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야 누부야
재미있는 우리 부산말 ② 부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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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우리 부산말 ② 부름말
가리키는 말과 부르는 말, 대답하는 말까지 모두 같다면? 여러 단어를 쓰지 않아도 되기에 편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거기에 기억하기도 쉽다면 금상첨화. 이런 단순함·편리함·효율성을 두루 갖춘 부산말의 매력을 알아보자.
컴퓨터그래픽·서상균부산말 `안녕(하신교)'이라는 말은 만남과 헤어짐에 모두 쓸 수 있는 인사말이다. 또 시간의 제약이 없이 아침, 점심, 저녁 인사에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말끝만 바꾸어 상대와 관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다용도 인사말이다. 좀더 친밀한 사이에는 `잘 지냈능교?' `진지 자싰능교?'와 같은 인사말을 사용한다. 이 역시 시간의 제약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부산말은 이러한 언어 사용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언어이다. 단순한 표현은 사용상의 편리함과 기억의 효율성이라는 언어의 기본적인 가치를 반영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부산말에서 사람을 호칭할 때 `오빠야, 누부야'처럼 부른다. `오빠, 누부'는 그 대상을 바로 가리키는 말이고 `오빠야, 누부야'는 그 대상을 부르는 말, 즉 호칭어다. 일반적으로 호칭어와 가리키는 말을 구분하여 사용하지만 부산말에서는 이를 구분해 사용하지 않고 많이 쓰는 호칭어인 `오빠야 누부야'만 사용한다. 그래서 `저 사람이 누고?'라고 물었을 때, `우리 오빠야'라고 하지 않고 `우리 오빠야다'라고 한다. 즉, `오빠야'는 어느 상황에서도 `오빠야'로만 쓴다. `오빠야 니가 그랬다 아이가'와 같이 상대가 앞에 있어도 `오빠야'로 쓴다.
부산사람은 이름을 부를 때도 이름 뒤에 `-아, -야'를 사용하기 보다는 `-이'를 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이근열'은 `건여리, 이리 온나'로 부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명사를 만드는 `-이'를 이름에도 그대로 확대해 사용하는 것도 이와 같은 언어의 단순성의 원리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답말과 부름말을 구별없이 사용하는 것으로도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사람을 부를 때는 `여보세요, 저기요' 등과 같이 사용하지만 부산사람은 `보소, 보이소'와 함께 `예' 혹은 `야'라고 대답하는 말을 그대로 부르는 말로 사용한다. 멀리 사람을 부를 때 `예에'나 `야아'하고 소리치면 상대가 바라보게 하는 것도 불편한 부름말을 사용하지 않기 위한 언어 효율성의 산물이다. 또, `우찌 할꼬'의 줄인말인 `우야꼬'를 `우얄꼬, 이런 걸 다 사가 오고', `저라면 아플낀데 우얄꼬' 등과 같이 긍정적 상황, 부정적 상황 모두 쓰는 것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이렇듯 부산말은 쉽고 편하게 사용하기 위해 최적화된 언어로 이해해야 한다.
글·이근열(부산대 국어교육과 강의교수)
- 작성자
- 차세린
- 작성일자
- 2022-02-03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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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202203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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