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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포국수 원조·구포 만세운동 무대…오감 만족 먹거리로 '정이 있는 구포시장'

[추석특집] 전통시장 탐방 ③구포시장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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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포시장은 역과 포구를 동시에 끼고 있어 예부터 전국 농산물이 몰리는 우리나라 대표 전통시장 중 하나다(사진은 사람들로 붐비는 구포시장 전경).

구포시장은 흔히 역 인근에 자리한 다른 시장과 달리 역과 포구를 동시에 끼고 있어 전국 농수산물이 몰리는 우리나라 대표 전통시장 중 하나다. 구포국수의 원조이자 일제강점기 구포 만세운동이 일어났던 역사적 무대로 부산사람의 생명력과 정신을 보여주는 장터이다. 민족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오일장과 상설시장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구포시장으로 안내한다.

글·안덕자(동화작가)/사진·문진우


가는 법:도시철도 2·3호선 덕천역 3번 출구 → 도보 5분    

오일장·상설시장 공존 … 400년 역사
아직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긴 하지만 추석이 코앞이다. 명절 대목을 느끼기엔 전통시장만 한 게 없다. 며칠 전에는 상설 구포시장을 찾았는데 오늘은 오일장이 열리는 구포장으로 향했다. 구포시장은 상설시장과 3·8일에 열리는 정기시장이 공존한다. 12개의 특색 있는 골목길로 이뤄져 있는데 특히 묵자골목, 수산골목, 약초골목이 인기가 많다. 흔히 역을 끼고 있는 보통 전통시장과 달리 옛날부터 역과 포구를 동시에 끼고 있어 전국 농수산물이 몰리는 우리나라 대표 전통시장이다.

옛 구포시장은 낙동강 수로 교통과 교역의 시발지인 구포나루터 남창을 배경으로 강변 입구에서 안쪽 넓은 공터에 이르기까지 형성된 시장터로 구포장타령이 전해질 만큼 규모가 큰 장터였다. 조선시대 장시가 발달하면서 내륙지방의 농산물과 해안지방의 해산물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낙동강 범람으로 시장 침수가 잦아 1932년 제방 건설 이후 현재의 장소로 옮겨와 `정이 있는 구포시장'이라는 상설시장과 정기시장이 됐다. 구포시장 하면 떠오르는 냄새 나고 눈에 거슬리고 혐오스럽게 생각됐던 가축시장은 2019년 폐업하고 지금은 공영주차장으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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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포시장은 상설시장과 3·8일에 열리는 정기시장이 공존한다(사진은 명절을 앞두고 장보기에 나선 시민들 모습).


대형 전통시장에 들어서면 늘 길 찾기가 어렵다. 방향감각이 둔해 여기가 저기고, 저기가 여기 같다. 정신이 몽롱할 때 나타난 구포시장 아지매.
"내는 구포시장에서 장사하는 아지맵니더. 전국 시장 다 돌아 댕기도 필요한 것 몬 구하면 구포시장으로 오이소. 여는 없는 기 없이 다 있어예. 그라고 이왕지사 구포시장 왔으면 전국으로 유명한 구포국시는 한 그릇 묵꼬 시장을 돌아봐야지예? 안 그렇습니꺼? 아 참, 시장구경만 할끼 아이라, 여가 역사가 깊은 시장이라는 거는 알지예? 온 김에 구포 3·1운동 만세거리도 보고예. 얼마 전에 생긴 금빛노을브릿지에도 가보이소. 거 건너가면 공원 나와예. 여서 음식 사가서 놀다 와도 되고예. 옴마야, 근데 얼굴이 와 우거지상입니꺼? 설마? 개 시장 뭐 이런 거 생각합니꺼? 인자는 상인들이 회의 해가 개 시장 같은 거 없앴어예. 아주 깨끗하고 점포들도 얼마나 깔끔하게 관리한다꼬예. 돌아보면 안다 아입니꺼. 시장 구석구석 돌아보고 모르는 거 있으머 또 물어보이소. 내가 불쑥 나타날께예."


피란민 허기 채워준 '구포국수'

서민 대중 주도한 '구포만세운동'
오늘은 닷새마다 서는 추석 대목 밑 장날이다. 한여름 백사장에 펼쳐져 있어야 할 파라솔이 구포장에 다 와 있는 듯하다. 울긋불긋 파라솔 아래에 전을 펼쳐놓은 노점상들이 손님에게 필요한 물건을 까만 봉지에 담고 있다. 아케이드 지붕이 설치된 상설시장1길 안까지 노점상들이 좌판을 깔고 전을 펼쳐 놓았다. 생선 파는 아낙네는 손으로 생선을 다듬고 눈으로는 손님을 맞는다.


"새댁? 뭐 필요하노? 말해보소 잘해 주꾸마. 오늘 억수로 싸다. 한 소쿠리에 만 원! 만 원!"


생선 좌판을 지나 시장1길로 들어선다. 오가기 불편할 정도로 좌판이 길 가운데에 깔려있다. 그 사이를 바퀴 달린 시장 가방까지 끌고 가려니 너무 비좁아 서로 부딪히기 십상이다. 미꾸라지 파는 상인은 오늘이 대목장치고는 붐비는 편이 아니라고 하는데 그래도 사람이 많다. 닷새 뒤 장날은 더 할 거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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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포국수는 서민들이 애용한 향토음식으로 6·25전쟁 시기 피란민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며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됐다(사진은 왼쪽부터 구포국수와 구포국수체험관). 


아지매 말대로 구포국시를 먹으러 60년 넘게 국수집을 하는 곳에 들렀다. 가장 구포국수다운 맛을 느끼고자 기본 맛의 구포국수를 시켰다. 금방 삶은 국수에 진한 육수와 부추나물, 노란 단무지 채, 김 가루와 깨소금이 다였지만 꽤나 맛있다. 구포국수는 조선시대부터 서민들이 애용한 향토음식이다. 6·25전쟁 때 피란민들의 허기를 채워주며 명물이 됐다. 지명이 유명 브랜드가 된 첫 사례다. 인근에 자리한 구포국수체험관에 가면 우리 밀로 국수 제면, 맷돌놀이, 반죽놀이 등 여러 가지 체험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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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포만세거리는 구포장터에서 일어났던 만세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길이다.


이래저래 걷다 보니 구포만세거리까지 왔다. 구포장터에서 일어났던 만세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길로 구포시장부터 구포역까지 이어져 있다. 구포장터 만세운동은 지역 유지와 상인, 농민, 노동자들이 주축이 돼 일어났다. 벽에는 1919년 3월 29일 부산 구포장터에서 벌인 3·1만세운동 참가자와 수형인 명부, 26명의 주동 인물까지 벽화와 함께 기재돼 있다. 북구 낙동문화원이 만든 '옛 구포만세길 여행지도'를 보면 옛 구포시장, 사립구명학교, 구포은행, 감동진 나루터, 면사무소, 기로사 등의 지역이 어디에 있었는지 잘 알 수 있다.


시장·생태공원 연결 '금빛노을브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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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노을브릿지는 도심과 낙동강, 시장을 방문한 사람과 생태공원을 이어주는 이음다리 역할을 한다.


시장에서 구포만세거리로 오다가 보면 토박이들만 아는 땡땡이 길이 있다. 지금은 흔적 없는 찻길이지만 옛날에는 철길이 있었다.
어느새 시장 아지매가 나타났다.


"아이고, 여 있었네예? 우째 토백이들만 아는 땡땡이 길을 다 아요? 내가 구포 토백이라요. 따라와 보이소. 여가 옛날에 땡땡이 길이요. 요 앞이 옛날에 철길이었거든요. 사람들이 시장으로 오고갈 때 여기 쭉 놓여있는 철길을 지나댕 어예. 저기 구포역에서 기차가 오거나 역으로 기차가 들어오면 아저씨가 딸랑이 종을 막 흔든다 아입니꺼. 땡땡땡땡 소리가 나면 사람들이 몬 건너가고, 기차가 다 지나갈 때까지 서 있다 건너 갔어예. 그래서 사람들이 땡땡이 길이라 했는기라요. 저기 보이소, 아직 땡땡이 이름으로 간판 해놓은 땡땡이 옷가게 보이지예? 지금은 구포역에 KTX가 지나가야해서 사람들은 새로 만든 지하도로 다니게 되고는 철길 없어지고 땡땡이 소리도 사라지뿟어예."


장이 펼쳐진 맞은편에는 얼마 전에 완공한 금빛노을브릿지가 웅장하게 서있다. 낙동강과 구포 화명생태공원을 잇는 이 다리에 서면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생태공원으로 가는 길이 없던 구포·만덕·덕천 주민들뿐만 아니라 구포시장을 방문한 손님들과 생태공원을 이어주는 이음다리 역할을 한다.


다리 높이가 꽤나 높다. 장터에서 먹거리를 사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들이 있다. 사방이 탁 트인 다리를 건너면 끝나는 곳에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 벤치에 앉아 구포시장에서 사 온 음식을 먹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북구청과 구포시장이 피크닉도시락을 구성해 시장 방문객들에게 금빛노을브릿지까지 걸어와 환경보호 체험과 함께 피크닉을 즐기는 체험도 한다고 한다.


아지매는 장사는 안 하고 또 옆에 와있다.


"오늘 구경해 보이 어떻습니꺼? 구포시장은 여느 전통시장과는 다르지예? 주변에 즐길 게 억수로 많고예? 좀 더 볼 것도 있는데 다음 장보러 올 때 그때 또 보이소. 안녕히 가이소!"


너와 나를 이어주는 이음길인 금빛노을브릿지에서 구포의 저녁노을을 보려고 섰다. 장터의 하루는 서서히 저물고 내일은 또 상설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이 길을 메울 것이다.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2-09-08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215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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