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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화사한 달맞이언덕엔 봄의 낭만이…

시내버스로 만나는 부산 ④ 39번 버스

내용

봄기운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요즘이다. 갓 지은 밥처럼 고슬고슬한 햇볕과 차창 밖으로 부는 보드라운 바람이 꿈길처럼 산들거린다. 삼라만상도, 사람 마음도, 봄물 올라 자지러지는 계절이다.

휴일을 맞은 부산의 바다는 봄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시내버스로 만나는 부산'은 봄을 맞아 부산을 대표하는 해안길로 만개한 벚꽃 속을 걸을 수 있는 39번 버스노선을 따라 부산을 만나본다.

39번 버스는 용호동 남구구민체육센터에서 해운대 달맞이언덕 입구를 지나 송정~기장까지 가는 노선이다. 이 노선은 '해운대~송정~기장 해안'을 아우르는 '부산의 지중해' 코스. 그래서 아름다운 바다의 비경이 쏟아질 듯 펼쳐진다. 가볼만한 곳은 해운대 달맞이길과 미포~청사포~구덕포를 잇는 동해남부선 폐선철길. 송정해수욕장과 기장 대변항까지 '봄의 해안 바닷길'을 봄볕 받으며 걸어본다.

아름다운 세 가지 길 품은 달맞이언덕

달맞이언덕은 부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 가지 길을 품고 있다. 그 첫째 길은 와우산(臥牛山) 등성이를 인생길처럼 이리구불 저리구불 길을 내고 있는 와우산 십오 구비길 '달맞이길'이다. 두 번째 길은 미포입구 광장에서 청사포와 구덕포 등 삼포(三浦)를 호젓한 숲 속 오솔길로 잇는 문탠로드. 달이 휘영청 뜬 밤에 철썩이는 파도소리와 함께 오솔길을 걷는 문탠로드는 달빛 따라 걷는 사색의 산책로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동해남부선 폐선구간 중 가장 풍광이 아름다운 미포~송정구간 철길을 바다와 함께 걷는 폐선철로 길이다. 이 세 길 모두가 저마다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부산의 매력 공간이다.

해운대 달맞이언덕은 부산의 벚꽃 명소로 유명하다(사진은 봄나들이 나온 가족이 벚꽃을 즐기는 모습).

소가 누워있는 형상의 와우산 허리를 치맛자락 펼치듯 굽이굽이 15곡으로 굽이져 가는 '달맞이길'은 '달빛' 따라 길을 내고, '벚꽃' 따라 마음이 먼저 가는 길이다. 그리하여 '달과 길과 사람'이 함께 하는 길. 때문에 달맞이고개의 꼬불꼬불 열다섯 구비 길에는 봄마다 눈부시게 하얀 '벚꽃 비'가 내리고 밤마다 해월정에서 휘영청 크게 떠오르는 '보름달'이 사람 마음을 애틋하게, 그리고 아련하게 하는 것이다.

미포 오거리 '달맞이길' 이정표를 시작으로 길을 걷는다. 달맞이길 안내도·갈맷길 2코스 안내도 등이 잘 정비돼 있다. 또한 '미술의 거리' 안내 입간판도 서 있는데, 달맞이고개에 산재해 있는 갤러리 위치를 지도로 표시하고 있다.

봄을 맞은 달맞이길은 온 언덕에 한창 푸른 물이 들었다. 길가로는 벚꽃송이가 몽글몽글 부풀러 올라 앞 다투어 꽃을 피우고 있다. 곧 벚꽃의 '꽃비'가 화르르~화르르~난분분대며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을 것이다.

달맞이언덕 주위에는 지중해풍의 레스토랑, 카페촌이 형성돼 있어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부산의 유명 갤러리 20여 곳이 모여 있는 것도 특징. 사시사철 국내외 유명 화가들의 초대전이나 기획 전시회를 마음껏 접할 수 있다.

또한 한국 유일의 추리문학관을 비롯해 사진스튜디오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달맞이언덕에 터를 잡고 있어 '문화예술의 언덕'으로도 그 명성을 알리고 있다.

달맞이언덕 위의 바다가 보이는 정자 해월정(海月亭)에 오른다. '해월정의 달맞이'는 대한팔경에 꼽힐 만큼 선경(仙境)으로, 특히나 봄바람에 벚꽃 비까지 화르르~날릴 때쯤엔 그 아름다움에 눈이 시릴 정도다.

해월정 앞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멀리 오륙도가 점점이 떠 있고, 바다에는 햇살이 비쳐 잔물결이 자잘하다. 봄볕 아래로 작은 어선 몇 척 한가로이 떠다니며 고기잡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 그저 평화롭기만하다.

해월정 광장에는 달맞이아트프리마켓이 한창이다. 매주 주말마다 열리는데, 주로 수공예품들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반지, 목걸이, 팔찌 같은 액세서리 등과 가죽 공예품, 인형, 천연비누, 도자기 그릇, 엔틱 소품, 캐리커처 등등 다양한 소품들을 만날 수 있다.  

문화예술촌 꿈꾸는 청사포 … 조개구이 별미

길은 청사포로 가는 길과 합류한다. 청사포 고개 다리를 건넌다. 다리 밑으로 청사포 마을 풍경이 푸근하고 아름답다. 이렇게 그윽한 포구가 달맞이고개에 숨어있는 것이다. 이른바 삼포라 불리는 미포, 청사포, 구덕포의 세 어촌마을이 그들이다.

절경의 해안에 숨어있는 진주 같은 포구마을들. 그들이 반짝반짝 눈에 선연하게 비친다. 그 중의 하나, 청사포의 바다는 넓고도 푸르다. 동해가 시작되는 부근이라 바다색 또한 깊고도 짙다.

요즘 청사포에는 지명도 있는 미술가들이 잇달아 작업실을 내고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또 다양한 예술인들이 작업공간을 알아보고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예술촌으로 자리 잡고 있다. 워낙 해안풍광이 아름다워 창작환경이 좋은 것이 그 이유다.

동해남부선 폐선 철길은 바다를 굽어보며 겆는 4천800m의 트래킹 코스이자 순례길이다.

이와 때를 맞추어 해운대구는 청사포 일대에 소규모 공방을 마련해 시인, 화가, 공예가 등의 작품활동을 지원하고, 공동 작업장 조성과 작품 전시회를 지원하는 등, 청사포 일대를 문화예술촌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사포에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조개구이집이 집단을 형성하고 있어 멀리서도 조개구이를 먹으러 몰려들고 있다. 그 사이로 골목 곳곳에는 예쁘장한 카페들이 사이좋게 올망졸망 따뜻한 햇볕 아래 마을을 이루고 있어 더욱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청사포에서 송정해수욕장 가기 전, 또 하나의 조그마한 포구가 하나 숨어있다. 구덕포다. 한때는 군사시설로 출입을 통제하던 시절도 있었던 작고 아름다운 포구로 해안풍경이 절경을 이루는 곳이다. 지금은 앙증맞은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들어서면서 이국적인 바다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80년 철길 역사 보듬은 옛 송정역 추억 더해

철길은 평행의 거리를 끝까지 이어가는 길이다. 레일 두 개가 나란히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튼튼하게 받쳐줘야만 그 기능이 시작된다. 그리하여 그리운 사람을 싣고 반가운 만남을 기약하는 것이다.

동해남부선 미포~옛 송정역 구간의 폐선철길을 걷는다. 송정까지 거리는 4천800m. 미포에서 청사포로, 구덕포로, 송정으로, '삼포의 길'로 향하는 걸음. 봄볕 아래 순례길을 걷듯,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생각하며 길을 걷는다.

길의 시작인 미포(尾浦)는 '와우산' 소의 꼬리에 해당하는 곳에 자리한 포구. 지금도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이 있어 그들이 직접 잡아온 싱싱한 해산물과 자연산 생선회를 즐길 수 있다. '천만 관객'의 영화 '해운대'의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철길을 조금 걷자니 낯익은 갯내가 코를 간질인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드넓은 바다와 바위 위로 부딪히는 파도소리들, 세월을 이겨낸 늙은 해송들이 철길을 따른다. 바다는 푸르고 한낮의 태양은 따뜻하다. 그 위로 갈매기 떼들이 여유롭게 자맥질을 하고 있다.

철길을 지척에 두고 마을이 보인다.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돌담도 보이고, 돌담 사이로 꼬불꼬불 골목도 숨바꼭질을 한다. 집 마당 앞 채마밭에는 한창 푸릇푸릇 소채들이 싹을 틔우고 이웃한 숲에서는 참새들의 지저귐이 한참을 소란스럽다.

버스는 동해남부선 송정역과 송정해수욕장 입구에도 선다. 송정역(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302호)은 '근대의 시간'이 머물러 있는 곳. 곳곳에서 우리의 근대사를 읽어낼 수 있는 장소이다. 지금은 철도의 기능을 고스란히 내려놓은 채 80년 철길의 역사만 보듬고 앉아있다.

송정해수욕장으로 들어선다. 수많은 연인들이 따사로운 봄 바다에서 사랑의 산책을 즐기고 있다. 백사장에서는 가족과 함께 온 아이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백사장 한 쪽으로는 갈매기 떼가 사람 머리 위로 맴을 돈다. 사람들이 주는 과자를 먹기 위해 화려한 날갯짓으로 군무를 펼치는 중이다. 수십, 수백 마리가 큰 원을 그리며 사람 손바닥으로 내려앉는다. 온 가족이 즐거운 봄나들이 속에 푹 빠졌다.

봄물 오른 멸치 펄떡이는 대변항

멸치는 벚꽃 피는 4월에 대변 연안으로 몰려온다. 때문에 벚꽃이 피면 대변 앞바다의 멸치도 은빛 비늘로 화들짝 피는 것이다. 벚꽃 그늘을 따라 대변항 바닷길을 걷는다.

대변항. 전국 최대의 멸치전문어항. 싱싱한 멸치 비린내와 멸치젓 곰삭는 냄새로 하루를 여는 곳. 특히 멸치축제가 있는 4월의 대변항은 말 그대로 멸치로 파시(波市)를 이룬다. 각지에서 몰려온 멸치잡이 배들로 대변 앞바다는 불야성을 이루고, 관광객들로 골목이 왁자지껄하다. 올 멸치축제는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열릴 예정이다.

4월 대변연안에 몰려든 멸치잡이로 대변항은 멸치 추리는 소리가 넘쳐난다.

이러한 대변항 멸치골목에는 계절에 따라 크게 두 가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봄, 가을에는 살아 튀어 오를 것 같은 멸치의 싱싱한 풍경을 멸치전문횟집거리에서 즐길 수 있고, 여름, 겨울은 긴 세월이 만들어 낸 멸치젓갈의 곰삭은 풍경을 골목 곳곳에서 즐길 수 있다.

때문에 대변항을 에워싸고 있는 노점에는 오징어, 가자미 등 말린 건어물과 함께 멸치젓갈을 즉석에서 담가 팔고 있다. 멸치배가 들어왔는지 멸치 후리는 소리에 관광객들이 몰리고, 허공으로 튀어 오르는 멸치의 싱싱한 은빛 비늘 위로 봄 햇살이 반짝인다. 어디선가 멸치 굽는 구수한 냄새가 피어오른다. 봄의 식욕이 왕성하게 기지개 켜는 따뜻한 봄날 오후다.

작성자
글·최원준 시인/사진·문진우
작성일자
2015-04-0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673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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