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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214호 기획연재

짧은 말로도 정 담을 수 있지예?

재미있는 우리 부산말 ⑧ 부산말의 정감 어법
상대방 배려하는 '∼이'와 '∼예'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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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서상균 




 "나중에 밥 한번 먹자."

우리가 서로 흔히 하는 말을 외국인은 진짜 식사 약속처럼 받아들인다. 이는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언어적 특성 때문이다. 특정 지역의 언어는 이를 공유하는 사람의 인식과 가치에 영향을 받는다. 개인의 가치·성향을 중시하는 서구에서는 타인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서구보다 관계 지향적 특성이 강하다.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상대방의 의도와 나 자신의 판단을 종합해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상대방 역시 나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점심때 상대방이 "배가 안 고프다"라고 말해도 그 말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돈이 없어서 그런가?'라고 생각하며 밥을 사주기 위해 억지로 끌고 나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지역 사람은 흔히 '부산말'을 퉁명하고 무뚝뚝한 언어라고 여긴다. 바닷가 사람은 원래 그런 말투를 쓴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부산말이 퉁명하고 무뚝뚝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언어적으로 높낮이를 사용하고 축약이 심하다. 이 때문에 말이 짧아진다. 두 번째는 필요한 말만 핵심적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생략하는 부산사람의 성향이다. 부산에는 관계 지향적 특성이 다른 지역보다 강하다. 이 때문에 부산사람은 아는 사람끼리 이루어지는 화법을 낯선 사람에게도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아는 사람·친밀한 사람끼리는 공유하는 정보가 많아서 말을 할 때 정보를 모두 드러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남편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는?"이라고 물어보는 말에는 '우리 아이가 내가 없을 때 잘 놀고 잘 먹고 별 탈 없이 잘 있었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말은 짧아질수록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상대방을 위해 말에 붙여쓰는 표현이 줄어든다. 상대방을 위한 표현이 줄어들수록 배려는 적어진다. 반말이 존댓말보다 배려 없는 말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말은 반말처럼 말을 짧게 쓰는 효율성을 추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에 대한 배려를 담는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다. 부산말에 배려와 정감을 담는 방법은 '∼이', '∼예'와 같은 어미를 붙이는 것이다. '∼이'는 주로 낮춤말·명령·서술·청유와 같은 어미 뒤에 붙는다. 서술형 `간다' 뒤에 붙으면 `간다+이' 즉, '간대이'가 되고('ㅏ'가 'ㅐ'로 변화하는 것은 전설모음화라고 한다), 명령형 '가라' 뒤에 붙으면 '가라+이' 즉, '가래이'가 된다. 청유형 '가자' 뒤에 붙으면 '가자+이' 즉, '가재이'가 된다. '∼이'가 붙으면 말이 길어지면서 특유의 정감이 살아 있는 말이 된다. '예'는 '∼이'가 붙지 못하는 의문문에 붙거나 단어 뒤에 붙어서 높임의 의도와 특유의 정감을 드러낼 수 있다. `그렇다고?'에 '∼예'를 붙여 '그렇다고예?'로 표현하면 어감이 달라지고, '샘·물·어데' 같은 단어에 '∼예'를 붙여 '샘예', '물예', '어데예'로 표현하면 짧은 말에도 많은 정감을 담을 수 있다.


오늘날 사회는 예전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가 밀접하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상대방에게 정보를 충분히 주지 않으면 퉁명스럽고 무뚝뚝한 사람으로 오해받기 쉽다. 부산말은 짧아서 무척 효율적이지만 이 때문에 충분한 정감을 불어넣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짧게 말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정감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낮춤말일 때는 '∼이', 높임말일 때는 '∼예'와 같은 어미를 많이 붙여야 부산말의 본래 맛을 살릴 수 있다. 맞지예? 그지예?


글·이근열 부산대 국어교육과 강의교수



작성자
지민겸
작성일자
2022-08-18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214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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