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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007호 기획연재

무지개공단과 시원의 바다, 부딪치는 경계에서 예술 꽃피다

삭막한 공단에 들어선 예술가 창작 공간 작품·전시 활동 한 곳서 동시에

내용

부산의 전시 문화공간 ⑦-홍티아트센터


다이내믹부산7월호 홍티아트센터01

홍티아트센터 입구. 톡톡 튀는 색감의 건물 내부가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임을 실감나게 한다.



 이곳에 무지개가 자주 떴던가? 수시로 얼굴을 바꾸는 바다의 날씨 때문에 무지개가 종종 찾아들었던가? 해안 단구에 부딪치는 물보라 사이로 무지개가 피어올랐던가! 아니면 강원도 함백산에서 시작해 영남의 고을고을을 들러 시내와 계곡물들을 데리고 칠백 리 길을 달려온 강줄기의 그 먼 길을 환영하기 위해 무지개가 걸렸던가!
 홍티, 무지개마을이라는 이름은 머릿속에 수많은 판타지를 그려낸다.


낙동정맥 멈춘 곳에 자리잡은 예술촌

 사하구 다대동에 있는 홍티마을은 낙동정맥이 바다를 향해 내닫다가 우뚝 멈춘 곳, 아미산 자락에 있는 자연 마을이었다. 마을 앞으로는 낙동강이 바다와 만나는 포구가 있었고,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이라 풍요로운 어장이 있었다. 또 강 하구의 삼각주를 끼고 너른 평야가 펼쳐져 있었다. 온갖 철새들이 날아들어 장관을 이루기도 했다.
 1980년대 초 마을 서쪽 해안에 자동차 및 기계공업 협업화단지가 조성됐고, 무지개공단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다이내믹부산7월호 홍티아트센터02

홍티아트센터 정문.


 공단 이름은 홍티(虹峙)라는 이곳 지명에서 따왔다. 무지개 홍(虹), 언덕 치(峙), 무지개가 떠오르는 언덕이라는 뜻의 아름다운 이름이다. 공단 조성 이후 홍티마을은 조금씩 변화했다. 마을은 줄어들고, 공단은 커졌다. 지금은 산자락 쪽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고, 고깃배들이 드나들던 홍티포구의 해안은 좁은 수로 형태로 남겨져 1곮 미만 소형 선박만이 정박한다.
 으레 그렇듯, 공단은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환경과 생태와는 어쩔 수 없이 배치된다. 회색빛 벽, 기계를 돌리는 소음, 굴뚝 매연과 공단 노동자들의 고된 노동 등으로 상징되는 공단의 모습은 `삭막하다'는 느낌마저 준다. 아름다운 자연을 버린 대가로 얻은 현실이다.
 홍티마을에 공단이 조성된 후 30여 년의 세월이 흐르고 산업환경이 변하자 공단은 노후하고 침체돼 갔다. 공단 일대는 해가 지면 걸어 다니기도 무섭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연출했다.


공단 마을 `숨구멍' 역할하는 공간


다이내믹부산7월호 홍티아트센터03

홍티아트센터는 예술가들의 공간답게 톡톡 튀는 색채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사진은 홍티아트센터 내부 벽.



부산시와 사하구는 2013년 `에코 팩토리 존'이라는 이름으로 공단의 삭막한 분위기를 개선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말 그대로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공장 외벽에 그림을 그려 밝게 채색하고, 곳곳에 쉼터와 산책길을 만들었다. 국내외 예술인들의 작품으로 `홍티문화공원'을 조성했다. 이때 공단 마을에 `숨구멍' 같은 공간인 `홍티아트센터'(부산 사하구 다산로106번길 6)도 들어섰다.
 설치미술을 하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시각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창작 지원 공간인 홍티아트센터는 개관 이래 서부산 예술 문화의 중심이 되는 것은 물론 공단과 도시 속에서 작가들이 공생하며 작품과 삶을 이야기하는 공간, 국내외 예술 플랫폼으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설치미술이나 시각미술은 회화미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분야다. 작업 공간과 전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작가들에게는 쉽지 않다. 작업 공간 문제로 창작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작가들을 대상으로 홍티아트센터는 레지던스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8명의 작가를 선정해 짧게는 5개월, 길게는 10개월 정도 머무르면서 마음껏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작업 공간과 거주 공간, 창작 지원금을 제공한다. 해외 작가의 경우 기간은 3개월이지만 국내 작가와 동등하게 지원을 해준다.


일반인을 위한 예술 프록르램도 운영
 또한 홍티아트센터와 협약을 맺은 일본 후쿠오카의 `큐슈 예문관', 대만 가오슝의 `Pier -2' 등의 해외 창작 공간에 국내 예술가들을 파견하기도 한다.
 입주 작가들이 작품을 완성한 뒤에는 전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비평가를 섭외해 전시한 작품에 대한 비평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비평 원고는 매년 자료집으로 묶여 나온다. 작가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된다.


 뿐만 아니다. 공단 사람들과 시민들에게 활짝 문을 열어두고 있다. 입주 작가를 모집하는 기간을 제외하고 매달 전시회를 개최해 시민들이 작품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매년 시월에는 오픈 스튜디오 행사가 열린다. 홍티아트센터 입주 작가들의 일 년 결실을 축제처럼 즐기는 것이다. 지역민과 전·현 입주 작가는 물론 문화예술가들을 초청해 전시, 강연과 토크 파티 등을 진행한다. 특히 일반 시민들에게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체험교실과 함께 작가들의 창작 공간을 개방해 예술가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이내믹부산7월호 홍티아트센터05

홍티아트센터 입주작가로 최근 전시를 했던 최원규 작가와 그

의 전시 `숨-망각의 숲'전.



 시민들은 구부러진 철사, 뒹구는 나무토막이나 돌, 전기톱과 같은 평범한 사물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예술작품이 되는지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매년 수시로 `홍티예풍' 즉, 홍티로 떠나는 예술 나들이를 개최하는데, 드로잉, 실크스크린, 민화 그리기 등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은 지역민들에게 인기가 높다.(예술교육프로그램은 부산문화재단 홈페이지 (www.bscf.or.kr)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 시민과 공유

 코로나19로 인해 임시 휴관했던 홍티아트센터는 대신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전시를 했다. 5월초에 다시 전시관 문을 열고, 6월에는 입주 작가인 시각예술가 최원규의 `숨-망각의 숲' 전시를 했다. 최원규 작가는 삶에서 소중한 것이지만 망각되고 있는 이야기들을 수집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특히 근대 수리조선 1번지인 대평동의 노동자와 주민의 삶을 작품에 담아 내고 있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최원규 작가의 작업방식은 홍티아트센터의 운영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형태로 눈길을 끈다. 부산으로 전 세계 예술가를 초대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작가는 그들의 삶과 노동 현장에 무수히 떨어져 있는 폐기물을 수집후 정제하여 얻어진 철가루로 거대한 숲을 만들었다. 그들의 삶을 기억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숲인 것이다. 작가는 자신이 작품을 만들었던 100일의 과정을 매일 기록으로 남겼는데, 영상과 드로잉으로 남긴 기록도 함께 전시했다. 또 작가와 그 주변부에 존재하는 삶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운동을 하는 마그넷(magnet)과 철가루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었다(최원규 작가 전시는 유튜브(www.youtube.com/watch?v=vhcmL5I12fY)에서 볼 수 있다).

 예술은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평범한 일상도 예술가의 숨결을 거치면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한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은 어떤 사람에게는 `숨구멍'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치유'가 되기도, `휴식'이 되기도 한다.
 홍티아트센터는 노화해서 침체되어 가던 공단에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됐다.
 해가 지는 풍경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부산 서쪽 끝 다대포에 예술가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홍티아트센터'가 있다는 것은 하나의 축복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홍티아트센터를 돌아본다. 녹슨 철을 연상시키는 코르텐강(내후성 강판, 녹슨 철의 느낌) 소재로 외관이 디자인된 홍티아트센터의 건축물도 하나의 미술 작품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변화되는 풍화의 역사가 응축되어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홍티, 무지개 언덕이라는 이름만큼.

                                                                                                                글·김진 / 사진·권성훈



김진

동화작가. 글과 책에 매혹되어 기자, 출판사 편집장으로 일했다.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우리 동네 마루'로 등단, 제3회 열린아동문학상을 받았다. 펴낸 책으로 `럭키 파트라슈', `노래하는 여전사 윤희순', `외뿔 고래의 슬픈 노래' 외 여러 권이 있다. 현재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부산에서 삶의 터전을 새롭게 일구고 있다. 부산의 매력에 빠져 언젠가 부산과 부산 사람을 소재로 한 글을 쓸 생각이다.



                                                                                                         기획 진행 편집 김영주_funhermes@korea.kr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20-06-30
자료출처
다이내믹부산
제호

다이내믹부산 제202007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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