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도시 후쿠오카 여행기
여행자 관점에서 본 김해 신공항의 효율성과 후쿠오카의 문화/산업
- 내용
올해 7월 말, 저는 후쿠오카와 기타큐슈로 하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한 규슈의 산업과 문화를 보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후쿠오카는 부산 사람들이 대마도 다음으로 쉽게 떠날 수 있는 해외여행지입니다. 큐슈에서는 최대, 일본 전역에서는 8번째로 인구가 많은 대도시입니다. 후쿠오카는 11년째 우리 부산시와 자매도시인데요. 작년 6월 영남권 신공항 부지 선정 때 부산의 신공항 유치를 지지하고, 문화, 교육, 경제적으로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역사자료를 보면 부산과 후쿠오카의 교류는 변한(가야국의 전신)이 철기와 선진문물을 제공하고 왜국(옛날 일본)이 노동력으로 지불한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여러 왕조를 거치면서도 군대나 사신단이 후쿠오카와 부산을 통해 이동했습니다. 이제는 일반인들의 수학여행이나 워킹홀리데이 근무지로도 선호된다고 하니, 굉장히 많이 변했네요.
그만큼 후쿠오카는 쉽게 여행할 수 있고, 맛 집이나 여행 명소들도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이번 여행은 굉장히 기대되었습니다.
드디어 휴가 시작, 비행기를 타러 아침 일찍 김해공항으로 출발합니다.
50분 비행 후, 후쿠오카 공항 도착.
한마디로 도심에 있어서 굉장히 가깝습니다. 많은 여행객들이 숙소로 선택하는 하카타역 인근에서 지하철, 버스를 이용하는데요. 차가 막히는 시간대에도 버스로 25분 내에 닿을 수 있는 거리입니다.
저는 후쿠오카공항을 이용하면서 예전에 간사이 여행을 했을 때가 문득 생각났습니다.
오사카 외곽에 있는 간사이 공항은 시내 중심부인 난바 역까지 라피트(고속철도)를 타면 35분, 난카이선(공항철도)로는 45분가량이 걸립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 비해 배차간격도 훨씬 길어서 공항까지 이동하는 시간과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을 합하면 1시간이 넘게 소요된 적도 있었습니다. 표의 가격도 대중교통보다 몇 배 더 비싸기에 간사이 지역을 여행 할때는 교통비와 공항을 오고 가는 시간이 많이 부담 되었습니다.
반면에 후쿠오카 공항의 경우 숙소 인근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한 번에 이동할 수 있어서 저렴하고 간편하게 움직였습니다. ‘북큐슈 산큐패스’(큐슈 북부지역의 버스를 해당일자만큼 자유롭게 이용)를 이용했기에 교통 편에 대한 부담은 간사이 여행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작년 6월, ‘영남권 신공항’ 부지 선정 결과로 ‘김해공항 확장’, 즉 김해 신공항 건설정책이 발표되었습니다.
다른 부지에 건설되어야 한다는 분들의 의견 역시 존중합니다만, 가장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실제로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접근성과 노선의 다양성, 인근 주민들의 공감대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여행 일정 중 후쿠오카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출국 시간은 오사카에서 부산으로 돌아올 때보다 빨랐습니다. 환승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고, 숙소에서 공항까지 가는 시간이 짧았기에 제가 예상한 것보다 1시간 더 자유시간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산책도 하고, 맛집에도 들렀다가 출국할 수 있었습니다. 김해 신공항이 보완해야 할 점들이 있겠지만, 시민 모두가 잘 가꾸어 간다면 접근이 어려운 외곽지역의 공항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위에 보이는 건물이 후쿠오카 타워인데요, 후쿠오카의 랜드 마크로 불립니다. 제가 간 날은 저녁에 불꽃축제가 있어서 관계자들이 타워를 꼼꼼하게 검사하고 있었습니다. 층마다 아기자기하게 라면, 캐릭터, 전경 등을 꾸며놓고 배경사진으로 찍을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타워 아래는 해변이 펼쳐져 있고,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해안 주변에는 고급 주택이나 편의시설들이 밀집되어 있었습니다.
후쿠오카 타워 주변에 위치한 로보 스퀘어라는 공간입니다. 필자는 어릴 때 레고나 플라모델 조립을 좋아해서 몇 세트를 모은 적이 있었는데요. 어릴 때의 생각이 나서 우연히 들리게 되었습니다.
출입구를 볼 때는 로봇 판매점이나 단순한 박물관인 줄 알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위에 보시는 사진은 로봇 가부키(일본 전통극)입니다. 공연이 시작되면 전통복을 입은 남자 로봇이 창을 휘두르며 노래를 하고 춤을 춥니다. 자신 주변에 있는 직원분에게 인사도 하고, 간단한 이야기도 하는 게 놀라웠습니다. 많은 학부형들과 아이들이 모여서 공연을 보고 박수를 치는데 저도 자연스럽게 따라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족단위로 로봇 만들기 수업에 참가한 것을 보실 수 있는데요. 안에는 수업 중이라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맞은편 방에서는 직원들이 교육자료를 가지고 한참 토의 중이었습니다.
간단한 프로그램 제작, 부품을 조립하고, 완성된 로봇을 조종하는 게 수업의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 딱딱한 이미지로 느껴질 수 있는 로봇, 기계, 프로그래밍 교육을 유치원생 연령의 눈높이에 맞춘 것을 보면서 일본 교육의 섬세함이 느꼈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후쿠오카의 옆에 위치한 기타큐슈시를 가게 되었습니다.
기타큐슈는 큐슈 최대의 공업도시로서 후쿠오카와 산업적으로 보완관계입니다. 큐슈 지역은 우리나라의 동남권과 비슷한 경제구조를 보이는데요. 중공업/조선이 발달한 나가사키는 경남, 물류/해양/서비스가 발달한 후쿠오카는 부산, 자동차/금속/화학/기계가 발달한 기타큐슈는 울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기타큐슈는 1901년 관영 제철소인 ‘야와타제철소’가 조업한 것을 시작으로 전기, 요업, 기계,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시외버스를 타고 기타큐슈의 고쿠라 역에 내립니다. 일본은 보통 한 곳에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백화점이 위치하는데요.
짧은 동선으로 다양한 것을 해결할 수 있어서 굉장히 편리했습니다. 식당, 상점, 차량 문의 등 모든 기능이 충족되니까요.
역 뒤편에는 은하 철도 999에 나오던 차장이 거수경례를 하고 서 있었습니다.
필자도 유치원 때 그 만화를 몇 번 본 적이 있어서인지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위에 보시는 건물이 야하타 제철소의 ‘히가시다 제1고로’입니다. 서양의 수준급 엔지니어들이 설계, 시공한 일본 최초의 근대 제철소인데요. 기술 문제로 인해 1년 만에 조업을 중단했지만, 이후 끊임없는 노력으로 다른 고로들을 성공적으로 건설해 일본의 철강산업이 성장하는데 이바지했습니다. 다만, 이곳에 일제시대 한국인 강제징용이 집행된 것은 굉장히 마음 아픈 일입니다.
이곳은 ‘기타큐슈 이노베이션 센터’입니다. ‘기술혁신’을 테마로 한 일본 최초의 시립박물관 유사시설인데요.
일본의 산업 근대화 발상지이면서 4대 공업도시인 기타큐슈가 쌓은 인프라를 영상 자료, 실습장, 도서류 등으로 만들어서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산업의 쌀이라는 ‘철강’이 어떻게 생산되었는지를 흑백사진으로 보여주고, 황무지였던 곳이 어떻게 공단으로 바뀌었는지 등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센터 내부에서는 한참 전시회와 세미나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안에서 공부도 하고, 편하게 휴식도 취하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마지막 장소는 기타큐슈 환경 박물관인데요. 기타큐슈가 환경오염을 극복한 내용을 담은 전시물과 체험공간이 골고루 배치되어 있습니다. 위에 있는 흰색 안내로봇은 저도 tv에서만 보았습니다. 하지만 어두운 곳에서 가까이 보면 굉장히 섬뜩합니다.
1960년대에 기타큐슈는 공업으로 급성장하는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은 시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했고, 도카이만은 ‘죽음의 바다’라는 별명이 생겼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70년대 초반부터 환경보호 정책이 실시되고 기업과 시민의 참여로 점차 도시 환경이 개선되었지요.
체험관에는 재활용품의 분류 법과 라벨의 종류에 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재활용품을 만들기 위해 어떤 재료들이 들어가는지 묻는 퀴즈게임도 있었습니다. 또한 관람객 스스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시설의 조그마한 일에도 최선을 다하시는 시니어 봉사자분들에게 많은 도전을 받았습니다.
3박 4일의 일정에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
그리고 우리 부산시의 자매도시이자 크고 작은 경제 현안을 공유하는 후쿠오카를 보면서 다음번에도 한 번 더 와서 재미있는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만 이야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
- 윤홍찬/이야기 리포터
- 작성일자
- 2017-12-22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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