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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Dynamic 부산! Dynamic 1박 2일!

쿨부산 스토리텔링 공모전 - 가작

내용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대학교 입학식 날 부산과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머뭇머뭇 어색하기 짝이 없던 대학교 입학식 날, 혼자 서 있는 나를 보며 다가온 조그맣고 까만 여학생이 한 명 있었다. 이름은 아람이. 부산에서 왔던 그 친구와 나는 키, 생김새, 성격까지 모두 다른, 오로지 같은 날 같은 학교, 학과에 입학했다는 사실 하나로 운명처럼 친구 사이가 되었다. 아람이는 주말에 자신이 살고 있는 부산의 멋진 여행지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부산이라고는 해운대밖에 모르던 나에게 아람이는 광안리 멋진 바다와 서면 지하상가, 남포동, 광장 시장을 모두 데리고 가주었다. 맛있는 음식도 많고 하루 만에 이 모든 곳을 지하철을 타고 다닐 수 있다는 점에 부산은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후, 지하철을 척척 타며 부산은 웬만한 곳은 혼자서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부산을 자주 찾았고 제 2의 고향이라고 할 정도로 친숙한 장소가 되었다. 1박 2일로 부산을 세 번 정도 여행한 적이 있는데 물론 아람이와 함께 했었고 또 아람이 이야기가 빠지면 안 될 부산 여행 두 가지를 추억해본다.

#1. 2012년 8월 뜨거운 부산 여행

8월 말 뒤늦게 휴가지를 찾다가 여름은 역시 핫한 부산을 가야지라는 생각으로 멀리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 명희와 나는 아람이가 기다리고 있는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부산의 봉지 응원을 경험해 보고 싶어 이번 1박 2일 여행 코스는 부산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보기로 했고 우리는 응원석을 단번에 예매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부산롯데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시작되었고 곧 부산구장의 트레이드마크인 주황색 봉다리(봉지보다 봉다리가 더 친숙하다)가 나눠졌다. 아람이의 시범을 따라 봉지를 예쁘게 접어 머리에 썼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흥미진진해지는 경기와 야구장의 뜨거운 열기를 맥주로 식히며 응원을 즐겼다. 결과는 당연 롯데자이언츠의 승리! 부산만의 독특한 응원도구인 봉지는 가져온 쓰레기를 되가져가기에 적합한 아이디어 넘치는 물건이었다. 환경도 생각하고 응원도 즐겁기에 다른 구단도 배워야할 점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흥분된 마음으로 밤이 되어서야 경기장 밖을 나왔다.

다음날 아침, 강렬한 태양빛이 해운대 모래사장에 반사돼 반짝거리는 아침 우리는 눈을 떴다. 부산역에 도착하기 전 시간이 남아 우리는 센텀시티의 신세계백화점에 들러 쇼핑을 즐겼다. 한 층씩 오를수록 거대한 규모와 많은 볼거리에 우리는 시선을 빼앗겼고 필요한 물건도 구입하였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왠지 모를 허전함과 세한 느낌. 지갑도 있고 옷도 받았고 이제 부산역으로 출발하기만 하면 되는데 무엇이 우리를 허전하게 하는 걸까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알아차렸다. 명희가 없어진 것이다! 이명희, 실종사건! 명희는 전날부터 충전기를 가지고 오지 않아 휴대전화는 방전된 상태였기에 도통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매장 직원에게 부탁하여 점내 안내방송을 부탁하였다. ‘서울에서 온 이명희님은 친구들이 애타게 찾고 있으니 O매장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넓디넓은 규모의 센텀시티 백화점에서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지 내 친구가 납치당하기라도 한 것인지 휴대전화가 없는 게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 온갖 추측과 생각이 난무하며 우리는 여러 층을 헤매다 할 수 없이 부산역으로 향하였다. 명희도 예매해 놓은 서울행 KTX 시간이 있으니 혹시나 역에 가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었다. 17시 05분에 출발하는 서울행 KTX는 부산역에서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고 우리는 정확히 17시 00분에 부산역 플랫폼에 도착했다. 5분 만에 기나긴 KTX의 창밖으로 명희를 찾아낸다는 것은 어찌 보면 무모한 짓이었으리라. 우리는 고속 열차의 빠른 속도감을 체감하며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부산에서 그렇게 헤어지고 말았다. 궁금증은 그날 밤 명희가 집에 도착해 휴대폰을 켠 순간 우리에게 온 수많은 메시지를 확인하고 난 10시경 해소되었다. 우리가 O매장에서 옷을 살 동안 명희는 다른 층에 내려갔고 쇼핑을 하다 어느 순간 정신이 번뜩 나 시계를 보니 기차 출발 시간에 맞춰 가려면 그 즉시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무작정 지하철을 타러 갔다는 것이었다. 오해는 풀렸고 아람이와 나는 어찌나 걱정을 했던지 무사하게 도착한 안도감에 우리는 깔깔깔 웃으며 안부를 확인했고 한낮의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아찔했던 여행으로 기억된다.

#2. 1년이 흐른 뒤, 2013년 7월 감동의 부산 여행

해가 바뀐 여름, 우리는 다시 부산에서 만났다. 다음 날 결혼하는 아람이를 축하해주기 위해 하루 전날 모인 우리는 예식장 근처 서면을 우리의 부산 여행지로 계획했다. 명희와 나는 먼저 만나 서면의 숨겨진 전포 카페거리에 갔다. 처음 가는 길이라 스마트폰 지도를 따라 가기도 하고 길을 물으며 찾아갔으나 길을 가도 공구, 철물점만 보여 길을 잘못 든 줄 알고 엄청 헤맸다. 그러나 계속 걸어오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한 걸음씩 걷다보니 아기자기하고 예쁜 색깔의 카페들이 즐비한 카페 거리가 나왔다. 시끌시끌한 서면 중심과 대조적으로 아담하고 평온한 전포 카페 거리는 지금은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내가 몰랐던 부산의 숨겨진 명소를 발견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다락이 있는 카페에 앉아 이름도 감성적인 ‘소복소복 딸기빙수’를 맛보며 부산 서면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서면 시내를 구경하고 난 뒤 우리는 미리 예약해 놓은 호텔에서 아람이를 위한 감동 이벤트를 준비했다. 계모임을 하는 네 명의 친구(명희, 아람, 연정, 보라) 중에서 처음으로 시집가는 아람이를 위해 축하 공연을 하기로 했다. 청혼가를 리믹스한 음악에 신나는 댄스를 접목하여 신랑과 미리 동작을 맞춰보고 꽃을 주는 시점도 의논했다. 동작을 맞출 시간이 하루 밖에 남지 않아 우리는 음악을 반복 재생하며 율동을 짜고 걸그룹 같은 칼군무를 위해 팔 높이, 각도를 맞추며 새벽 3시까지 연습에 몰두했다. 동작을 잊어버리지는 않을까 우리가 괜히 결혼식 분위기를 망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공연 연습을 했고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맞이하였다. 비 오는 날 시집가면 잘 산다더니 아람이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신부의 모습으로 개금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우리의 공연은 동선을 잘못 잡아 처음부터 엉성했고 연정이는 위풍당당하게 우리와 반대동작으로 팔을 휘저었지만 하객들도 즐거워했고 무엇보다 신랑, 신부가 너무 만족해해서 다행이었다. 신부 아람이는 우리가 공연을 준비해 주었다는 사실에 고마워했고 우리는 가장 먼저 시집가는 친구에게 진심을 다해 축하해 줄 수 있어서 감동받은 여행으로 기억된다.

다이나믹한 도시 부산만큼이나 우리 인생도 참 다이나믹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4년의 세월동안 아람이는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 드렸고, 동갑내기 친구를 만나 결혼을 하였으며 대구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지금 돌아보면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추억거리를 준 명희는 고향인 전주에서 잠깐 지내다 다시 서울 여성이 되었다. 연정이는 석사를 거쳐 박사과정까지 능력 있는 여성으로 거듭나며 힘든 수련 생활도 잘 버티고 있다. 나는 임용시험에 합격하여 원하던 직업을 갖게 되었고, 얼마 전에도 부산 달맞이길을 걸으며 여행을 다니고 있다. 각자의 생활에 자주 만날 수 없어 1년에 한두 번 시간을 내어 부산으로 모여 다이나믹하게 1박 2일을 보내지만 동시에 이것이 힐링이 되어 또 각자의 위치에서 하루하루 일상을 보내는 힘을 얻고 간다. 분명 야구장, 쇼핑센터, 카페 등은 대구에도 있고 꼭 부산이 아니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늘 만날 때마다 좋은 추억을 안겨주고 누구보다 마음 통하는 친구들이 있기에 꼭 부산에서 하고 싶고 부산이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부산의 명소들이 많기에 다음은 이 친구들과 어떤 장소에서 어떤 추억을 쌓게 될지 무척이나 기대감을 가지며 두 개의 이야기보다 더 다이나믹할 다음 여행을 기약해 본다.

작성자
강보라
작성일자
2013-11-26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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