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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판소리 가락을 계승한 소설가 김광수

예술부산 ‘예인탐방’ ⑪ - 소설가 김광수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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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광수의 우스개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판소리 가락의 매력에 빨려 들어간다. 그가 담아 놓은 판소리 가락의 해학성과 풍자성에서 물씬 풍겨 나오는 전통적 인간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광수 소설가는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더라도 문학과 인생을 음미하며 서민적인 기쁨과 아픔을 함께 나눌 줄 아는 작가이다. 격식을 따지지 않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따뜻하고, 털털한 모습이 상대를 평온하게 만든다. 그 분위기가 편해서 나는 그를 존경한다.

그는 산을 무척 좋아해서 매일같이 금정산을 오르고 있다. 백두산과 금강산도 올랐고, 남한의 해발 1,500m 이상의 산을 두 발로 두루 올랐다. 해외 원정 등산을 부부동반으로 25여 회 다녀왔을 정도로 산을 사랑한다. 그 때문인지 부산문인협회 산하 문인산우회의 산행대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을 두고 ‘인자’[仁者樂山]라 했던가? 그렇다. 그는 ‘인자’ 이다. 늘 어질고 인정스러운 마음으로 상대를 진솔하게 대하고, 따뜻하게 마주한다. 딱딱한 격식보다는 다정다감하면서도 부드러운 배려를 중시하는 몸가짐에서 진선미가 솔솔 흘러나온다.

그에게는 늘 되새기는 말이 있다고 한다. ‘문학하는 것이 고행을 동반한 자랑일지는 몰라도 특권은 아님을 명심하고, 함부로 말하거나 쓰지 말고, 말하기 전에 듣고, 쓰기 전에 읽어야 할 것이다.’ 라고 겸손한 마음을 다짐한다. 그리고 ‘광수야, 올해도 수행정진. 말글과 더불어 움직임 하나에도 삼가고, 오로지 작품과 독자에게 최선을 다하라. 그러나 독자 앞에서 남루하게 굴지 마라. 자기과시를 위해 읽어 달라고 구걸하지 마라! 그 대신에 독자들이 언제 읽어도 읽을 가치가 있을 성싶은 작품을 쓰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라며 자신을 향해 채찍을 가하기도 한다.
 

판소리 가락의 우스개 소설

나는 얼마 전 종합문예지 『문장21』 특집 평론에서 김광수 소설가를 두고, “해학의 다양성과 풍자의 기교면에서 김유정을 이미 뛰어넘었다고 단정한다면 무리일까?”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우회적으로 “이미 뛰어넘었다.”라고 말한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그는 “이미 김유정을 뛰어넘었다.”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다.

김광수 소설가는 평소에 “우리에게 채만식 등 풍자 소설가는 많으나, 인간에 대한 긍정적 시선과 스스로 천진난만하지 못하면 절대로 쓸 수 없는 우스개 소설가는 김유정 한 분뿐이다.”라고 선을 그으며 “김유정은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우스개 소설에 족적을 남겼다. 그 김유정의 방식을 계승하고 싶다.”라고 자주 말한다. 그의 문학적 꿈의 완성은 김유정만이 쓸 수 있었던 가장 한국적인 전통적 정서와 우스개 소설을 계승한 것이다.

그의 “풍자 소설”은 사회의 강자들을 조소하고 비꼬는 가운데 교훈을 주기 위한 목적 소설로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고, “우스개 소설(해학소설)”은 인간성의 선의만을 모아 악의라곤 한 점 없는 웃음 속에서 인간의 승리를 선언한 소설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뛰어난 필력을 통해 웃음이 함께 묻어 나온다. 이러한 웃음 속에서 흘러나오는 김광수 소설가의 인간미가 참 따뜻하다.

그는 1971년 12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단편소설집 『여행자들』을 발간하고, 같은 해 영남일보에 객창소설 「간이역에서」를 연재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2000년대에 이미 250여 편을 발표했고, 그 후 끊임없이 현재진행형으로 작품 발표를 하고 있다. 그리고 『새벽찬가』(1976년)를 비롯한 6권의 시집을 출간한 시인이기도 하다.
 

소설에 담은 교육관

소설가 김광수는 부산과 대구, 서울 등지에서 발간되는 문예지에 소설을 포함하여 여러 장르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한 지 20년이 넘는다. 올봄, 다시 중앙문예지에 이름을 올렸다. 종합문예지 『계간문예』(2010 봄호)에 단편소설 「여시년, 순천아줌마」를 발표하였다. 이 단편소설은 「여시년」과 「순천아줌마」라는 이야기 두 편을 연결시켜(연작 단편소설 2편을) 묶은 중편 분량(200매)의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화자 김희수는 “우리 가족은 가난했다. 울 엄니의 지독한 교육열과 학벌욕 때문이었다.”라고 진술한다. 어머니는 “자식 건지는 대로 모두 대학 보내지 못하면, 내가 배 아파가며 나은 어미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다. 뭣 때문에 문전옥답과 대궐 같은 집 다 버리고 성내로 나왔는데? 열 낳아 열 건지면 열 놈 다 대학에 보낼 것이야.”라고 진술한다. 화자의 어머니는 자식의 교육에 대한 기대와 욕심이 크다. 이처럼 김광수 소설가는 작중인물을 통해 부모 세대의 교육관을 표현한다.

소설가 김광수는 교단에서 오랫동안 학생을 가르쳤다. 그래서인지 교사를 작중인물로 자주 등장시킨다. 제8소설집 『그리고 태몽』에서 「사람의 말을 위한 마당놀이 4-이별의 말」 「저 혼자 잘 빛나는 별 1」 등을 비롯하여 수없이 많다. 그는 이들 소설 속의 등장인물을 통해 자신의 교육관을 표출하기도 한다. 소설 속 화자로 하여금 교육 현실에 대한 비평적 시각과 풍자적 시각의 우스개 이야기를 하도록 장치하고, 그 속에는 교단 작가 출신 자신의 시각과 교육관을 올곧게 투영해 놓았다.

“보충수업으로 학원의 역할을, 야간자율학습으로 독서실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현실이다. (……) 학교는 확실한 제 일 교육권으로 인간교육에 전념해야 하는 순수 교육장이어야 한다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제 이 교육권에서 하는 강의와 같은 수준의 수업, 전 학교의 독서실화 등, 이런 것들이 시행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의 말을 위한 마당놀이 4-이별의 말」에서

“미술과 음악이 양대 예술이고, 사서삼경에서 사서오경이 학문과 문학의 전부지. 문학은 학문이면서 예술이고, 예술이면서 고상한 놀이고 해서 애매한 거야. (……) 우리 운애는 하늘이 용모와 재주를 주셨으니 애비보다 뛰어난 점이 많으니까 문학도 잘 하실 거야.”
「저 혼자 잘 빛나는 별 1」 에서

그리고 김광수 소설가는 제7소설집 『두 도시 이야기』의  연작소설 「먼 산 혹은 가까운 산의 동행기」에서는 주인공 김희수와 아버지와의 심리적 갈등을 교육관으로 장치해 놓았다.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과 기지와 풍자를 조화롭게 엮어 놓은 것이다. 주인공 김희수는 육남 이녀 중 둘째이다. 아버지가 김희수의 형제 모두를 공부시키면서 그에게만은 공부할 기회를 주지 않고, 농사일을 시키고 노동력을 착취한다. 김광수 소설가는 등장인물 김희수의 아버지와 담임선생을 통해 교육관을 표출한다. 특히, 아버지의 교육관은 다른 자식들에게 적용하는 것과 김희수에게 적용하는 것이 다르게 나타난다.

이 소설에서 김희수의 아버지가 다른 자식들에게는 “자고로 있는 놈이나 없는 놈이나 눈과 귀가 밝아야 한다구. 무지랭이들이야 무얼 본다고 보이나 소리가 있어도 들을 재주가 있나, 짐승처럼 왔다갔다지. 보이는 게 뭣인지 들리는 게 뭔지 알려면 대가리 안에 먹물을 부어 주어야 한다구.”라고 말하는 반면에, 김희수에게는 “학교는 무슨…. 학교야 농사지을 땅이 없는 가난뱅이나 땅과 농사일을 사랑할 줄 모르는 잡놈들이 가는 곳이지. 거기서 공부깨나 한답시고 설친 놈은 겨우 입 먹고살 것이고 공부머리 없는 놈들은 졸업해 봤자 백수건달 사기꾼이지. 둘째 니 놈이야 땅 있겠다 농사일에 소질 많겠다 무슨 걱정이야.”라며 농사꾼으로 만들어 살림 밑천으로 삼고자 하는 속내를 드러낸다.

그래서 김광수 소설가는 김희수의 담임선생의 입을 빌어 “희수야, 학교 꾸준하게 나와라. 머리도 좋고 허우대도 멀쩡한데 공부 못하면 농투성이나 막노동꾼밖에 될 것이 없잖아. 그런 건 지능이 보통 수준이고 힘만 센 사람이 하는 일인데.”라며 자신의 교육관을 투영시켜 놓았다. 이처럼 그는 교육자다운 작품 활동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춘수 선생의 가르침을 품은 소설가

김광수 소설가가 결혼할 때, 김춘수 선생이 주례를 섰다. 그는 김춘수 선생에게서 시를 배웠고, 선생의 권유로 소설을 쓰게 되었다. 경북대학교 재학 시절 김춘수 교수 연구실에서 조교 생활을 하기도 했다. 제8소설집 『그리고 태몽』(2007)에 발표한 실명소설「천방지축 변명」에서 김춘수 선생의 가르침과 자신의 본격문학, 초당문학 등을 밝히고 있다. 아래에 간략하게 언급하고자 한다.

“김 군 보게나, 큰 작가가 되고 싶으면 이삼십 대까지 원고지 이만 매는 써놓아야지. 그 정도도 아니면 골목대장(지방작가)이나 하게 되지.”라는 김춘수 선생의 가르침을 진술한다. 그리고 “김춘수 선생에 대한 가르침을 금과옥조로 삼고 살아왔다.”라고 밝히면서 “처음이자 마지막 문학과 인생의 사부 김춘수 선생님이 맨 먼저 가르쳐 주신 것. 만 사람이 제목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훑고 마는 글보다는 단 한사람이 한 구절이라도 외우거나 기억해 주는 글을 써보라.”라는 김춘수 선생의 가르침 하나를 늘 가슴에 안고 산다.

그는 본격문학을 고집한다. 그에게는 ‘읽히기 어렵고 팔리기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는 단편소설을 스스로 선택’ 한 이유가 있다. “「홍길동전」에서 「춘향전」까지 우리 소설사의 전통인 단편소설의 맥락을 이어가는데 일조하겠다.”라는 작가 정신으로 본격문학을 고집한다. 또한, 초당문학의 부활을 꿈꾼다. 조선 시대 초당에서 펼쳐지던 삶의 모습과 닮은 우리 현실에서 서민의 삶을 그려나가는 판소리 가락의 우스개 소설을 추구하고 있다.

그는 “고향은 경상북도 칠곡군이나 광복원년 음력 구월 십일일 대구에서 났으니 안태고향은 대구이고, 결혼하자마자 경부선 열차타고 부산으로 내려와 이제는 부산사람 다 되어 광역시민으로 행세하고 사니 영락없이 경계인입니다.

평생을 특별시 아닌 두 도시를 오르내리면서 살아온 골목대장인 셈이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지요.”라고 지방작가임을 당당하게 고백한다. 자신의 글을 아들과 딸로 여기면서 향토 작가임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

소설가 김광수가 스스로 지방작가라 자칭하는 이유는, 영원한 문필가이기를 원하는 그의 향토 사랑이고, 고향 사랑이며, 지독한 자부심 때문이다. 그 본심을 알아채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유수한 문예지 추천과 신춘문예 당선을 앞세워 스스로 전국구임을 자처하며 지방 문예지라면 무시하고, 험담과 욕설까지 퍼부으면서 허세를 부리는 작가보다는 오히려 솔직담백하고 순수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에게 영원한 문필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듣고 싶었다. 그는 “나는 사실 소설가가 되고 싶지 않아요. 모국어로 쓰는 글이라면 시와 소설 등 모든 갈래의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설명문 논설문 등 학술문까지 다 통하고 일정 수준 이상으로 쓸 수 있는 문필가가 되고 싶은데요. 어렵겠지요?”라고 털털 웃으며 말했다. 그는 분명히 산문과 운문을 넘나드는 진정한 문필가로 영원히 회자될 것이다.

끝으로 김광수 소설가의 근황을 소개하면서 끝맺음을 하고자 한다. 근황 하나, 현재 부산문인협회 소설분과 위원장 겸 부산소설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근황 둘, 종합문예지 『문장21』 편집위원 겸 신인상 심사위원장으로서 참신하고 역량 있는 신인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언젠가는 그 신인들이 자신을 훌쩍 뛰어넘어 우리나라 정신세계의 일익을 담당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그들의 뼛속 깊은 곳에 청출어람을 새겨 넣고 있는 그가 더 위대하게 보인다.

글 신기용/문학평론가

작성자
예술부산 2010년 5/6월호
작성일자
2012-06-1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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