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일동 철길 육교·상해거리·부산역 친구·올드보이·그날의 분위기 배경
포토에세이 / 부산, 영화를 품다 / ③ 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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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는 6·25전쟁 시절 피란민들이 정착한 지역과 도시산업화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마을을 이루던 곳 등 부산의 역사적 공간이 현존하고 있는 공간이다. 망양로를 중심으로 초량산복도로는 피란민들이 부산에 정착했던 곳이었고, 항만을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시설이 들어섰던 주변지역은 ‘부산 산업화 과정’의 뒤안길을 잘 보여주는 공간으로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구 왜관과 청관이 자리했던 지역으로 다양한 나라의 문화가 유입되고 소비되던 곳이 동구다. 때문에 동구는 시대를 대변하던 공간이 다양하게 소재하고 있어 영화촬영지로도 아주 인기가 높은 곳이다.
▲ 2001년 열린 ‘친구의 거리’ 선포식 모습.
영화 ‘올드보이’ 만두집 배경 ‘차이나타운문화특구’
초량의 ‘차이나타운문화특구’, ‘상해거리’라고도 부르는 이곳은 구한말 청나라가 초량 일대의 땅을 빌려 청관을 설치했던 곳이다. 당시 이곳에는 많은 청나라 상인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중국 상품들을 대량 유통했다. 당시 청관거리에는 점포마다 비단, 포목, 거울, 꽃신 등 청나라의 귀한 물품들을 상하이 등지에서 수입해 사고팔았는데, 그 수요와 규모가 커 창고에 쌓아두고 판매했다 한다. 청관은 1999년 부산시와 중국 상하이시가 자매결연을 하며 ‘상해거리’로 지정돼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인천 차이나타운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 중화요리전문거리로 다양한 중화요리를 선보이고 있는 곳이다. 요즘은 먹방으로 인해 많은 관광객들이 점포마다 줄을 길게 서서 이곳만의 특별한 음식을 즐기는 ‘푸드 스트리트’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특히 상해거리는 박찬욱 감독, 최민식, 유지태 주연의 영화 ‘올드보이’의 촬영지로도 그 이름이 높다. 극중 오대수(최민식)는 감금된 채 15년간 먹었던 군만두 맛으로 자신을 가둔 자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중국집을 찾아다닌다.
그 장면을 초량 상해거리에서 촬영했다. 그 외 장동건, 이정재가 출연한 곽경택 감독의 영화 ‘태풍’도 어두운 분위기의 카페 장면을 찍었다.
영화 ‘그날의 분위기’ 촬영지 ‘부산역’
부산역은 부산 관문 중 하나로 한국 철도의 시발지이자 경부선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1905년 서울∼초량 간 경부선이 처음으로 개통된 뒤, 1908년 임시정거장으로 부산역 업무를 시작해 1910년 10월 부산역사를 준공했다. 당시 르네상스식 벽돌 2층 구조의 건물로 1층은 역무실, 2층은 호텔로 사용됐다. 1953년 부산역전 대화재로 역사가 전소돼 중앙동에 임시가설물 역사를 운영하다가 1968년 초량동에 역사를 신축한다.
지금의 부산역사는 2004년 경부고속철도 개통에 맞추어 증·개축했다. 요즘은 전국의 관광객들이 부산으로 들어오는 주요 관문으로 부산시티투어버스와 연계해 가장 핫(hot)한 ‘시티스폿’ 중 하나다.
부산역은 문채원, 유연석 주연의 영화 ‘그날의 분위기’에서 두 사람의 인연을 다시 시작하게 되는 의미 있는 장소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KTX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농구선수 강진철을 만나야 한다는 목적으로 부산을 찾는다. 부산에서의 인연으로 두 사람은 짧은 하룻밤을 보내고 헤어지지만 결국 서로가 진정한 사랑임을 알게 되고 다시 부산역에서 만난다.
▲ ‘정란각’에서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촬영하는 모습(사진제공·부산영상위원회).‘범죄와의 전쟁’ 촬영 ‘정란각’
옛 고관 근처에는 등록문화재 제330호로 지정된 고급 일본식 주택 ‘정란각’이 있다. 1939년 철도청장 관사로 지은 일본식 2층 목조 기와건물이다. 일제강점기 부산지역 고급 주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건축물로 근대주택 건축사의 자료로 가치가 높은 공간이다. 광복 이후에는 고급 요정집으로도 운영됐는데, 한창 때는 200명의 기생을 둘 정도로 성업했다고 한다.
현재 문화재청이 인수, 2011년부터 문화유산국민신탁에서 위탁 관리하면서 무료관람과 카페 및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에 있다. 2층 중앙의 큰 다다미방에서 윤종빈 감독, 최민식, 하정우 주연의 영화 ‘범죄와의 전쟁’과 임권택 감독, 박상민 주연의 영화 ‘장군의 아들’의 단체 회합장면을 촬영했다.
▲ 동구에는 삼일극장, 삼성극장, 보림극장 등 영화관이 밀집해 있었다. 이들 영화관에서는 영화뿐만 아니라 가수들의 공연도 자주 열렸다(사진은 보림극장에서의 가수 하춘화 공연 안내 모습).
▲지금은 없어진 ‘삼일극장’에서는 영화 ‘친구’에서 주인공 유오성과 장동건이 다른 학교학생들과 패싸움 장면을 촬영했다.
원빈 주연 ‘아저씨’ 배경 ‘매축지마을’
일제강점기 시절, 수많은 일본인들이 부산으로 이주하면서, 다양한 필요에 의해 부산의 해안을 매축하게 된다. 1888년 부산해관 부지 매축을 시작으로 광복 때까지 북항, 영도 대풍포, 부산진, 남항, 적기만 등 부산의 해안을 광범위하게 매축한 것이다. 매축지마을은 원래 일제의 항만 배후공단 조성을 위해, 1932년 완료한 제2차 부산진 매축공사(약 52만8천925㎡) 때 매립된 부지였다.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일본군 병참기지가 있던 곳으로, 말을 수용하던 마구간과 훈련장 등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 좌천동 지역으로 ‘마구간 마을’이라고도 불렸다.
광복과 6·25전쟁 전후로 부산에 많은 이주민과 피란민들이 유입되자, 이곳에 대규모 임시 주거용 막사를 지어 이들을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매축지 마을이 형성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당시 석탄부두를 비롯해 3∼6부두가 인접해 있어, 부두 노동자들의 주거지역으로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기도 했다.
두 사람이 지나가기에도 힘들 정도의 골목을 사이에 두고, 16.5㎡(약 5평) 정도의 집들이 마주보고 있는데, 집이 작아 화장실과 부엌이 따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수많은 공중화장실이 산재해 있고, 부엌은 집 앞 공터에 가설해서 사용하고 있다.
도심지역의 단절된 공간, 매축지마을에서는 이정범 감독의 영화 ‘아저씨’를 촬영했다. 차태식(원빈)이 운영하는 전당포 건물과 소미(김새론)가 도둑질 하다 불량배들에게 잡혀 태식에게 도움을 청하던 철길 위 육교 등이 촬영됐다. 봉준호 감독, 김혜자, 원빈 주연의 영화 ‘마더’도 상당 부분 이곳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조방 앞’ 친구 명대사 “마이 뭇따 아이가~” 탄생
조방 앞은 늘 복잡하다. 가는 어깨와 오는 어깨가 부딪히고, 차와 사람이 한데 뒤엉킨다. 그러면서도 짜증보다 여유가, 조급함보다는 느긋함이 감도는 곳이 조방 앞이다. 우리가 예사로이 부르는 ‘조방 앞’이란 지명은, 원래 일제강점기인 1917년 설립된 ‘조선방직회사’의 줄임말이다. 즉 ‘조선방직회사 앞’을 줄여 ‘조방 앞’이라고 불렀던 것.
조선방직은 설립 당시 부지 26만4천462㎡(약 8만평)에 공장건물 54동, 종업원이 3천여 명에 이르렀을 정도로 규모가 컸던 부산 최대 공장이었다. 이 공장이 폐쇄되자 부산시가 매입해 각종 공공시설을 유치했는데, 그 때 들어선 것이 부산시민회관과 각종 관공서, 서부시외버스 터미널 그리고 평화도매시장 등이다.
이 조방 앞 국제호텔 건너편 전봇대에서 영화 ‘친구’ 중 최고의 장면과 명대사가 탄생한다. 극중 조폭 중간두목인 동수(장동건)가 상대 조폭의 행동대원에게 수십 차례의 칼을 맞으며 “고마해라~ 마이 뭇따 아이가~”라며 죽어가는 장면. 당시 최고의 인상 깊은 장면으로 수많은 영화마니아가 성지를 순례하듯 다녀갔던 곳이다.
지금은 주위로 부산대표 전통시장들인 부산진시장, 자유시장, 평화시장 등과 귀금속전문거리인 골든테마거리 등이 소재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에서 교통부로 가려면 철길 위 육교를 건너야 하는데, 이 철길 육교 또한 영화 친구의 명장면을 찍었던 장소이다. 친구 네 명이 교복을 입고 열심히 달리는 장면을 촬영한 것. 이 철길 육교 입구에는 ‘친구의 거리’ 표지판이 서 있는데, 주연배우 유오성과 장동건의 두 발과 두 손을 찍은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이 두 장소를 잇는 골목길을 ‘친구의 거리’로 지정했으나, 삼일극장, 삼성극장 등과 주위의 골목마저 재건축의 여파로 역사 속으로 사라져 그 시절을 추억하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만 남게 됐다. 삼일극장에서는 친구들과 다른 학교학생들과의 패싸움이 벌어지던 장면을 찍기도 했다.
일본 후지TV 드라마 촬영 ‘안창마을’
안창마을. 부산시 동구 범일동과 부산진구 범천동에 걸쳐 자리한 수정산 아래의 산골마을이다. ‘안창’은 원래 ‘마을이나 산, 골짜기 등지에서 깊숙이 들어간 안쪽’을 일컫는 말이다. 그만큼 외따로 떨어져 구석지고, 뒤돌아 앉아 찾기도 어려운 오지를 뜻한다. 그 말뜻처럼 이곳 안창마을은 못살고 힘들던 시절, 부산의 대표적인 달동네 마을이었다. 부산이 도시화·산업화로 급격히 팽창하면서 일을 찾아 고향을 등진 사람들과 고무공장 노동자들의 피곤한 삶을 다독여주던 곳이 지금의 마을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1950년대 이전에는 산림이 우거지고 커다란 바위와 물이 많아 호랑이가 자주 출몰했다고 해서 지역의 지명도 범일동, 범천동, 범내골, 호계천 등 호랑이에서 유래된 지명을 사용하고 있다. 근래 이 안창마을에는 이 ‘호랑이’를 테마로 주민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에 힘쓰고 있다.
안창마을은 수많은 사연과 기억을 가지고 있는 장소이기에,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가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을 했다. 기무라타쿠야 주연의 일본 후지TV ‘히어로’가 안창마을을 중심으로 촬영을 진행했고, 박해일, 염정아 주연의 영화 ‘소년, 천국에 가다’, 장혁, 조인성 주연의 영화 ‘화장실, 어디에요?’ 등이 안창마을을 배경으로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다.
- 작성자
- 최원준
- 작성일자
- 2017-02-27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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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통권 125호 부산이야기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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