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서는 안 될 이름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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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의 달 8월을 맞아 부산 남구에 위치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찾았다. 육중한 콘크리트 외벽에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건물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이곳이 담고 있는 역사의 무게가 묵직하게 전해져 왔다. 일제에 의해 자행된 강제동원의 참상을 알리고 피해자와 유족들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이 역사관은,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역사를 온몸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장소였다.


4층 상설전시실1에서는 강제동원의 역사적 배경과 실태가 사료와 유품, 증거품을 중심으로 차곡차곡 전시되어 있었다. 강제노역에 동원된 이들의 개인 유물과 당시 사용된 각종 문서, 그리고 생존자들의 증언 영상이 나란히 놓인 공간을 천천히 걸으며, 교과서에서 활자로만 접했던 역사가 한 사람 한 사람의 구체적인 삶으로 다가왔다. 위안부로 강제동원된 여성들의 증언 기록과 관련 유품들 앞에서는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지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4층에서 5층으로 이어지는 추모의 계단에 들어섰을 때, 그 압도감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거대한 곡면의 벽면을 빽빽하게 채운 수백 장의 흑백 사진들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었는데, 크기도 형태도 제각각인 액자 속 얼굴들이 하나하나 눈길을 붙잡으며 오래도록 발을 붙잡아 두었다. 강제로 끌려가 군복을 입은 젊은이의 사진,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찍은 마지막 기념사진처럼 보이는 장면들이 이어지는 그 공간 안에서 왠지 모를 뭉클함과 숙연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말 한마디 없이 계단을 오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추모 행위처럼 느껴졌다.


5층에 오르자 가장 먼저 '기억의 터'가 시선을 맞았다. 강제동원되었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유골조차 찾지 못한 희생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새겨진 명단이 원형의 벽면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공간으로, 이름 하나하나의 무게가 공간 전체를 조용히 짓누르고 있었다. 중앙의 추모 제단 앞에서는 절로 목례가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경건한 감정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전시 공간은 흔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옆으로는 강제노역이 이루어졌던 광산을 재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전시관임을 알면서도 좁고 어두운 갱도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던 이들이 얼마나 극한의 상황 속에 내몰렸는지가 공간의 온도와 밀도로 전해지는 것만 같아 빨리 빠져나가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였다. 강제징병된 이들의 이야기와 위안부로 끌려간 여성들의 증언 영상이 이어지는 공간도 마찬가지였다. 화면 속 증언자의 목소리와 표정은 어떤 설명 문구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역사의 잔혹함을 전달하고 있었다.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무료 시설임에도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는 묘하게 말이 줄어들었다. 8월이 아니더라도 이 역사를 기억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언제든 찾아볼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잊지 말아야 할 이름들이 이 건물 안에 조용히 새겨져 있다.
- 부산 동구 김동우
- 작성자
- 김동우
- 작성일자
- 2026-08-31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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