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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410호 전체기사보기

"키오스크뿐이 없어가 우야꼬?" 겁먹지 말고 차근차근!

이제 나도 실버 서퍼! ⑥ 키오스크로 주문하기

내용

19-2 시니어 키오스크


얼마 전, 남편과 최근에 개업한 마늘보쌈집에 갔다. 식당 안은 손님으로 북적였다. 그러나 정작 직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테이블마다 한쪽에 액정 모니터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빈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자세히 보니 그것은 키오스크였다. 우리 부부는 간단한 퀴즈를 풀듯이 키오스크 화면을 이리저리 눌러 식사를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중 주위를 둘러보니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방법을 몰라 쩔쩔매는 어르신이 많았다.

70∼80대 어르신 중에서는 식당에 들어갔을 때 키오스크가 있으면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러는지 물어보니, 예전에는 친절한 미소로 맞이해주던 직원이 어느새 사라지고 모니터만 덩그러니 있는 걸 보니 마치 문전박대를 당하는 기분이라고 한다. 용기를 짜내 키오스크를 마주한 어르신도 어려움을 겪는다. 메뉴를 고르고 결제를 하기까지가 스무고개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그러면 어르신도 쉽게 키오스크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키오스크가 낯설다면 가까운 은행으로 가보자. 요즘 은행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어르신이 보기 쉽게 화면에 아주 큰 글자로 '돈 찾기', '돈 넣기', '돈 보내기', '통장 정리' 등이 표시되고, 마지막에는 "잊지 말고 돈을 찾아가세요"라고 친절하게 알려주기도 한다. 

식당이나 카페에 있는 키오스크도 은행의 현금 자동 입출금기와 거의 똑같다. 이용하려면 두 가지만 알면 된다. 바로 한글과 터치다. 키오스크 앞에 당당히 서서 액정에 표시된 한글을 찬찬히 읽어보자. 그리고 버튼을 하나씩 손가락으로 눌러보자. 한 번만 성공하고 나면 어르신 누구나 해낼 수 있다. 필자가 가르치는 80대 어르신 수강생도 처음에는 어려워했지만, 이제는 자신있게 이용한다.

신기술에 적응하지 못한 노인들은 디지털 세계에서 사실상 일상을 누리지 못한다. 요즘 시대에 디지털 기술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고립이나 다름없다. 

다행스럽게도 부산에는 키오스크 체험존을 마련한 공공기관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사상구 덕포동에 있는 부산도서관과 부산진구 부암동에 있는 부산진구청이다. 이곳에 마련된 디지털체험존에서는 키오스크뿐만 아니라 가상현실·증강현실·인공지능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무료로 체험해볼 수 있다.

이제는 어르신도 키오스크 앞에서 당당히 설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르신이 키오스크를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많은 배려와 교육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길이다. 기술은 사람을 위한 것이며, 사람 간의 소통과 배려가 있는 기술이 진정한 발전이다.

얼마 전 보았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인터넷 예약 없이 오셨으면 도와드릴 수 없어요. 이만 나가주세요"라는 복지센터 직원의 말에 주인공은 "나는 연필 시대 사람이오. 그런 사람들 배려는 안 하나?"라고 답한다. 

그 장면을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나 슬프다. 세대 간의 갈등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한 시점이다. 키오스크 사용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어르신께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을 보내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가면 좋겠다.


박원옥 은누리디지털문화원 원장


작성자
지민겸
작성일자
2024-06-04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410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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