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이름을 새긴 공원, ‘부산 유엔평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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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의 유엔기념공원 인근에는 그 이름처럼 평화로운 분위기를 간직한 근린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2005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성된 유엔평화공원이 그 주인공으로 고철처리업체와 자동차정비업체 등 51개 업체가 난립하던 부지가 3만 2,893㎡ 규모의 쾌적한 공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평화공원'이라는 이름 자체가 인근의 유엔기념공원과 연계해 지어진 만큼 공원 곳곳에는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선 역사적 의미가 조용히 스며들어 있었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커다란 화강암 표석에 새겨진 '평화공원'이라는 글자가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한다. 표석을 지나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유엔 엠블럼이 새겨진 대형 인체 형상 조형물이 시선을 압도한다. 가슴 부분이 뚫린 독특한 형태로 제작된 이 조형물 주변에는 한국전쟁 참전국들의 국기와 참전 내용을 새긴 석판들이 원형으로 늘어서 있었는데 콜롬비아, 프랑스, 네덜란드 등 각국의 참전 역사를 하나하나 읽어가다 보면 이 공원이 지닌 무게감이 새삼 실감되었다. 인근의 부조벽에는 1950년 6·25 발발부터 이어지는 한국전쟁의 주요 장면들이 시간순으로 새겨져 있어 공원을 걷는 것 자체가 작은 역사 수업이 되는 공간이었다.


기념 조형물 구역을 지나면 공원의 본래 매력인 자연 공간이 펼쳐진다. 소나무와 동백나무 등 3만여 주의 수목이 빼곡히 심어진 산책로는 도심 한복판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울창하고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한여름 무더위에도 산책로 중간중간 설치된 미스트 분사 시설 덕분에 걷는 내내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이 섬세한 배려가 여름 방문객들에게는 꽤 큰 위안이 되어주었다. 산책로 옆으로는 돌과 수생식물로 자연스럽게 꾸며진 생태연못이 이어졌는데 물가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오솔길을 걸으며 잠시 도심의 소음을 잊을 수 있는 호젓한 공간이었다.


연못 산책로의 끝자락에는 전통 기와지붕을 얹은 육각형 정자가 자리를 잡고 있어 여름 햇살을 피해 잠시 앉아 쉬어가는 이들의 모습이 여유롭게 펼쳐지고 있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서면 지붕이 달린 야외 운동기구 시설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어르신 한 분이 땀을 흘리며 운동 기구를 이용하는 모습이 이 공원이 지역 주민들의 진짜 일상 속 쉼터로 기능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단순한 도심 공원을 넘어 역사와 자연, 그리고 시민들의 일상이 한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유엔평화공원. 보훈의 달 8월이 아니더라도 부산을 대표하는 산책 코스로서 사계절 내내 방문할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 부산 동구 김동우
- 작성자
- 김동우
- 작성일자
- 2026-09-1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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