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반한 한국의 미(美),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만난 특별공연 《산화비》
무형유산의 울림, 전통과 동시대 예술의 웅장한 재해석"
- 내용
부산에서 개최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기념하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는 한국 무형유산의 정수를 현대적 감각로 재해석한 국립무형유산원의 융복합 특별공연 《산화비(山火賁) : HEXAGRAM 22》가 펼쳐졌습니다. 주역의 22번째 괘에서 이름을 딴 '산화비'는 "본질 위에 더해진 단정한 아름다움"을 뜻합니다. 오랫동안 계승되어 온 우리의 소중한 무형유산이 어떻게 세계인과 소통하는 현대 예술로 승화되었는지 그 감동적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자유석으로 운영되는 이번 공연을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자리에서 관람하고 싶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사전 예매를 완료했지만 무대 가까이에서 아티스트들의 숨소리까지 느끼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너무 일찍 도착한 탓에 현장에는 아직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남들보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그 기다림은 결코 아깝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문이 열리고, 원하던 최적의 명당 자리를 차지했을 때의 뿌듯함은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 끌어올려 주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벡스코 오디토리움 주변은 전 세계에서 찾아온 외빈들과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직접 확인하려는 시민들로 이내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로비 곳곳에 설치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및 《산화비》 대형 포스터 앞은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이들로 활기가 넘쳤고, 내가 찜한 명당자리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니 국보급 무형유산이 과연 어떤 현대적 옷을 입고 올라올지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조명이 꺼지고 장엄한 울림과 함께 시작된 무대는 단숨에 관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삶과 호흡해 온 '대취타'의 웅장한 나발 소리와 '굿'이 지닌 단단한 에너지가 벡스코 오디토리움의 대형 홀 전체를 가득 채웠습니다. 박물관이나 야외 전수관에서 보던 단편적인 민속 공연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서사극처럼 연출된 무대는 전통예술이 가진 본연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전통 무용과 현대 기술의 완벽한 융합이었습니다. 정갈한 갓을 쓴 아티스트들의 세련된 갓일 퍼포먼스, 단아하면서도 절제된 '태평무'와 '일무'의 동작에 맞춰 무대 배경으로 펼쳐지는 빛과 미디어아트는 마치 한 폭의 미디어 수묵화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주었습니다. 전통은 지켜야 할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숨 쉬는 유기체이자 세계적인 미학임을 증명해 주는 비주얼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모바일로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만족도 설문조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기분 좋게 설문 작성을 마친 뒤 안내 데스크로 향하자, 이번 공연의 상징이 담긴 아기자기한 ‘갓 모양 굿즈’를 선물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귀여운 갓 굿즈를 쥐어드니, 올여름 특별한 문화생활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는 소소한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펼쳐진 《산화비》 공연은 기대했던 것 그 이상으로 뛰어난 완성도와 높은 퀄리티를 자랑했습니다. 세계유산의 도시 부산에서 무형유산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물론, 귓가에 남은 장엄한 선율과 화려한 미디어아트 덕분에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 내내 마음이 가득 차오르는 풍성함을 느꼈습니다.
- 작성자
- 임주현
- 작성일자
- 2026-07-2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