시간 같은 곳이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현재의 삶을 생생히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다.
십여 년이 훌쩍 지났다. 엄마는 몸이 약해져 이제 부산에 오기 어렵다고 하신다. 하지만 노포 5일장은 여전했다. 아니 예전보다 더 건강해지고 활발해진 것 같았다. 나는 혼자서 가끔 시장을 찾는다. 친정집에 가면 엄마는 노포 5일장을 이야기하신다.
"시장 아직도 사람 많냐?"
"여전히 사람도 많고 덤도 많이 줘요. 엄마도 얼른 좋아지셔서 다시 오셔서 수구레국밥 드시러 가셔야지요."
이제는 안다. 나는 따뜻한 정을 찾으러, 그 정을 다시 확인하러 노포 5일장을 찾고 있다는 것을.
김지은 님(금정구 장전동)
- 작성자
- 조현경
- 작성일자
- 2026-04-03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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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202604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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