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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은 온통 공항유치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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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제2허브공항(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놓고, 밀양이 요즘 혼란스럽습니다. ‘높은 분’들은 필사적으로 신공항을 유치해야 한다며 도를 넘는 유치전을 펼치는데, 정작 밀양시민들은 공항이 오면 안 된다며 결사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유치해야 한다’는 현수막, ‘유치 결사반대’ 현수막이 밀양 시내를 뒤덮고 있습니다. 밀양시민들이 유치반대 현수막 130여개를 시내중심가에 내걸자 밀양시청은 ‘불법 현수막’이라며 발 빠르게 걷어치웠다고 합니다. ‘윗전’이 내건 유치찬성 현수막은 어림잡아도 수천장에 달하는데 모두 적법한 것인지, 뗄려면 같이 떼라는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동북아 제2허브공항(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놓고, 밀양이 요즘 혼란스럽습니다. ‘높은 분’들은 필사적으로 신공항을 유치해야 한다며 도를 넘는 유치전을 펼치는데, 정작 밀양시민들은 공항이 오면 안 된다며 결사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유치해야 한다’는 현수막, ‘유치 결사반대’ 현수막이 밀양 시내를 뒤덮고 있습니다. 밀양시민들이 유치반대 현수막 130여개를 시내중심가에 내걸자 밀양시청은 ‘불법 현수막’이라며 발 빠르게 걷어치웠다고 합니다. ‘윗전’이 내건 유치찬성 현수막은 어림잡아도 수천장에 달하는데 모두 적법한 것인지, 뗄려면 같이 떼라는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서슬 퍼런 ‘관’의 유치전 속에서 가장 크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들은 밀양 농민들입니다. 밀양 농민들은 최근 동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반대 기자회견을 연데 이어, 신공항 밀양유치를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반대운동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경남도와 밀양시가 사활을 걸고 동남권 신공항 밀양유치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직접 당사자인 밀양사람들은 오히려 유치반대를 선언하고, 단체행동을 시작한 것이지요. 진짜 이 분들 통 크고, 배짱 두둑한 사람들입니다.

밀양지역 시설채소와 화훼농민 500여명으로 구성된 밀양농업발전·보존연구회는 지난달 말 밀양 중심가와 간선도로변, 하남읍 등 130여곳에 '동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결사반대'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일방적 밀어붙이기 밀양 신공항 유치 결사반대' '밀양의 농업 환경 교육을 말살하는 신공항 유치운동을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입니다. 행정기관과 지역인사들의 주장대로 공항만 들어오면 정말로 밀양지역이 환상적으로 발전하고,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시민 스스로 판단토록 하겠다는 것이 이 농민단체의 생각입니다.

이 연구회 윤상진 공동대표는 “밀양의 농업과 환경을 말살하는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즉각 중단하라는 기자회견까지 열었지만 밀양시는 아랑곳없이 유치활동을 강화하고, 급기야 농업업무와 관련한 밀양시 직원들을 동원, 시 보조사업 중단을 은연 중 내비치며 회원들을 회유 내지 협박하고 있다”며 분개해 했습니다. 윤 대표는 “수려한 자연환경을 지키고, 밀양을 청정농업도시로 만들기 위해 농민과 시민들의 반대의지를 결집해 끝까지 투쟁해 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공항을 지으려면 20개가 넘는 산을 깎아내야 한다는데, 산을 폭파하는 굉음과 그 천문학적인 토사를 실어나르며 풀풀 날릴 먼지와 덤프트럭의 소음을 공사기간 10년이 넘도록 어떻게 견뎌낼 것이며, 그 10년 동안 밀양은 황사보다 더한 먼지를 뒤집어 쓴 유령도시가 될 것이란 겁니다.

이들이 내건 ‘밀양 신공항’ 유치 결사반대 현수막은 지난 월요일 밀양시가 ‘불법’이라며 싹 걷어 갔습니다.

며칠전 밀양을 다녀왔습니다. 실제 밀양의 민심이 어떠한지, 유치전은 얼마나 요란스럽게 펼쳐지고 있는지, 현장 분위기를 읽기 위해서였습니다.

한마디로 가관이었습니다. 밀양은 온통 현수막과 배너기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사극 속에서, 흡사 출병을 앞두고 함성을 지르며 깃발을 치 흔드는 진지를 보는 것 같습니다. 죽기살기로 동남권 신공항 유치전을 펼치고 있는 밀양은, 경제성이나 안전성 같은 논리대결 보다 깃발을 앞세운 세 대결이나 지역대결 구도를 택한 것 같았습니다.

입지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부산이 단 한 개의 현수막도 내걸지 않은 것과는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쥐죽은 듯 고요한 부산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성스러웠습니다.

'현수막 도배'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남밀양IC를 빠져나와 밀양으로 접어들면서부터 시작됩니다. 밀양경찰서 앞 네거리에만 10여개의 현수막이 휘날리고 있습니다. 사거리의 네 귀퉁이 모두와 하천변까지 경상도 사투리로 “빠끔한 데”가 없었습니다. 시내로 접어들수록 점입가경입니다. 현수막은 숫제 물결을 이루고 있습니다.

마암터널을 빠져나가자마자 밀주교가 시작되는데, 밀주다리부터 밀양병원을 거쳐 밀양시청으로 들고나는 간선도로 쌍방향 도로변은 가히 배너기의 홍수였습니다. 전봇대, 가로등 같은 기둥마다 3~4m에 하나 꼴로 배너기가 촘촘하게 내걸려 있었습니다. 식당 앞이나 주유소 입구 곳곳에서도 현수막이 나부꼈습니다. 저 많은 현수막과 배너기를 도대체 누가 내걸었나 싶어서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으면서 물어봤습니다. 현수막이 걸린 도로변의 식당주인에게도 물어봤습니다. 대답은 이렇네요. “우리가 안 했어예. 아마 관에서 걸었지 싶은데, 잘은 모르겠네예.”

문구도 각양각색입니다. '동남권 신공항은 영남권의 중심도시 밀양이 최적지'라는 얌전한 내용부터 '우리도 한번 날아보자' '떴다 떴다 비행기…' 같은 장난스럽고 유치한 내용까지 그야말로 천태만상입니다. 밀양시청사 앞에는 '에어시티'라는 구호가 붙어 있었습니다. 같이 취재에 나선 후배 기자가 한마디 툭 던집니다. “신공항 유치 못하면 우짤라꼬, 에어시티 안되면 우짤라꼬, 저리 크게 ‘에어시티’ 구호를 붙여 놨을까예?”

행인 몇 사람을 붙잡고 말을 붙여봤지만 별 관심이 없는 눈칩니다. 밀양농업발전·보존연구회원들에 따르면 '밀양 공항'을 찬성하는 사람은 많아야 20~30%라고 하네요. 일부는 관심조차 없고, 절반이 넘는 사람은 밀양에 공항을 유치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전언입니다. 그나마도 강압적인 분위기에 눌린 '강요된 찬성'이 대부분이랍니다.

이런 속에서 '현수막 도시 밀양'이 새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참다못한 밀양농민들이 밀양시내 중심가에 '막연한 신공항 만능론 결사반대' '대책없는 신공항유치 결사반대' '일방적 밀어붙이기 결사반대'같은 반대 현수막을 내걸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밀양시가 현수막을 붙이자마자 한나절도 안돼서 반대 현수막을 다 떼어갔지만 말입니다. 밀양이 '찬성·반대'로 갈라진 두 목소리에, 더불어 두 목소리의 현수막 몸살로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지금 밀양은, 행정기관 중심의 도를 넘는 동남권 신공항 유치전으로 시가지가 온통 현수막과 배너기로 뒤덮여 있습니다. 현수막 업체들, 돈 좀 벌었겠습니다.

작성자
박재관
작성일자
2010-12-06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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