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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17년 1월호 통권 123호 부산이야기호 전체기사보기

피란수도 부산 제대로 알기

피란생활상 체험하는 ‘임시수도기념관’ 임시정부청사 역사 간직한 ‘석당박물관’

내용

부산은 역사가 남긴 대서사시의 현장이다. 부산 곳곳에는 6·25전쟁 당시 피란수도 부산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 중에서도 환란의 근대사를 품고 있는 임시수도기념관과 석당박물관은 ‘질곡의 삶’을 담았던 소중한 그릇 같은 존재다. 서구 부민동 언덕배기에 자리한 ‘임시수도기념관’은 1926년에 지은 아담한 2층 목조건물로 예쁜 정원을 배경으로 앉아 있다. 경남도청이 진주에서 부산으로 옮겨왔던 당시 경상남도지사 관사 용도로 지어졌지만, 6·25전쟁 기간 동안은 대통령관저로, 그 후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고검장) 관사로 사용되다가 2012년 리모델링해 ‘임시수도기념관’이란 명칭으로 그해 9월 개관했다.  

 

임시 천막에 나무의자 빼곡한 ‘피란학교’ 풍경 재현

임시수도기념관은 대한민국의 중심부로서 그 역할을 다했던 임시수도 1천23일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전쟁 발발과 함께 부산으로 모여든 피란민들의 고달픔과 우리민족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전쟁 당시의 손때 묻은 귀한 유물을 중심으로 이승만 대통령의 유품 등을 관람하다 보면 입법·사법·행정기관이 모여 있었던 임시수도 부산의 위상이 느껴진다.

건물은 대통령 관저로 사용됐던 2층 목조건물과 전시장으로 구분되는데 먼저 현장감이 살아있는 전시장부터 보는 게 좋다. 전시장은 1987년 개원한 부산고등검찰청의 관사 용도로 지어졌다가 2012년 전시관으로 거듭났다. 전쟁에서 사용하던 물건과 함께 당시의 판자집, 피란학교, 국제시장의 좌판, 밀면집, 밀다원 다방 등을 실물 모형으로 제작 전시하고 있어 피란민들의 생활상을 보다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전시장으로 가기 위해 뒷마당으로 돌아가니 천막으로 얼기설기 지어진 ‘피란학교’가 보였다. 6·25전쟁 당시 부산지역 대부분의 학교는 군대나 병원으로 징발됐기 때문에 아이들이 공부할 장소가 없었다. 비록 전쟁 중이었지만 임시 천막 안에서 나무로 만든 의자에 빼곡하게 앉아 수업을 받았던 교육열이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원동력임을 알게 한다. 

금방이라도 학교종이 ‘땡땡땡’ 울릴 것 같은 ‘부산초등학교’가 그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돼 있다. 불안한 전쟁과 부족한 물자, 혹한의 추위와 찜통더위, 물 부족 등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자식들에게는 가난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던 부모의 교육열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하다. 그 시절 사용했던 교과서와 주판, 미군부대에서 흘러온 박스로 만든 책받침, 통지표, 전시학생증, 교사 신분증명서 등과 갓 20세를 넘기고 기장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던 ‘신경복’ 선생의 일기 총 6권이 전시돼 있다. 일기 중 한 대목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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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전쟁 기간 동안 대통령 관저로 사용됐던 ‘임시수도기념관’은 2012년 전시관으로 거듭났다

   (사진은 ‘임시수도기념관’에서 피란학교를 체험하는 시민 모습).

 

피란시절 쓰던 애환 서린 물건 가득 

국제시장의 다른 이름은 ‘도떼기시장’이었다. 물자가 부족했던 피란살이에 가진 것을 내다 파는 행상이 유행하다가 해외 구호물품이나 PX에서 흘러나온 미군물품들이 불법적으로 거래됐었다. 그중 미군복, 밀가루, 커피, C레이션(미군 전투식량), 양담배 등이 인기를 끌었다. 광복 이후,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가재도구와 미군물자가 흘러 들어와 전쟁 시기에 서민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담당했던 국제시장은 부평시장과 깡통시장까지 확장돼 생필품 부족에 허덕이던 상황에서 전국의 상권을 쥐고 흔드는 최대의 대형 마켓으로 성장했다. 국제시장 좌판을 재현한 곳에 가지런히 놓인 미군 초콜릿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피란시절에는 원자재가 부족해 재활용품이 많이 사용됐는데 고난과 함께 해온 물건들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삐삐선(PP선)으로 만든 장바구니, 철모로 만든 바가지, 탄약상자를 재활용한 돈통, 검정고무신, 달력, 포탄피로 만든 소 워낭, 파리 잡기통, 나무로 만든 ‘비누갑’, 자동차 매매 계악서 등 귀한 물건을 구경할 수 있다. 그 외 이기활 씨가 기증한 피란 때 입었던 의복이 그 시절을 말해준다. 전시장 한쪽 편에 밀면집이 보인다. 나무판자로 얼기설기 만들어 더욱 실감난다. 북에서 남으로 내려온 피란민들은 향수를 달래기 위해 고향 음식인 냉면을 해먹고 싶었지만 재료를 구할 수 없어 대신 밀가루를 섞은 ‘밀면’을 만들어 먹은 것이 부산 밀면의 역사다. 꿀꿀이죽은 ‘UN탕’이라 불리며 미군부대에서 버리는 음식을 수거해 다시 끓인 것이다. 꿀꿀이죽에는 햄과 소시지 등 육류가 들어 있어 영양부족에 시달리던 피란민의 소중한 먹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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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시수도기념관’을 관람하는 학생들 모습.

    ❷ 6·25전쟁 피란시절 예술가들의 사랑방이었던 ‘밀다원 다방’을 재현한 모습.

 


피란시절 예술가들 사랑방 ‘밀다원 다방’

축음기에서 ‘경상도 아가씨’가 흘러나온다. 문화예술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밀다원 다방’을 그대로 들여놓았다. 우아한 레이스 위의 찻잔, 고급스런 주전자, 귀한 전화기, 서양풍의 고급벽지.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시며 암울한 시대를 견디던 예술가들의 도피처였다. 

밀다원 방명록에 단골손님으로 이중섭 화가도 있었다. 물감 살 돈이 없어 담배 은종이에 그렸다는 은지화(제목 : 물고기를 안고 게를 탄 어린이)는 시대의 가난을 설명한다. 그리고 

‘흰소’는 하얀색 물감이 부족해 밀가루를 섞어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밀다원’은 가난한 미술가들의 전시장이 돼 주던 공간이기도 하다. 

또 전시실에는 소설가 김동리 선생이 ‘현대문학’에 발표한 ‘밀다원시대’가 원본으로 전시돼 있다. 그리고 1950년 발행한 화폐, 북한화폐 외에도 임시수도 시기에 행정에 관계된 자료인 ‘단기 4284 세입세출총예산’과 ‘예산관련 법령집’, 그리고 ‘인구총조사 기념 재떨이’와 대선주조에서 만든 ‘다이아몬드 소주’ 전시물이 있어 그 시대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앞마당에 있는 임시수도 대통령 관저로 사용됐던 건물 1층에는 응접실과 서재, 내실, 거실, 식당, 부엌, 조리사실이었던 ‘생각의 방’ 등 8개의 방으로 나누어져 있다. 2층은 전시실과 ‘회상의 방’으로 꾸며 6·25전쟁에 관한 유물과 이승만 대통령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직선으로 300m거리에 위치한 동아대 석당박물관은 문화재 41호로 등록된 유서 깊은 건축물이다. 일제 강점기인 1925년 경남도청으로 지어졌으며 임시수도 시절에는 정부 청사로 사용되기도 했다. 지금은 유장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박물관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유물 3만여점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광장에는 부산 근대 전차(등록문화재 494호)가 전시돼 있다. 당시 사람들에게 ‘전깃불 잡아먹고 달리는 괴물’로 인식 됐다고 한다. 전차가 달리면서 공중전기 케이블에 방전돼 번쩍거리는 불빛이 마치 번갯불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때 다니던 전찻길이 부산 도시철도 1호선의 모태가 됐다. ‘와~’ 학생들이 위를 쳐다보며 감탄사를 연발 내지른다. 2층 서화실 입구에 전시된 광개토왕릉비의 탁본 모형물은 6.39m 높이의 실제 크기로 제작돼 박물관 3층까지 닿을 만큼 위풍당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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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란수도 부산야행’에 참가한 시민 모습.

 


정부청사 옛 모습 그대로 살려 박물관으로

석당박물관의 전시 공간은 모두 7개로 구성돼 있다. 2층에는 고고실, 도자실, 와전실(기와와 전돌의 줄임말), 불교실, 서화실, 민속실이 있다. 3층에는 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 기록실이 있다. 기록실은 경남도청, 부산 임시수도정부청사, 그리고 현재 건물의 축소모형과 수리 복원 시 수습한 각종 부재를 자세하게 전시하고 있다. 특히 오래된 마룻바닥으로 꾸며져 있는 실내는 왠지 모르게 애환의 냄새를 풍긴다.박물관 관계자는 흔적의 재생·복원을 위해 박물관으로 수리할 당시, 기존 벽체를 그대로 두고 최소한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지하 ‘수장고’부터 전시장 곳곳에 남겨져 있는 벽체들이 식민지 시대의 고통과 전쟁의 아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관람객 중 감회에 젖은 눈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는 장면을 종종 목격한다고 한다. 2017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 1월, 방학 중인 아이들의 손을 잡고 어떤 어려움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았던 유연하면서도 강한 우리민족의 힘을 꼼꼼하게 구경해 보시길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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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대 석당박물관은 일제 강점기인 1925년 경남도청으로 지어져, 임시수도 시절에는 정부 청사로 사용됐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임시수도기념관

도시철도 1호선 토성역 2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관람시간 9:00∼18:00 (월요일 휴관) / 입장료 무료

 

동아대 석당박물관

도시철도 1호선 토성역 2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관람시간 09:30~17:00 (월요일 휴관)  / 입장료 무료

 

 

작성자
이영옥
작성일자
2017-01-0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17년 1월호 통권 123호 부산이야기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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