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도 99% 부산 독립영화의 작은 ‘반란’
부산 배경, 부산 배우, 부산 감독이 만든 ‘메이드 인 부산’ 영화
독립영화 한계 딛고 전국 22개관 동시상영…호평 이어져
- 내용
부산에서, 부산사람들이 만든, '메이드 인 부산' 영화 '미스 진은 예쁘다'가 화제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장희철 감독이 제작·연출한 '미스 진은 예쁘다' 가 부산에서 만든 장편 독립영화로는 처음으로 전국 개봉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미스 진은 예쁘다'는 지난 14일 부산을 비롯 서울 원주 강릉 대전 등 전국 20개 극장 22개관에서 동시 개봉했다.
'미스 진은 예쁘다'는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돼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독립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배급사를 찾지 못해 일반 개봉을 하지 못한 채 지난 2년 동안 감독의 책상 서랍 속에 묻혀있었다.
어쩌면 세상에 이름을 내미는데 실패했을지도 모르는 영화는 극적으로 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영화의 진가를 먼저 알아본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온 것. 제22회 유바리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14회 도빌 아시아영화제를 비롯한 국내외 유수 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올해도 제31회 이란 파지르 국제영화제 'Festival of Festival' 섹션 부문에 초청받았다. 파지르영화제에서는 올해 칸영화제 화제작인 '더 헌트', '아무르'와 어깨를 나란히 해 다시 한 번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해외에서 지속된 관심 덕분에 '미스 진은 예쁘다'는 영화 완성 후 2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됐다.
영화 '미스 진은 예쁘다'.'미스 진은 예쁘다'가 일궈낸 성과는 비단 '미스 진은 예쁘다'에만 국한된 성과는 아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지속된 영화에 대한 부산시민의 높은 관심, 여기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작품 활동을 지속해온 부산 지역 독립영화인들이 일궈놓은 토대 위에서 이뤄낸 성과여서 더 값지다. 부산에는 해마다 5~6편의 장편 독립극영화가 만들어지고 있고, 다큐멘터리까지 포함하면 매년 10여 편 정도가 제작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상영관에서 개봉되는 기회는 극히 드물다. 지난 2011년 허은희 감독이 연출한 '심장이 뛰네'가 독립영화전용관이 아닌 일반 상영관에서 개봉되기는 했지만, 이작품은 서울과 부산 두 곳에서만 개봉하는데 그쳤다. 전국의 영화팬들에게 선보인 '메이드 인 부산' 영화는 실질적으로 '미스 진은 예쁘다'가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미스 진은 예쁘다'는 순도 99%의 부산 영화다. 기획, 제작, 연출, 배우 모두 부산사람이 맡았고, 촬영도 부산에서 진행했다. 장희철 감독은 기획, 시나리오, 연출, 제작을 맡았다. 배우 역시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극배우를 중심으로 캐스팅했다. '미스 진'역을 맡은 진선미 배우와 '수동'역을 맡은 하현관 배우는 부산 연극판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견 배우다. 이외에도 출연진 전원이 부산사람이다.
'미스 진은 예쁘다'가 부산 제작 독립영화로는 드물게 주목을 받는 것은 작품성이 뛰어난 때문이지만, 독립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허무는 대중적 접근방식에도 기인한다.
흔히 독립영화라고 하면 거대담론 혹은 사회적 문제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는 선입견을 가지기 쉽다. '미스 진은 예쁘다'는 독립영화를 바라보는 이같은 시각이 다소 편향되었음을 보여준다. 상업영화의 제작 방식을 거부하는 독립영화의 정신은 고수하되, 거대담론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소소하고 따뜻한 일상성을 채웠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와 소통, 연대와 같은 아날로그의 감성을 담은 작품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각별하게 생각하는 부산사람들의 정서와도 맞아떨어져, 부산사람이 부산에서 만들었다는 공간성을 제외하더라도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와 감성까지 부산만의 특성을 담아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미스 진은 예쁘다'에 대한 평단과 관객의 평가는 모두 후하다.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김상화 집행위원장은 “부산에서 만든 최고의 독립영화”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부산국제영화제로 촉발된 영화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부산 사람들의 속 깊은 마음과 정을 듬뿍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잘 만든 독립영화 한 편을 탄생시켰다.
- 작성자
- 김영주
- 작성일자
- 2013-03-20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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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569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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