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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119호 전체기사보기

가을바람 끝을 잡고 부산을 걷다

부산소풍_⑪갈맷길 7-2 금정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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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맷길 7-2' 중 금정산성 동문에서 범어사까지의 구간은 가을 금정산의 정수를 담은 대표적인 산책 코스다(사진은 억새가 나부끼는 금정산 능선을 걷는 시민들).
 


"부산의 가을은 찰나의 아름다움이다. 무더위와 반팔셔츠를 겨우 떠나보내고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단풍을 기분좋게 즐길라치면 어느새 매서운 북서풍이 불어닥친다. 짧지만 그래서 더 강렬하고 아름다운 부산의 가을을 즐기는 데는 갈맷길 하이킹이 제격이다. 한 걸음 한 걸음 꾹꾹 눌러 걷다 보면 새로운 풍경과 이야기가 성큼 다가온다."

글·하나은/사진·권성훈


· 코스: 금정산성 동문~제4망루~북문~범어사~(노포동 고속버스터미널~부산톨게이트~상현마을 회동저수지)(약 13㎞)
· 소요 시간: 약 5시간(동문~범어사는 약 3시간 소요) 
· 난이도: 보통, 등산화를 신는 것이 좋다
· 도보인증대: 동문 옆, 범어사 입구, 상현마을 회동수원지 앞


'산성버스' 타고 금정산으로
부산사람에게 금정산을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금강공원이나 범어사 등을 찾기 위해 금정산 자락쯤은 한번 밟아보았을 것이다. 오르막길이라면 질색인 기자도 어린 시절 소풍인지 야유회였는지 밧줄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금정산을 올랐던 기억이 있다.

금정산의 여러 등산 코스 중 '갈맷길 7-2'는 가을날 특히 사랑받는 길이다. 갈맷길 7코스는 성지곡수원지에서 회동수원지까지 이어지는데, 7-2코스는 금성산성 동문에서 범어사까지 가을 금정산의 정수를 모두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지 나흘째, 화창한 어느 날 오전 금정산을 찾았다. 도시철도 1호선 온천장역 3번 출구 맞은편에서 일명 '산성버스'로 불리는 203번 버스를 타면 동문 입구까지 바로 닿을 수 있다. 산성버스는 금강식물원과 부산대 후문을 지나 꼬불꼬불 산길을 한참이나 돌아 오른다. 도심과는 다른 울창한 나무와 좁은 길 아래로 펼쳐지는 골짜기 경치가 산행의 시작을 알린다.

"아이고 얼마나 오랜만에 나왔는지 지하철에서 길을 헤맸다니까." "코로나 때문에 거의 1년 만이지 뭐."

알록달록 고운 등산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에게도 단풍 나들이는 오랜만인가 보다.


외적으로부터 읍성 보호한 '금정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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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맷길 7-2코스의 출발 지점인 금정산성 동문.


드디어 도착한 동문 입구. 앞서 걷는 사람들을 따라 숲길로 들어서면 이윽고 빨간 단풍나무가 반기는 금정산성 동문을 만난다. 금정산은 지금도 부산의 진산(鎭山)으로 불린다. 멀리 부산이 아직 동래부였던 시절, 동래읍성의 배후 산으로 금정산성을 지어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읍성을 보호했다. 산성에는 동서남북 4개의 성문과 4개의 망루가 있는데 동문은 사대문 중 동래읍성과 가장 가까운 문으로 으뜸 관문 역할을 했다.

전설에 따르면 동래부사 정현덕(재임 1867~1874)이 동문과 서문을 재건할 때 이름난 석공들을 모았는데, 스승은 동문을 제자는 서문을 짓게 했다. 후에 사람들이 서문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니 스승이 제자를 질투했다 한다. 다행히 두 사람의 관계는 요즘 유행하는 '막장드라마'와 같이 불행하게 끝나지 않고 화해한 뒤 힘을 합쳐 밀양 영남루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동문 옆에 자리한 갈맷길 안내도를 보며 코스를 다시 확인하고 길을 나선다. 사실 '길치'인 기자에게 지도는 무의미한데 어느 정도 걸어야 하는지 확인하는 정도라 하겠다. 지도를 볼 줄 몰라도 산에서 만나는 사람은 모두 서로가 서로의 이정표다. 등산로를 벗어난 것은 아닌지, 코스를 맞게 가고 있는지, 화장실은 어디쯤 있는지…. 서로 묵묵히 격려하고 힘이 되어준다.

동문 성곽길 옆 오솔길은 나지막한 오르막. 평소 산책할 때는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걷는 것을 즐기지만 산에서는 이어폰을 빼놓기로 했다. 흙길을 한 걸음 한 걸음 밟을 때마다 나는 타박타박 발걸음 소리, 나뭇잎이 바스러지는 소리, 옷깃을 스치는 풀 소리, 벌레 소리, 새소리.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는 또 어떤가. 저 멀리 있는 나뭇잎이 먼저 파르르 떨었다가 서서히 다가와 마침내 머리칼을 스치고, 또 어떤 때는 머리 위로 낙엽을 우수수 뿌리며 지나간다. 고요한 세계 속에서 오로지 걷는 것에 집중하며 산이 보내는 소리를 들어본다.

살짝 땀이 나기 시작할 무렵, 시야가 시원해지는 능선을 만났다. 억새와 바위와 하늘과 멀리 장난감처럼 보이는 도시 풍경이 정겹다. 그리고 무엇보다 길이 완만하다.

능선에서 이어진 4망루는 등산객들의 비공식 휴식 장소다. 수채화처럼 알록달록 번진 단풍과 저 멀리 노포 터미널, 낙동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경치를 보며 물도 마시고 사진도 찍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소박하지만 역사적 의미 깊은 '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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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역사적 의미가 깊은 금정산성 북문.


다음 만난 고지는 해발 687m에 자리한 원효봉(元曉峰)이다. 원효봉 일대는 신라시대 김유신 장군이 낭도들을 이끌고 와서 훈련한 곳이라고 전해진다. 기자와 같은 초짜 등산객에게는 해발 얼마라는 표식이 있는 무슨 봉까지 왔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원효봉에서 북문까지는 고난의 길이다. 분명 1㎞가 채 되지 않는다고 했건만 세상에 이런 1㎞가 어디 있나 싶다. 고당봉으로 오르는 길을 잘못 든 것은 아닌지 덜컥 겁이 날 정도다. 끝이 없는 것 같은 오르막길을 반복하다 다리가 후들후들할 무렵 드디어 바라고 바라던 북문에 도착했다.

북문 앞에는 여기까지 온 사람들을 격려라도 하듯 벤치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 벤치에 앉아 산바람을 맞으며 북문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북문은 금정산성의 4대문 중 가장 투박하고 거칠게 지어졌다 한다. 동문과 같은 아치도 없고 규모도 가장 작다. 그러나 북문을 하산지점으로 삼은 사람에게는 어찌 보아도 정겹고 예쁠 뿐이다. 특히 역사적 의 미를 생각하면 소박한 이 문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북문 앞 성문 광장은 원효대사가 화엄경을 설파한 곳이자, 금정산성 방어를 위해 승병들이 훈련한 곳이다. 일제강점기 범어사 만세운동 당시 기미독립선언서를 비밀리에 들여온 것도 북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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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의 주봉인 고당봉.


북문은 범어사로 내려가는 갈맷길 7-2코스와 고당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갈라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북문에서 고당봉은 1㎞ 정도인데 도중에는 금정산(金井山)의 전설을 품은 금샘이나 고모당 등 볼거리가 많다. 완만한 입구가 사람들을 유혹하지만 오르는 길이 제법 가파르다. 예전에 경험했던, 밧줄을 타고 올라가는 길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가볍게 고당봉을 포기하고 북문을 나와 범어사 방향으로 향했다. 올라오면 그만큼 내려가야 한다는 인생의 이치가 있는 곳이 산이라 하였던가. 범어사로 내려가는 길은 산성버스를 타고 올라온 길까지 포함하는 듯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없는 바윗길이다. 이름하여 '범어사 돌바다'이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바위 천지를 이리저리 훑으며 어디가 가장 편한 길이 될지 찾다 보면 이런저런 잡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다. 

겨우 도착한 범어사 입구. 수능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코로나19로 오랫동안 절을 찾지 못한 신도들 때문인지 경내에는 불사가 한창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범어사를 둘러싼 단풍에 감탄하며 버스를 타고 하산했다.

동문 입구를 출발해 범어사까지 걸린 시간은 등산 초보인 기자의 걸음으로 약 3시간. 산행이 익숙한 이들에게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다. 2~3시간은 집에서 영화를 한 편 보는 시간이나, 스마트폰을 보며 이것저것  검색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집에서 나오기가 어렵지, 산에 왔다 가면 오늘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은 것 같아 뿌듯하죠."

산에서 만난 한 어르신의 목소리가 맴돈다. 

갈맷길 7-2코스는 범어사를 지나 노포동 고속버스터미널을 거쳐 상현마을 회동수원지까지 이어진다. 산 코스가 끝나 길은 비교적 완만하다 한다. 날짜를 잘 맞추면 노포동 종합터미널 앞에서 열리는 오일장 '오시게 장터'를 구경할 수 있다. 장이 서는 날은 2일 자와 7일 자(2·7·12·17·22·27일). 함께 구경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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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단풍이 든 가을 금정산 풍경.  사진·금정구


갈맷길 정보, '갈맷길 투어라운지'에서 


'갈맷길' 정보를 오프라인으로 전하는 '갈맷길 투어 라운지'가 부산역 유라시아플랫폼에 개소했다. '갈맷길'은 부산의 상징인 '갈매기'와 '길'의 합성어로 제주 올레길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책코스이다. 바다·강·산·온천을 골고루 품고 있는 사포지향의 도시 부산의 특성을 담아 부산 전역의 명소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재 9코스 약 280㎞로 조성돼 있으며, 2026년까지 15개 노선을 확장할 예정이다.

'갈맷길 투어 라운지'에서는 부산 갈맷길 도보 관광코스, 월별 추천코스, 도보 인증 방법 등을 안내한다. 갈맷길 9코스를 완주한 후 라운지에서 완보 인증도 받을 수 있다.


· 문의: 051-464-2030
· 가는 법: 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 6번 출구 → 부산역 앞 유라시아플랫폼 202호
· 운영 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주말과 공휴일 휴관, 코로나19 방역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 갈맷길 노선 정보: www.busan.go.kr/galmaetgil0101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1-11-23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119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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