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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112호 전체기사보기

쫄깃쫄깃 달큰한 맛, "살아있네" 부산 꼼장어

음식 속 부산_⑦꼼장어(먹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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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장어
쫄깃쫄깃하면서도 오돌오돌한 식감에 고소하고도 달큰한 맛이 일품인 '꼼장어'는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이다(사진은 꼼장어 구이).


"일제강점기 가죽 가공으로 인기를 끌었던 먹장어는 6·25전쟁 시기를 전후로 피란민의 주린 배를 채우며 '꼼장어'라는 부산 대표 미식으로 성장했다. 꼼장어구이·꼼장어찜·꼼장어묵·꼼장어껍질구이 등 다양한 메뉴로 개발돼 지금까지 부산 외식 메뉴를 책임지고 있으며, 먹는 이들에게 아련한 추억을 선사한다."

글˙사진 최원준 음식문화칼럼니스트


가죽 생산으로 주목 … 배고픈 시절 함께 한 미식
부산의 향토음식 중 다수가 열악한 식재료를 활용하거나 적은 양의 식재료를 늘려 먹는 방식으로 조리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돼지국밥이나 밀면, 부산어묵 등이 그 대표적 음식으로 꼽히고 있으며, 일명 '꼼장어'라 불리는 먹장어 또한 같은 범주에 속한다.

쫄깃쫄깃하면서도 오돌오돌한 식감에, 고소하고도 달큰한 맛이 일품인 '꼼장어'는 부산을 대표하는 외식 메뉴이다. 꼼장어의 표준어는 '곰장어'이며, 학명은 '먹장어'이다. 깊은 바다 해저에서 주로 서식하기에 눈이 퇴화해 '눈먼 장어'라고 해 먹장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먹이 없이 2개월을 버티고 껍질이 벗겨진 채로 10여 시간을 꼼지락대며 견디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다. '끊임없이 꼼지락댄다'고 '꼼장어'란 별칭으로 널리 불리게 됐다.

꼼장어는 배고픈 시절 구황 음식으로 주로 짚불이나 연탄불에 구워 먹었다. 그러나 애초 먹장어는 식재료로가 아니라 '공업용 어피'로 먼저 주목받았다. 일제강점기 공업용 어류로 분류돼 가죽 생산에 사용된 어족이었던 것이다. 일제는 부산 연안에 대량 서식하고 있던 먹장어를 현재의 자갈치건어물시장 인근 먹장어 박피 공장에서 가죽으로 가공, 나막신 끈이나 일본군 모자 테 등으로 생산했다. 가죽이 부드럽고 질겨 애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먹장어의 가치는 껍질에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광복 후 6·25전쟁 시기를 전후로 이주·피란민들이 자갈치시장으로 몰려들면서 버려지는 먹장어 살을 연탄불에 구워서 팔게 되는데 이것이 외식 음식 '꼼장어'의 시초가 된다. 그 시절, 가격에 비해 영양가가 높고 맛이 좋은 '꼼장어'는 서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부산은 먹장어를 최초로 음식화한 지역이기도 했다.


꼼장어묵

먹장어의 껍질·내장 등을 푹 고아 만든 꼼장어묵.


동해남부선 타고 부산 전역으로 …'꼼장어 로드'
부산은 먹장어와 친숙한 지역이다. 부산 동부 기장해역이 먹장어 서식지이기도 하거니와 전국의 먹장어는 거의 부산에서 생산·유통된다. 뿐만 아니라 '먹장어'로 만든 다양한 음식이 발달해 있고, 한때 수출산업으로 각광받던 '먹장어 가죽'의 주생산지이기도 했다.

먹장어 요리에는 주로 구워서 먹는 '꼼장어구이'와 쪄서 먹는 '꼼장어찜', 껍질을 이용한 '꼼장어묵'과 '꼼장어껍질구이' 등이 있다. '꼼장어구이'는 자갈치시장의 '양념꼼장어'와 기장의 대표적 향토 요리인 '짚불꼼장어' 등이 있다. 특히 자갈치시장은 대한민국 '양념꼼장어'의 발상지이자 100여 개의 꼼장어집이 집단화돼 있는 전국 최대 꼼장어 단지이다.

'양념꼼장어'는 큰 양푼에 꼼장어와 대파, 양파 그리고 벌건 고추장 양념을 듬뿍 넣고 쓱쓱 비벼 불판에 올리고 노릇노릇 잘 익었을 때 깻잎 등 야채에 싸서 먹는다. 요즘은 양념 없이 꼼장어만 구워 소금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짚불꼼장어'는 짚단에 화르륵 불을 놓고 꿈틀대는 '먹장어'를 짚불 속으로 툭툭 던져 넣는다. 구수하게 '꼼장어' 굽는 냄새가 퍼져 나가면 접시에 담아 그대로 내는데, 이를 목장갑을 끼고 껍질을 벗겨낸 뒤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 소금장에 찍어 먹는다. '꼼장어껍질구이' 또한 먹장어 껍질을 불에 올려 소금 솔솔 뿌려서 구워 먹는다

'꼼장어묵'은 먹장어 손질 후 버려지던 껍질과 내장, 알 등을 수거해, 솥에 넣고 은근한 불로 오랜 시간 푹 고우듯 삶아서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 껍질 속에 다량 함유된 젤라틴 성분이 걸쭉해지는데, 이를 식히면 탱글탱글한 '꼼장어묵'이 만들어진다.

다양한 꼼장어 음식이 발달한 부산은 꼼장어 음식점 또한 집단화된 곳이 많다. 자갈치시장을 비롯해 1970년대부터는 부전역 부근과 해운대시장, 동래시장, 온천장 등에 꼼장어 음식점이 모여 집단화한다. 이는 먹장어가 주생산지였던 기장에서 철길을 타고 부산 전역으로 유통되었음을 보여준다. 동해남부선이 먹장어의 주요 유통루트였던 것이다. '재첩국 아지매'들에 의해 부산 전역으로 퍼져나간 '재첩국'과 더불어 먹장어 또한 '꼼장어 로드'를 통해 로컬푸드의 영역 확대에 지대한 역할을 담당했다.

피란지 부산이 '음식으로서의 시발지(始發地)'였던 '꼼장어.' 서럽고도 배고픈 시절, 끼니를 속이기 위해 먹어왔던 음식이었기에 먹는 이마다 아련해지는 추억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국어사전에도 부산 탯말인 '곰장어'가 당당히 등재되어 있을 정도로, 부산사람들에게는 무한 사랑의 대상이었던 식재료이기도 하다.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1-07-0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112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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