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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601호 기획연재

외국인 관광객 300만 시대…‘부산의 맛’에도 기획이 필요하죠

전통과 미래 부산 맛 이어가는 부산시 선정 ‘스타 소상공인’

내용

피란 음식에서 출발해 이제는 부산을 대표하는 면 요리로 재조명받고 있는 밀면. 한때는 무더운 여름을 견디기 위한 계절 음식으로만 여겨졌지만,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300만명을 넘어선 지금, 밀면은 ‘부산에 오면 꼭 먹어야 할 일상의 음식’으로 인식의 자리를 옮기고 있다.


미식 도시를 향한 부산의 열기 또한 뜨거운 지금, 부산의 밀면은 이제 맛만으로 충분할까. 관광 음식으로 소비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도시 정체성과 삶의 결을 담아낼 수 있을까.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2025 부산시 스타 소상공인’에 선정된 ‘부산약콩밀면’ 조상홍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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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홍 대표는 부산 음식이 세계로 나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으로 ‘스토리’를 꼽는다. 맛은 경험의 순간에 머물지만, 이야기는 기억으로 남아 다시 사람을 부른다는 것이다.


∎부산약콩밀면 조상홍 대표

부산 남구 용호동, 이기대 입구와 주거지가 맞닿은 골목. 관광객과 동네 주민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이곳에서 조상홍 대표는 밀면을 삶의 음식으로 다시 설계하고 있다. 가게 입구에는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집임을 단번에 알 수 있는 사인물이 조용히 서 있었다.


장인 가게에서 처음 느낀 밀면 맛의 황홀

조상홍 대표는 애초에 외식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은행에서 10년 넘게 안정적으로 근무한 금융인이었다. 하지만 그 궤도에서 결국 벗어났다. 결정적 계기는 밀면 한 그릇이었다.


밀면집을 운영하던 장인의 가게에서 인생 처음으로 밀면을 먹고 “이건 내가 꼭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단순히 맛있어서가 아니었다. 고깃집을 운영하며 수십 년간 쌓아온 장인의 솜씨가 밀면 그릇 안에 응축돼 있다는 걸 맛으로 느꼈다.


가진 돈을 거의 다 쏟아부어 시작한 가게는 말 그대로 올인에 가까웠다. 맛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장사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현실은 냉정했다. 여름 석 달을 제외하면 적자가 반복됐다. 매출은 좀처럼 늘지 않았고, 운영비를 메우기 위해 보험을 해지해야 했던 시기도 있었다. “맛만 믿고 버틴 시간이었어요.” 그는 이렇게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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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를 위한 생존 기술은, 공부

전환점은 뜻밖에도 누군가 가볍게 던진 질문에서 시작됐다. 가게 운영에 도움이 될까 싶어 만난 자리였다. “대표님, 가게 운영에 관한 공부는 안 하시나 봐요?”

직장에 다닐 때는 당연하게 해오던 공부를, 왜 장사를 하면서는 멈췄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 그날 이후 방향이 달라졌다. 외식업 관련 커뮤니티를 찾아다니고, 강의를 듣고, 결국 대학원까지 향했다.


조 대표는 배운 것을 쌓아두지 않았다. 배운 즉시 가게에 적용했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가 테이블 구조였다. 4인석 위주로 운영되던 구조를 과감하게 2인석 중심으로 바꾸었다. 좌석 점유율은 90%까지 올라갔다. 같은 시간, 같은 음식, 같은 노동이었다. 달라진 건 구조였다. 그 구조 하나가 매출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후 그는 후배 자영업자들을 만날 때마다 가장 먼저 ‘공부’를 이야기한다. 창업 초기의 3년을 어떻게 버티느냐보다, 그 3년 안에 무엇을 배우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기본을 알면 실패 확률이 줄어요. 그리고 작은 실행들이 쌓이면서, 가게도 사람도 체력이 생기죠.”

그에게 공부는 이론이 아니라, 장사를 오래 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기술이었다.


맛을 넘어 속이 편안한 밀면을 기획하다

부산약콩밀면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단연 ‘약콩’이다. 이 선택은 우연이 아니라 전략에 가깝다. 조 대표는 기존 밀면만으로는 브랜드의 다음 단계를 만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맛만으로는 확장이 제한적이고, 앞으로의 기준은 건강한 재료가 주는 편익이 크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약콩은 그 방향에 가장 적합한 재료였다. 반죽에 약콩을 적용하면서 밀면 특유의 식감은 살리고, 속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여기에 직접 개발한 기장 다시마 식초가 더해졌다. 냉면에서 착안한 방식인데 밀면의 맛을 정리하고, 첫인상을 가볍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조 대표는 이 과정을 ‘아이디어’가 아니라 ‘기억을 설계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맛을 설명하지 않아도, 다시 찾게 만드는 장치인 셈이다.


맛은 이야기로 오래 남는다

조 대표는 부산 음식이 세계로 나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으로 ‘스토리’를 꼽는다. 맛은 경험의 순간에 머물지만, 이야기는 기억으로 남아 다시 사람을 부른다는 것이다. 그는 브랜드마다 한두 줄로 요약할 수 있는 서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밀면을 좋아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소화가 부담스러워지는 사람들을 위해 속이 편한 밀면을 만들었다는 것. 그는 이 문장이 브랜드의 중심이라고 말한다. 지금도 그 한 줄을 더 짧게, 더 단단하게 다듬고 있다. 세계로 나갈수록, 설명은 줄고 이야기는 또렷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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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 용호동, 이기대 입구와 주거지가 맞닿은 골목에 자리한 부산약콩밀면.


시민이 함께 만드는 밀면을 꿈꾸다

조 대표의 시선은 이미 다음 단계를 향해 있다. 그는 프랜차이즈를 이야기하면서도, 흔히 떠올리는 확장의 그림과는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그가 구상하는 것은 ‘시민 출자형 프랜차이즈’다. 특정 개인이나 소수 자본이 소유하는 구조가 아니라, 시민이 조합원처럼 참여하고 함께 책임지는 방식이다. 시민이 소비자인 동시에 감시자가 되고, 브랜드는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지역의 공유 자산이 되는 구조. 그는 이 방식이야말로 오래 갈 수 있다고 말한다.


밀면 한 그릇에서 시작된 선택은 한 사람의 삶의 궤적을 바꿨고, 이제는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게 만든다. 부산약콩밀면 조상홍 대표의 이야기는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이 어떻게 생활인의 일상에 스며들고 관광객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부산의 맛이 지나가는 풍경이 아니라, 다시 떠올리고 싶은 경험이 되기까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부산 남구 용호동의 골목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글·사진 목지수 ㈜싸이트브랜딩 대표/월간 ‘집앞목욕탕’ 발행인


작성자
부산이라 좋다
작성일자
2025-12-30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601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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