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는 바다, 해 지는 바다 … 겨울 부산 바다는 "걷기 천국"
재미있는 부산함께 걸어요-바다도시 부산
- 내용
부산은 바다와 함께 숨쉬는 도시다. 바다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는 방법은 두 발로 걷는 것이다. 해운대해수욕장의 길게 펼쳐진 백사장과 다대포해수욕장의 탁 트인 낙조 풍경은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느긋하게 만든다. 겨울 부산 바다는 각별하다. 평소보다 한적한 백사장은 겨울의 냉기보다 자연의 상쾌함을 선사한다. 특별한 준비도 거창한 계획도 필요 없다. 그냥 나서 보시라. 사포지향 부산의 바다는 언제든 방문자를 반긴다.

△한국을 대표하는 바다 해운대해수욕장. 겨울 부산 바다는 여름의 그것과는 다른 한적한 매력으로 방문객을 어루만진다(사진은 겨울의 해운대해수욕장 풍경).햇빛 달빛 풍덩풍덩 빠지는 보석의 바다
부산의 바다는 둘이다. 해 뜨는 바다와 해 지는 바다. 부산의 바다는 둘이면서 하나다. 해 뜨는 바다에서 해 지는 바다까지, 해 지는 바다에서 해 뜨는 바다까지 부산의 바다는 하나로 이어진다. 뜨는 해와 지는 해가 다르지 않듯 해 뜨는 바다와 해 지는 바다는 다르지 않다. 부산의 바다는 하나다.
부산의 바다는 비장하다. 해 뜨는 바다는 해가 떠서 비장하고 해 지는 바다는 해가 져서 비장하다. 해 뜨는 바다에서 해 지는 바다까지, 해 지는 바다에서 해 뜨는 바다까지 밀물처럼 밀려서 밀려서 가 보라. 그대 또한 부산의 바다와 하나가 되려니. 그대 또한 비장해지려니.
해 뜨는 바다의 시작은 기장. 해 지는 바다의 시작은 낙동강. 기장에서 해운대 쪽으로, 낙동강에서 다대포 쪽으로 부산의 바다는 뜨는 해 반짝이고 지는 해 반짝인다. 바다가 반짝이면 바다를 걷는 사람 역시 반짝인다. 반짝이는 바다, 반짝이는 사람. 부산의 바다는 거기가 어디든 반짝이고 부산의 사람은 그가 누구든 반짝인다.
바다가 반짝이는 건
해와 바다 사이
아무것도 놓이지 않았기 때문
기차 끊긴 동해남부선
기찻길이 반짝이는 건
해와 기찻길 사이
아무것도 놓이지 않았기 때문
나와 당신 사이
무엇으로 가로막으려 하는가
아무것도 놓이지 않아
더 반짝이는 당신
-동길산 시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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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해수욕장의 명물 해운대해변열차. 기찻길 옆 도보 데크를 따라 걷기도 좋다.해 뜨는 바다 해운대
해변열차 정거장은 모두 명승지
해운대는 부산 대표 바다. 기장과 함께 해 뜨는 부산의 바다를 대표한다. 빛과 풍광이 천하절색이다. 부산만 대표하랴. 한국을 대표하고 세계를 대표한다. 부산에서 동해 저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기차가 오가던 시절에도, 해운대 미포에서 송정까지 해변열차가 오가는 지금도 해운대의 빛, 해운대의 풍광은 천하절색이다. 해운대 해변열차는 복도 많다. 미포에서 송정까지 정거장마다 명승지다. 좋은 건 또 있다. 열차도 다니고 사람도 다닌다. 열차 다니는 선로를 따라서 사람 다니는 길을 내어 해운대의 빛, 해운대의 풍경을 열차와 사람이 공유한다. 열차는 느릿느릿 가고 사람은 더 느릿느릿 가면서 열차는 열차대로 반짝이고 사람은 사람대로 반짝인다.

△해운대해변열차가 지나는 청사포 도로. 인기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포토스팟이다.다릿돌전망대는 뭘까. 해변열차 정거장 중에서 미포니 달맞이니 청사포는 감이 대충 잡히는데 다릿돌은 영 어렵다. 있는 곳은 청사포. 청사포 앞바다에서 해상등대까지 나란히 놓인 암초들이 징검다리 같다고 해서 다릿돌이다. 성게며 멍게며 해산물이 풍년이라서 해녀들 `바다의 밭'이다. 다릿돌전망대와 해월전망대 모두 산비탈에서 바다 쪽으로 낸 해상 전망대다. 부산의 해상 전망대는 넷. 그중 둘이 해운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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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바다를 아찔하게 내려다보는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해월전망대.해운대 백사장 끄트머리는 동백섬. 걷기 명소다. 둘레길을 따라서 섬을 한 바퀴 돌면 세상 풍광을 다 본 듯 해박해진다. `꽃 피는 동백섬에'를 열창한 가왕 조용필의 그 심정을 알 것 같고 사직야구장에서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을 `떼창'하는 부산 사람의 그 열정을 알 것 같다. 동백섬 역시 세계를 대표한다. 2005년 APEC 정상회의가 여기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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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섬 등대광장에서 본 누리마루APEC하우스 모습.
해 지는 다대포, 빛과 역사의 바다다대포는 해 지는 부산의 바다를 대표한다. 해가 져서 발갛게 물든 하늘을 보노라면, 발갛게 물든 바다를 보노라면 보는 사람까지 발갛게 물든다. 살아온 날을 돌아보며 살아갈 날을 내다본다. 살아온 날이 긴 사람도, 살아갈 날이 긴 사람도 하나같이 발개져서는 하늘을 보다간 바다를 보고 하늘을 보다간 나를 본다.

△다대포해수욕장 습지에 조성한 생태탐방로 `다대포 고우니생태길' 전경. 사진제공·비짓부산
다대포는 역사의 도시. 그리고 국경도시다. 부산의 옛날 지도에 꼭꼭 등장한다. 조선시대 해군이 주둔하던 성이 있었고 해상으로 침범하는 적을 감시하던 봉수대가 있었다. 여기서 질문 하나! 봉수대는 평화의 상징일까, 전쟁의 상징일까. 정답은 `둘 다 맞다'다. 둘 다 맞긴 맞는데 전쟁보다는 평화에 가깝다.
조선 봉수대는 불구멍이 다섯이었다. 처음에는 둘이었다가 넷으로, 최종적으론 다섯이 되었다. 몇이 됐든 하나는 늘 불을 피웠다. 아무 일 없는 평상시에도 낮에는 연기를 피웠고 밤에는 불을 피웠다. 변고가 생기고 위급해질수록 불 피우는 구멍 숫자가 늘어났다. 조선 500년 비상시보다 평상시가 몇십 곱절 길었을 터. 국경의 봉수대에서 피우는 한 줄기 불기둥, 한 자락 긴 연기는 평화의 신호였다.
다대포 바다 먹거리는 검박하다. 검소하고 소박하다. 그러면서 질이 높다. 양과 질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성비 값이 다대포 먹거리다. 바닷가 늘어선 맛집들. 횟감 종류는 기본이고 해물칼국수, 꼼장어 등등 `부산다움'을 내세우는 맛집이 수두룩하다.

△다대포해변공원에서 본 고우니생태길과 자연습지.부산의 바다는 둘. 일망무제 탁 트인 바다가 있고 크고 작은 섬이 가로막은 다도해 바다가 있다. 다대포 앞바다는 다도해 바다. 나무섬, 모자섬, 형제섬, 외섬…, 다대포 백사장 이쪽 끄트머리 몰운대(沒雲臺)가 그렇듯 구름에 가로막힌 크고 작은 섬들. 섬을 구름으로 가로막은 다대포 앞바다는 섬의 유배지다.
지는 해가
매일매일 다르고
지는 해를 바라보는 마음이
매일매일 달라서
하루도 같은 날이 없는
이 세상 하나뿐인
다대
이 세상 하나뿐인 당신
그리하여
당신이 다대다
-동길산 시
'당신이 다대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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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진 다대포해수욕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관광객들.몰운대와 야망대. 이 둘은 조선 수군이 주둔하던 다대진성의 양쪽 콧대였다. 몰운대는 다대진성 남문 왼쪽에서, 야망대는 남문 오른쪽에서 다대진성을 엄호했다. 검은 바위 흑암으로도 불린 야망대(夜望臺)는 야간 전망이 빼어났다. 그런 만큼 수군이 주둔할 때는 군야문(軍夜門)과 함께 군사시설이었다. 1872년 제작한 군사지도 `다대진지도'와 `서평진지도' 둘 다 야망대를 강조해서 표기한 이유다.
전망이 빼어났던 야망대는 일제강점기 행사 뒤풀이 장소였다. 1934년 동아일보 부산지국 주최 부산항만 일주대회 뒤풀이가 여기서 열렸다. 그해 6월 17일 오전 10시 조선기선회사가 마련한 현대식 태동환(太東丸)을 타고 부산 부두를 출발한 참가자 300여 명은 야망대에서 고기 낚기, 후리질, 추첨 등으로 한나절 노닥거렸다. 야망대는 지금도 흔적이 일부 남았다. 갈맷길 다대포 구간을 걸으면 만나진다.
해 뜨는 바다에서 해 지는 바다. 부산의 바다는 거기가 어디든 반짝인다. 낮은 낮대로 반짝이고 밤은 밤대로 반짝이는 보석의 바다다. 양쪽 끝을 오므려서 그물처럼 끌어 올리면 보석이 풍덩풍덩 빠져나간다. 월인천강지곡, 달빛이 천의 강물을 비추듯 햇빛 달빛이 천의 바다를 비추는 부산.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보석이 풍덩풍덩 빠져나간다.
글·동길산 시인
- 작성자
- 조현경
- 작성일자
- 2026-03-10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
부산이라좋다 제202602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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