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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1박 2일 동안의 나의 ‘힐링’ 부산여행

쿨부산 스토리텔링 공모전 - 우수상

내용

드디어 휴일이다. 오늘은 쉬면서 지금까지 모자랐던 잠을 충분히 보충하고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리라 마음먹었다. 마음먹은 대로, 마음껏 TV를 보던 중 한 다큐멘터리에서 눈이 멈췄다. 부산 동광동을 한 사진작가가 유람하며 골목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동광동 그곳은 인쇄소가 즐비해 있는 곳으로 내가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등하교를 하던, 나의 일상이 숨어있는 곳이다. 그 시절 나는 그 골목을 지나다니며 왜 건물이 이렇게 생겼는지 여기는 왜 인쇄소가 많은지에 대해서 생각조차 한 적이 없었다. 내게는 당연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속 6mm 카메라에 담긴 동광동 모습은 내가 알던 그곳과는 사뭇 거리가 있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내가 모르는 동광동의 역사를 소개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자태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이내 나는 휴일의 달콤한 휴식을 포기하고 부산이란 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 동광동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 방문지가 <한성각>이라는 중국집이다. 이곳을 설명하기 위해선 나의 고등학교 1학년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당시 나의 첫사랑이 부산 중구청 밑에 위치한 <남성여자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이 학교 교문 바로 옆에 <한성각>이라는 중국집이 있었다. 그 여학생과 그 중국집을 자주 방문하곤 했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묻어있는 <한성각>건물이 한국영화사 최초의 주식회사인 <조선키네마주식회사>가 있던 자리였다. 10여년이 지나 다시 그곳을 찾았지만 그곳은 이미 나에게 유년시절의 데이트 장소가 아닌 <조선키네마주식회사>로 다가왔다. 짜장면을 먹으며 주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곳을 기념하기 위한 표지판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1924년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 제작사인 『조선키네마주식회사』가 위치했던 곳으로 그 중요성을 기념하여 표시 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 길을 수없이 지나다녔지만 나는 왜 이것을 보지 못했을까? 사람은 언제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보기를 원해서가 아닐까? 라는 작은 반성마저 불러일으켰다. 한편으로는 일상적이었던 공간이 나의 작은 시각의 변화로 이곳을 새롭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너무 뿌듯하고 행복했다. <한성각>의 주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부산에 관광객이 늘어났지만 구도심의 의미를 되새기는 관광지가 없고, 있다 하더라도 그 의미를 모르고 카메라 셔터만을 눌러대는 관광객이 대다수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내 나는 다시 주인장에게 질문해 보았다. “이 곳 이외에 또 다른 기관이 있었는지? 또 의미 있는 공간은 없는지?” 주인장은 남포동 일대의 의미 있는 공간을 설명 하며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내용은 이랬다.

“부산의 먹거리가 무엇이 있을까? 많은 이들이 아마도 씨앗호떡이나 조개구이, 회, 돼지국밥, 밀면, 냉채족발 등을 많이 떠올릴 것이다. 이 음식들은 이미 부산의 맛으로 유명하다. 인터넷에 부산 맛집을 검색하면 수 없이 많은 블로그가 이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를 먹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부산을 찾는다. 하지만 정작 이것이 왜 부산의 먹거리인지 어떤 이유에서 이것이 부산의 자랑인지 생각해 본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나는 이중 단연 부산의 맛은 회국수라 생각한다.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부산, 특히 남포동과 영도 일대에 피난민들이 모여 촌락을 이루고 먹을 것이 없던 시절. 미군의 공조를 받아 가장 흔하게 찾아 볼 수 있었던 것이 밀이었고 이 밀가루를 이용한 음식이 발전했다. 특히 자갈치 일대는 일제 강점기 시절 어구의 발달로 어획량이 크게 발전했고 이러한 문화교섭의 결과로 회국수라는 음식을 만들어 냈다.”

나는 주인장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고 부산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흔한 음식에 역사와 철학이 숨 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내 나는 한 회국수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중 가장 유명한 <할매집>이란 상호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오늘날의 건물과는 그 내부 구조가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부산 최초의 극장이었던 <행좌>가 있었던 자리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곳을 단지 맛 집이라 생각하며 오랜 된 건물 정도만을 알지 영화의 도시 부산의 숨결의 시초라고는 생각하는 이가 없다. 나 역시  <할매집>에서 몇 번 식사한 경험이 있지만 이러한 사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이곳을 기념하기 위한 표지판이 광복로 큰 도로변에 설치 되어있었고 이 또한 오늘에서야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에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사진 한 컷을 남겼다.

여러 차례 부산을 여행 했지만 나는 진짜 부산을 본적이 있을까? 화려하게 포장된 부산만을 알고 이미 잘 알려진 관광지만을 보기 위해 부산을 여행한 것이 아닌가? 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시간도 늦어지고 배가 고플 시간. 길거리 음식으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어묵을 먹기로 했다. 자갈치역 5번 출구 앞에 위치한 <범전동 오뎅집>을 방문했다. 정말 간단하고 저렴하게 먹기 위해서 방문한 집이었는데 오뎅이 3개 2000원이다. 어린 시절 기억으로 3개 천원 정도일거라 짐작했기에 그 가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범전동 오뎅집>의 젊은 사장님이 나의 마음을 아셨는지 부산의 오뎅이 왜 이리 유명하고 비싼지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설명해 주셨다. 시간은 이미 자정을 향해 가고 있었고 손님이 끊어질 시간이라 젊은 사장님께선 함께 소주잔을 기울일 것을 제안하셨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지만 좀 더 부산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에 나는 사장님과 늦은 시간까지 소주잔을 기울이며 생생한 부산의 발자취를 나누게 되었다.

젊은 사장님의 성함이 너무 강렬하여 잊을 수가 없는데 그의 명함에는 사장 “임영구”라 쓰여 있었다. 나는 웃지 않으려 무척이나 노력하였다. 영구 사장님께서 가장 잘 소개해주신 곳은 충무동 여인숙 골목. 지금 이곳 <범전동 오뎅집>에서 자갈치 시장 방면으로 큰 길만 건너면 쉽게 찾을 수 있다고. 그곳은 자갈치 시장으로 들어오는 배의 임부들이 하역작업 후 배가 다시 출항 할 때까지 잠시 쉬어갈수 있도록 3.3㎡ 남짓의 방으로 이루어진 여인숙이 상당히 많이 모여 있는 곳이란다.

다음날 아침 숙소에서 나와 길을 건너니 바로 회센터가 눈에 보인다. 자갈치 회센터를 등지고 200여 미터쯤 걸었더니 여인숙 간판이 하나가 보이기 시작한다. 점점 가까워지자 여인숙 간판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나의 시각으로 들어왔다. 이 골목을 지나가면서 진귀한 풍경을 발견했다. 여인숙 열개 가량의 주인 할머니들이 여인숙 문밖에 입간판처럼 앉아계시는 것이었다. 난 다들 왜 같은 풍경으로 앉아 계시는지가 너무 궁금했다.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한 박스 사서 할머니들께 건네며 그 이유를 여쭈었다.

오늘날은 길이 넓어지고 도로가 정비 되었지만 여인숙들이 들어설 당시는 촘촘히 들어선 집들과 사람 한명이 지나 다닐 수밖에 없는 좁은 골목길이었다. 흥정이 통하던 시절이라 할머니들이 선원들이 지나다니면 그곳에 앉아 가격 흥정도 하고 길 안내도 하던 것이 오늘날 까지 전통처럼 내려오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내 나는 ‘아! 내가 생각하는 이 길이 도로라면 할머니들께선 아직도 작은 골목길이라 생각하시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들은 이전처럼 배가 많이 들어오지 않고 배가 들어와도 선원 수가 현저히 작아 예전처럼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하신다. 난 살짝 열려 있는 문 너머로 그 여인숙 안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요즘의 숙박시설과는 다른 구조와 느낌을 가지고 있는 곳, 그래서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이제는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만큼 남았다. 화려한 관광 대국으로 발전하고 있는 부산이 다른 관광지와 다른 점이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 이번에 여행한 곳들이 부산만의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여행의 목적이 요즘 말로 ‘힐링’을 위한 것이라면, 이날 한 여행은 충분히 그 목적을 이루고 있다.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우리의 앞 세대들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그들의 애환과 노력을 엿보며 내가 가진 소박한 행복을 찾고 감사하는 것이 ‘힐링’이라 생각한다. 부산이 가진 옛 풍경이 우리에게 ‘힐링’을 안겨줄 것이라 확신했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나의 1박2일 동안의 ‘힐링’ 여행이 마무리 되었다.

작성자
임성호
작성일자
2013-11-26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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