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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2월호 통권 136호호 전체기사보기

주무르고 찍어내고 깁고 … 손으로 직접 느끼는 예술

부산 나들이 - 부산시민공원 문화예술촌 ②

내용

나만의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지금껏 알지 못했던 한 세계와 맞닥뜨리는 일이다. 처음 접해 보는 재료를 받아들고 내 생각을 만지고, 주무르고, 찍어내고, 오려서 붙이다 보면 세상에 하나뿐인 내 마음을 쏙 닮은 작품이 탄생한다. 자신도 알지 못했던 예술적인 끼와 감성을 찾아주는 ‘부산시민공원 문화예술촌’이 문을 활짝 열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다양한 꿈을 캐낼 수 있는 곳. 지난 호에 이어 도예공방·판화공방·섬유공방을 소개한다. 

 

촉촉·말랑한 흙으로 만드는 ‘도자기 공예’

 

영하로 뚝 떨어진 추운 날 아침, ‘도예공방’을 찾았다. 곧 수업이 시작될 참이라 실내는 따뜻했다. 공방 안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도자기로 만든 바이올린 스피커였다.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세훈 작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흙을 만지면 기분이 좋아진다. 흙의 기운이 손바닥을 통해 온몸에 전해지기 때문이다. 흙이 주는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성질과 감촉은 아이들에게 창의력과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도자기에는 우주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 하늘과 땅, 세상의 모든 형상이 도자기의 소재가 된다. 공방에 전시된 작품만 봐도 그렇다. 테트라포드처럼 삼발이 모양을 한 화분, 꽃이 그려진 접시, 가족들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머그컵, 별과 달을 매단 목걸이, 나뭇잎 모양 접시 등 하나 같이 예쁘고 독특하다. ‘재잘재잘’ 스무 명 남짓한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동시에 도착했다. 각각 다른 테이블에서 작품을 만든다고 한다. 가방과 외투를 벗어 뒤쪽으로 정리하고, 인사를 나눈 뒤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다. 초등학생들은 초벌 접시와 컵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해 그림을 그리고 안료로 채색하거나, ‘포슬린 페인팅’을 해서 유약을 발라 굽는다. 중학생들은 점토 덩어리를 두드리고 굴려 가래떡모양의 흙반죽을 만든 다음, 틀 위에 반죽을 엮어 바구니 모양의 도자기를 만든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흙을 주물러 나만의 도자기를 만드는 체험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흙을 주물러 나만의 도자기를 만드는 체험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다.

 

나만의 그림이 그려진 컵·접시에 웃음꽃 ‘활짝’

 

초등학생들 수업. 초벌한 접시와 컵, 알록달록한 안료, 매직처럼 보이는 ‘포슬린 마카펜’, 여러 자루의 붓, 스케치 연필이 준비된 책상에 앉아 도자기의 종류, 제작과정, 소재 선택하는 방법을 듣는다. 도자기에 그릴 그림의 소재는 자신이 평소 좋아하고, 꿈꾸고, 아끼는 것을 선택했을 때 가장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선생님의 설명이다. 

 

진지하게 듣고 있는 학생들의 눈이 별처럼 반짝인다. 그릴 그림이 생각나지 않을 때는 예시로 나눠준 그림을 그려도 무방하다. 완성된 스케치에다 안료로 채색을 하거나, 포슬린 페인팅한 후에 유약을 발라 오븐에서 150도 정도의 온도로 30분 가량 가열하면 완성된다. 자신이 만든 작품을 당일 바로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체험이다. 

 

“자 이제 작품을 만들어 봐요~” 흥분했던 눈망울들이 도자기로 쏠린다. 아이들은 접시나 컵 위에 자신의 생각을 쓱쓱 그리기 시작한다. 집중과 몰입. 정적마저 감돈다. 마지막 과정으로 작품 구별을 위해 이름을 쓴다. 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히고, 유약을 발라 오븐에서 구워내는 데 총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짜잔~’ 작품이 오븐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아이들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자신이 직접 만든 작품이 신기한가 보다. 다들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성취감이란 배우는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감정이다.

 

손에 닿는 흙의 촉감에 절로 기분 좋아져

 

흙을 주물러 도자기를 만드는 체험을 하는 중학생들은 먼저 흙의 종류와 성질, 간단한 도예 도구 사용법을 듣는다. 도자기의 종류와 도자기가 어떤 제작과정을 거쳐 탄생하는지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경청한다. 열 명 남짓한 여학생들이 각자의 합판 위에 배분된 흙덩이를 바라보며 어떤 작품이 나올지 기대하는 표정이다. 

 

“자 여러분, 오늘은 ‘산백토’를 이용해 코일링 기법(흙가래 기법)으로 바구니 형태의 도자기를 만들 겁니다. ‘산백토’는 ‘산청토’에다 ‘백토’를 섞은 흙인데 구우면 밝은 살색 빛이 나요.” 

 

설명이 끝나자마자 ‘토닥토닥’ ‘통통’ ‘툭툭’ 흙을 두드린다. 충분히 두드린 흙을 주무른다. 두 팔을 걷어 부친 손길이 뜨겁다. 흙은 많이 주무를수록 조직이 치밀해져 매끈한 도자기를 얻을 수 있다. 흙을 제대로 치대야 흙 속에 남은 공기가 충분히 빠져 나가 나중에 도자기를 구웠을 때 금이 가지 않는다. 도자기를 만드는 성형기법은 핀칭 기법, 코일링 기법(흙가래 기법), 판성형 기법이 있는데, 오늘은 흙을 길게 여러 가닥으로 만들어 쌓아 올리거나 꼬아서 만드는 ‘코일링 기법(흙가래 기법)’으로 작품을 만든다. 아이들이 서로 쳐다보며 살금살금 웃는다. 흙이 마음을 간질인 것이다. 손바닥에 닿는 흙의 찰진 촉감 때문인지 표정들이 하나같이 순하고 부드럽다. 

 

‘하야리아 캠프’ 당시 하사관 숙소로 사용됐던 문화예술촌 건물 모습.

▲ ‘하야리아 캠프’ 당시 하사관 숙소로 사용됐던 문화예술촌 건물 모습. 

 

개성 있는 문양 넣어 만드는 나만의 도자기 

 

잘 두드리고 주무른 흙을 적당량 떼어내 밀고 굴려가며 가래떡 모양의 긴 형태로 여러 가닥 만든다. 가는 밧줄 같다. 길게 뽑은 흙을 준비된 둥근 틀 위에 가로와 세로를 엇갈리게 엮는다. 모양이 뭉개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지그재그로 간격에 맞춰 만들어 나간다. 마지막 단계로 가장 길게 만든 반죽을 빙 둘러 가며 테두리를 꼼꼼하게 마무리한다. 흙과 흙을 붙일 때는 물을 칠하면 매끈하게 잘 붙는다. 틀 위에 올린 작품이 꾸덕꾸덕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 어느 정도 말랐다 싶으면 이제 문양을 넣을 차례다. 문양을 넣는 도구는 다양하다. 주변의 모든 것을 사용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날카로운 못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문양은 되도록 선명하게 그려 넣는 것이 좋다. 유약을 발라 굽는 동안 그림 선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꽃·나뭇잎·동물 모양의 도장을 찍어도 된다. 이때쯤 작품 위에 각자의 개성이 서서히 드러난다. 끝으로 이름을 새긴다. 이 정도 과정만 거쳐도 나만의 도자기가 반쯤은 만들어진 셈이다. 여기까지가 도자기의 성형과정이다. 성형과정이 끝난 도자기는 아무래도 처음 흙을 만지다 보니 불에서 굽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허술한 곳을 다시 다듬어야 한다. 건조과정 또한 쉽지 않다. 너무 빨리 말리면 갈라질 수 있으므로 서늘한 그늘에서 천천히 말려야한다. 히터와 에어컨을 사용하는 공간에서는 특히 신경 써 건조해야 한다. 그리고 유약을 발라 두 번 가마에서 구워내야 완성된다. 성형된 작품을 초벌과 시유, 재벌까지 거친 온전한 작품이 되려면 3~4주가 걸린다. 완성된 작품은 학교로 배달되거나 택배로 받을 수 있다.

 

판화 원리 배우고 체험하는 ‘판화공방’

 

마음을 찍는 판화공방. ‘판화공방’으로 서른 명이 넘는 초등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단체체험을 왔다. 정신이 없다. 판화공방에서 할 수 있는 체험의 종류는 에코백, 쿠션, 티셔츠, 앞치마를 만들 수 있는 ‘사진평판화체험’과 ‘꼴라그라프체험’ ‘모노타이프와 스텐실체험’으로 나뉜다. 지저귀는 새들 같은 아이들은 나만의 쿠션에 새겨 넣을 ‘사진평판화체험’을 하게 된다. 준비된 쿠션의 색상은 노랑과 분홍이며, 쿠션에 들어갈 그림은 고양이·개·양이다. 선생님이 시범적으로 한 아이를 호명해 모든 제작과정을 직접 경험시키며 그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니 이해가 잘 된다. 먼저 필름지가 빛을 보지 않도록 조심하며 감광기에 필름의 앞면이 밑으로 가게 하고 3분 정도 감광한다. 현상액에 담가 흔들어 주면서 현상을 한 뒤 물로 씻어낸다. 신문지로 꾹꾹 눌러 물기를 제거하고, 해면스펀지로 아라비아 고무액을 바른 후 걸레로 얇게 닦는다. 아리비아 고무액은 깨끗한 판화를 얻기 위한 필수 작업이다. 스펀지로 물을 발라주면서 잉크색을 선택해 롤러로 칠한다. 얇게 여러 번 칠해야 골고루 묻는다. 잉크를 바른 판화지를 쿠션 천에 올리고 화면 중앙을 맞춰 프레스기계를 이용해 찍어낸다. 이름을 쓴 뒤 철망에 얹어 건조하면 끝이다. 잉크가 마르면 선생님들은 솜을 넣어 입구를 꿰맨다. 아이들은 학교로 나만의 쿠션을 배달 받는다. 한 아이가 체험 신청을 어떻게 하는지 묻는다. 홈페이지 주소를 알려줬다. 가족들이랑 와서 티셔츠 만들기 체험을 하고 싶다고 한다. 예쁜 생각이다. 아이들은 무엇인가 직접 만들었다는 것이 뿌듯하다는 얼굴로 여전히 떠들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맵차던 기온도 제법 올라가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부산시민공원 문화예술촌에서는 다양한 공방체험을 할 수 있다(큰 사진은 판화공방 체험을 하는 아이들. 작은 사진은 위쪽부터 섬유공방 체험과 도자기공방 체험 모습).

▲부산시민공원 문화예술촌에서는 다양한 공방체험을 할 수 있다(큰 사진은 판화공방 체험을 하는 아이들. 작은 사진은 위쪽부터 섬유공방 체험과 도자기공방 체험 모습).


판화공예 체험에 참가한 학생들이 완성된 작품을 들고 있다.

▲판화공예 체험에 참가한 학생들이 완성된 작품을 들고 있다. 

 

한 땀 한 땀 바느질에 양말이 인형으로 

 

‘손맛이 너의 영혼을 자유케 하리니’. ‘섬유공방’에 전시된 작품에 새겨진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온다.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욕망을 인간이 누릴 때 예술은 태어난다. 섬유공예는 나의 세계를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임이 틀림없다. 전통적인 규방공예부터 현대적 창작미술품에 이르기까지 창작할 수 있는 표현물은 다양하다. 명주코사지, 브로치, 핀, 티셔츠, 앞치마, 천으로 그리는 그림액자, 에코백, 컵받침 등 작품 종류도 다양하다. 오늘 체험은 고등학생들이 ‘양말 인형 만들기’에 도전한다. 동영상으로 전체적인 방법을 먼저 숙지한다. 여성스러운 만들기 체험을 하다 보니 언행이 바람이 풀잎을 스치듯 나붓나붓하다. 몸통을 만들 줄무늬 양말과 얼굴부분을 만들 흰 양말, 솜, 가위, 작은 단추, 연필, 바늘이 준비물의 전부다. 양말의 앞쪽은 토끼의 귀, 뒷꿈치 부분은 얼굴, 발목 부분은 다리가 된다. 팔은 따로 만들어서 붙여준다. 얼굴에는 단추로 귀여운 표정을 만들어준다. 성인 체험반도 인기가 좋다. 실·바늘·가위·솜만 있으면 하나뿐인 나만의 친구 완성. 어른이 무슨 인형이냐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수강생들은 마치 소녀 시절로 돌아간 듯 순수해진다고 한다. 공방에서 들려오는 드릴 소리, 사포질 소리, 흙을 두드리는 소리, 그림을 찍어내는 프레스 기계소리, 조용조용 바느질 하는 소리. 이 모든 소리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져준다. 숨었던 재능을 만났을 때 ‘어, 나도 괜찮은 사람이네’하는 자신감이 생긴다. 공예를 배우다보면 학업에 흥미를 잃은 아이들도 학교에 대한 애정과 신뢰감이 생겨 학교생활을 잘하게 된다고 한다.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귀한 선물이다. 지금이라도 망설이지 말고 ‘부산시민공원 문화예술촌’의 문을 똑똑 노크해 보시기 바란다.

 

부산시민공원 문화예술촌 공방체험은 부산시민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사진은 섬유공방 체험에 참가한 학생들이 완성된 양말 인형을 들고 있는 모습).

▲부산시민공원 문화예술촌 공방체험은 부산시민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사진은 섬유공방 체험에 참가한 학생들이 완성된 양말 인형을 들고 있는 모습). 

 

작성자
이영옥
작성일자
2018-02-0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2월호 통권 136호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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